2017.12.0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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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초등학교 1학년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인생 수업



아빠는 내게 꾹 참고 기다리는 게 중요하다고 알려 주셨어요.

엄마는 기다리는 게 늘 좋은 건 아니라고 얘기해 주셨죠.

할머니는 늘 말씀하세요. "일분일초도 소중한 거야."

할아버지는 말씀하시곤 하죠. "느긋하고 편하게 사는 게 정말 좋은 거란다."


옆집 아주머니한테서는 다른 사람 얘기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웠어요.

고양이와 함께 있으면서는 말을 하지 않아도 좋을 때가 있다는 걸 알았지요.

삼촌은 규칙이라는 것은 그만한 까닭이 있어서 정한 것이라고 알려 주셨어요.

승부에서 지더라도 깨끗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도 삼촌한테서 배웠죠.


친구들과 축구를 하면서 자기 책임을 다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내가 이기는 걸 정말 좋아한다는 것도 축구를 하면서 알게 되었지요..

이웃집 형을  보며 모험이 더는 두렵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모는 늘 이렇게 말하죠. "앞으로는 말썽 피우면 안 돼."

가게 아저씨에게서 주변의 작은 것들도 눈여겨보는 법을 배웠어요.,

사촌형을 보면서 보기 흉한 것도 나름대로 재미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고모는 내가 언제나 원하는 대로만 할 수는 없다는 걸 가르쳐 주셨어요.


하지만 버스 기사 아저씨는 내게 이렇게 말씀하시곤 힜어요.

"네가 정말로 원하는 게 있다면 절대 포기해선 안 된단다, 얘야."

형과 함께 언덕을 오르면서 힘들어도 참아 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내리막길을 정말 신나게 내려오는 법도 배웠죠.

(손도 놓고, 발도 떼고, 엄청 빠르게 슝! 하고 말이에요.)


학교에서는 내가 그저 많은 아이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걸 깨달았죠.

 그렇지만 우리 집에서는 나는 아빠가 말씀하시듯

'이 세상에 딱 하나뿐인 아주 특별한 아이'라는 것도 알고 있답니다.


나는 많은 걸 배웠어요.

사촌누나는 내게 틈만 나면 말해요. "네게 가르쳐 줄 게 정말 많아."

그래서 나는 모두에게 꼭 말하고 싶어요.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 말도 다른 사람들에게서 배운 거예요.

            -<참 고마운 인생 수업> 중에서


이 책은 담양금성초(교장  최종호) 1학년 학생들이 11월 내내 아침마다 낭독한 독서평가 책이랍니다. 금성초에서는 지난 3년 동안 매월 책 한 권을 꼼꼼히 읽게 한 후, 독서평가와 독서퀴즈 맞추기 행사를 실시합니다. 상품도 받고 상장까지 주니 학생들의 참여도는 매우 높습니다. 특히 학부모님들이 더 좋아하십니다. 거기다 전교생이 아침독서까지 열심히 하는 모습은 마치 고시생들 같아서 감동을 안겨준답니다. 100권을 읽은 학생은 멋진 독서메달도 받습니다.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도 '있어서 좋은 프로그램'으로 매년 상위 평가를 받아온 중점사업이기도 합니다. 다른 학교들이 학기 당 1권 '느리게 읽기'를 몇 년 앞서서, 더 많이 하고 있는 셈입니다. 미래핵심역량을 갖추는 최상의 방법이 독서력임을!


아침 공부 시작 전에 9명 아이들이 종알종알 5분 동안 낭송하는 책이었습니다. 책 내용을 거의 외울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11월 독서평가에서 거의 모든 아이들이 상위 점수를 받았습니다. 그것도 객관식 문제는 하나도 없는 서술형 문제를 말입니다. 띄어 쓰기도 틀리지 않으려고 책을 읽을 때마다 책이 뚫어져라 보던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났던 책입니다. 내가 먼저 읽고 학교 도서관 책으로 신청했던 책이기도 합니다. 선생님들이 먼저 책을 읽는 모습이야말로 최상의 독서 교육 방법임을!


이 책은 인생을 살아가는 진리를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쉽게 느낄 수 있도록 참신한 그림을 곁들인 그림책입니다. 글자는 페이지마다 단 두 줄씩만 들어있어서 읽는 아이들도 부담없이 좋아했습니다. 이야기의 힘을, 그림책 한 편의 힘이 어느 수업 시간 못지않게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그림을 보면 이해할 수 있으니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하고도 남습니다.


이 책은 미래를 살아갈 핵심역량을 다 담고 있어서 바른생활 교재로도 참 좋았습니다. 어려운 말로 표현히지 않으면서도 인생 수업에 필요한 역량들이, 공교육에서 추구하는 교과역량까지 담고 있습니다. 진리는 단순하고 짧고 명쾌해야 하며 1학년 학생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일 때 빛을 발합니다. 실감 나게 표현하는 모습, 주인공에 따라 다르게 표현하는 목소리까지 담아내고 있으니 국어과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거의 모든 성취수준을 완벽하게 거두고 있답니다.


금성초에서는 2018 학교 교육과정 수립을 위해 벌써 몇 차례의 교직원 다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학부모와 학생, 교사들로부터 2017 학교 교육에 대한 반성자료와 건의사항을 수렴하여 수치화하여 분석하며 모든 구성원이 교육의 주인이 되어 올해보다 더 나은 2018 금성초 교육을 위한 자리를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개인적으로 학교의 비전과 핵심역량을 토의하며 느낀 것은 손에 잡히지 않는 추상적 개념과 정의가 교육의 본질을 제대로 꿰뚫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교육정책 입안자나 관리자를 비롯해 선생님들까지 당해 학교의 교육비전에 맞는 삶을 살고 있는지, 추구하는 핵심역량을 지니고 살고 있는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지 저부터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거의 모든 학교의 학교교육계획이 너무 높은 이상을 추구하는 교육 비전과 중점과제로 가득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미래핵심역량이니, 교과역량 등 새로운 개념들을 계속 들이대지만 결국은 똑같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과거보다 더 삭막하고 메마른 인성을 지닌 학생들이 더 많아졌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어른들이 보여준 잘못된 모습 때문임을 잊지 말아야 함에도 비전이나 목표를 달리 잡으면 교육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제가 추구하는 인간상(교육비전)딱 두 가지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날마다 말하곤 합니다. "착한 어린이와 좋은 책을 많이 읽는 어린이" . 좋은 책을 많이 읽는 아이들은 모두 다 착하고 공부를 좋아하고 친구를 사랑하며 부모님께 효도함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성실해서 충(忠)하니 숙제도 잘하니 미래핵심역량도 이미 갖추고 있습니다. 착하니까 친구를 배려하고 공감할 줄 알며 자기 반성이 습관이 되어 실천도 잘합니다. 공자의 핵심 사상인 忠과 恕(내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않음) 까지 가르쳐도 이해하고 받아들일 정도로 현명합니다.


필자가 가르치는 1학년 아이들은 요즈음 예쁜 언어들을 달고 산답니다. 책 속에서 읽었던 한 귀절을 발표할 때 인용하기도 하고 친구들끼리 대화를 할 때에도 은연중에 사용하는 걸 듣습니다. 예를 들어, 자기 짝이 공부 시간에 해찰이라도 하면, "00야, 일분일초도 소중한 거야!" 라고요. 선생님이 잔소리를 해야 할 상황에서도 아이들이 먼저 해결책을 말하곤 합니다. 1학년 아이들도 미래핵심역량인 자기관리능력을 완벽하게 추구하고 있음을 보면서 책의 위력에 놀랍니다.


11월 독서평가를 끝낸 이 책은 9명의 아이들 각자에게 선물로 주었습니다. 세상이 살기 좋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자기 집에 읽을 만한 책이 없는 아이들이 많으니까요.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 만큼 생각할 게 많은 책이라서 부모님도 같이 읽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외식을 하거나 가족 나들이에는 선뜻 돈을 쓰면서도 유독 책에만은 인색한 것이 현실입니다. 필자는 늘 말합니다. 선물 중에 최고는 책이라고요. 할 수만 있으면 먹고 소비하는 선물보다 책 선물을 주고 받는 풍토가 되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은근히 압력을 넣기도 합니다. 생일 선물로 비싼 케잌이나 옷보다 책을 열 권쯤 사 주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리라고요.


지금 우리 반 아이들은 이 책을 다 외워서 친구들 앞에서 또 자랑삼아 발표할 거랍니다. 시 대신에 그림책 한 권을 다 외워 구연동화를 하여 1000 포인트 칭찬 스티커를 받겠다며 틈만 나면 옹알댑니다. 그림책의 아름다운 언어들을 달고 사는 아이들이라면 나쁜 행동도 더 자제하고 참아낼 수 있으리라는 확신으로 잔소리 대신 책을 안겨주곤 합니다.


 먼 후일 1학년 때 선생님의 이름은 잊어도

그 때 읽고 외웠던 아름다운 언어만은

뇌세포 깊숙히 살아남아 추억이 될 수 있기를!

평생 시를 좋아하고

책을 인생의 스승으로 삼아 아름답게 살아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