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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바야흐로 수상 또는 시상의 계절이다. 어느새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런저런 시상식에 얼굴을 비쳤다. 아무래도 문인인지라 내가 참석한 것은 대부분 문학상 시상식이다. 우선 내가 회장으로 있는 교원문학회 회원들이 상을 받거나 주는 문학상 시상식에 가서 축하했다. 지난 5월 치른 교원문학상 시상식에 온 문인이 상을 받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결혼 축하나 초상집 조문이 그렇듯 품앗이 내지 인간의 도리 차원에서 그리 한 것이다. 바꿔 말하면 교원문학상 시상식때 오지 않은 문인이 상을 받는 경우 초대장을 받고도 가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물론 그것을 무시해도 좋을 만큼의 특별한 인연이 있거나 개인적 친분이 각별한 경우엔 애써 참석하기도 했다.

무릇 문학상 시상식은 상패와 함께 소정의 상금을 수여한다. 그렇지 않은 문학상 시상식도 있다. 가령 어떤 문학회는 제1회 대상과 신인상을 시상하면서도 달랑 상패만 안겨주고 있다. 조례 제정 등 상금을 줄 수 있는데도 공직선거법에 저촉된다나 어쩐다나 하며 상패만 주는 성의 없는 지자체와 다를 바 없다. 혹 점잖게 돈보다 명예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과연 그럴까.

하긴 스폰서가 없다면 무상금이어도 시상식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회비라고 해봐야 동인지 인쇄비에도 턱없이 모자랄 것이기에 그것은 온전히 회장의 자부담으로 남게 된다. 그런 사정을 이해한다해도 상금 없는 문학상 시상식은 좀 아니지 싶다. 그런데도 무릇 수상자들이 이발한 모습이나 한복 차림으로 수상대에 서는 걸 보면 참 이상한 일이다.

상금이 있는 시상식이어도 문제는 남는다. 가령 교원문학상 시상식에 온 시인이 수상하는 어느 시상식을 갔더니 주관한 문학회는 지도교수를 모시고 배우는 회원들 모임이었다. 서로 격려 차원에서 회원들끼리 조용한 가운데 주고 받는 것이라면 모를까 신문에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떠들썩하게 벌일 시상식은 아니지 싶다.

최근 어느 문예대학은 시와 수필부문 작가상을 선정시상한다고 밝혔다. 각 부문 수상자에게 200만 원씩 수여하는 상이다. 그런데 수상자들은 문예대학에서 정기적으로 강의를 들으며 공부하는 예비문인, 그러니까 학생들이다. 상 제정과 시상이 자유인데다가 등록률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당근책으로 이해되긴 하지만, 이런 문학상은 좀 아니지 싶다.

앞에서 말한 지도교수가 있는 문학회 주관 문학상 상금은 무려 3백만 원이다. ‘무려라고 말한 것은 기존 시인이나 수필가가 회원인 전북시인협회 전북시인상이나 전북수필문학회 전북수필문학상, 전북의 작가회의를 뺀 모든 문인이 회원인 전북문인협회 전북문학상조차 100~200만 원인 것과 비교해보면 많은 액수라 할 수 있어서다.

상금 3백만 원의 문학상이 또 있다. 다행히 이 상은 이미 등단하여 나름 열심히 활동해온 회원 문인에게 주는 것이다. 두 개 문학상의 공통점은 어느 출판사 사장이 상금을 후원한다는 점이다. 메세나까지는 아니더라도 출판사의 그런 상금 지원은 반갑고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런데 그 액수로 상의 권위가 정해지는 건 아니라해도 뭔가 좀 찝찝한 뒷맛이 남는 건 왜일까.

공모절차 없이 찾아주는 상을 표방한 어느 문학상은 몇 년째 계속 깜이 안 되는 수상자를 내고 있다. 미간을 찌뿌리게 할뿐더러 문학상의 전통 및 권위 상실을 자초하는 모양새다. 귀한 돈 써가면서 욕먹을 짓을 하고 있는 셈이라 할까. 하긴 도무지 수상자로 깜 안 되는 사람들이 상받는 일이 어제 오늘의 일일까마는.

당연히 나는 깜냥이 안 되는 사람의 문학상 시상식에 가지 않고 있다. 필연 악수를 나누고 축하한다는 말도 해야 하는데, 마음이 그게 아니어서다. 연기 잘하는 영화배우나 무슨 사업가정치인도 아닌데, 억지춘향이 노릇을 왜 해야지 하는 반감이 생겨서다. 그런데도 시상식장은 사람들로 꽉 채워진다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어느 시상식이랄 것 없이 이른바 식전행사가 있는데, 이것도 좀 아니지 싶다. 어느 경우 판소리가곡시낭송색소폰연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1시간 넘기도 한다. 글쎄, 무슨 공연인지 시상식인지 헷갈리고 짜증이 날 정도라면 식전행사에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엊그제 참석한 전북수필문학상 시상식만 제대로였다. 정기총회와 함께 시상식이 곧장 열려서다.

내친김에 대부분의 문학상 시상식 식순에 있는 내빈 소개도 생각해보자. 가령 주관 문학회의 회원은 내빈이 아니다. 문학회원 아닌 외부 인사만 내빈으로 소개해야 맞는데, 가보면 그게 아니다. 아예 회원 유무와 관계없이 내빈 소개 단골이 있을 정도다. 그런 생각을 옆좌석 선배에게 귓속말로 하고 있는데, 나를 소개하는 회장의 멘트가 들려왔다.

다음은 장세진 교원문학회장님 오셨습니다.”

시상식 주관 문학회 회원인 나는 엉겁결에 벌떡 일어나 좌중을 향해 고갤 숙여 인사하고 말았다. , 그것참! 나는 지금도 회원인 내가 왜 내빈으로 소개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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