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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교원은 경찰, 판사가 아니다

변검술의 ‘변검’(變瞼)은 중국 전통극에서 배우가 얼굴 표정 가면을 재빠르게 바꾸는 것을 지칭한다. 최근에는 이런 변검술을 교원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바로 학교폭력을 둘러싼 이야기다. 
 
학교는 교내는 물론 학교 밖 폭력 사건까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를 열어 심의한다. 대부분의 교감은 위원장(진행자 겸 판사) 역할을 맡고 교사위원과 학부모위원들은 검사와 변호사 역할을 넘나들며 협의한다. 자신의 제자 또는 자녀와 비슷한 학생들을 면 대 면으로 접하고는 사건을 요소별로 점수화해 처리한다. 초등은 중등보다 더해서 놀이터, 교습학원, 집에서 경미한 피해를 입어도 전화를 통해 민원을 제기하고 학폭위 개최를 요구하는 실정이다. 

판정시비, 업무부담 시달리는 학폭위
 
학폭위 개최는 시작 전부터 난관이다. 교내 교원위원과 학부모 위원의 소집은 덜한 편이나 의사, 변호사, 경찰 등 외부위원은 일정을 맞추기가 어렵다.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담당교사는 전화에 매달려야 한다. 
 
학교는 학폭 담당교사(보통 학생부장) 인사 때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아이들 사이에서는 ‘학주’라는 안 좋은 의미로 불리고, 학부모에게는 민원 제기의 도화선이 된다. 학교 내·외 행사 질서유지의 책임자이자, 지역사회 축제나 문화재 행사시 연합순찰자로 차출돼 밤늦도록 다녀야한다. 당연히 기피업무다.
 
학폭 사건 중 특히 학교 밖에서 벌어진 일은 곤혹스럽다. 더욱이 여러 학교 학생들이 연루된 경우, 학교별로 진술서를 받다보니 가·피해자에 대해 달라도 너무 다른 진술서를 접했던 경험이 있다. 그러다보니 같은 사건을 두고 각 학교별로 수집된 자료로 협의하는 과정부터 순탄치 않고 회의는 3∼4시간 만에 모두 쌍방 가해로 징계 처리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쌍방폭행의 경우는 주관학교를 설정하는 일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여러 학교가 모여 각 학교가 조사한 사안으로 소명하다보면 참가한 외부인사중 변호사나 경찰위원들조차 힘들어할 정도로 의견이 대립되고 결국 이견은 다수결로 결정되곤 한다. 경찰에게 주어진 수사권이나 탐문 수사 권한, 길거리 CCTV 열람권도 없는 교사에게 객관적인 입증 자료를 확보해 사안을 조사하라는 것 자체가 무리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중대 사안, 학교별 처리 버거운 현실
 
경미한 학폭 사안은 담임교사에게 힘을 실어줘 화해·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학교장이 추인해 종결하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것이 불필요한 ‘낙인효과’와 학폭위 자체가 ‘비교육적’이라는 양론을 모두 해소할 수 있다. 
 
중대한 학폭은 외부 기관에 학폭위를 두고 심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사랑하는 제자 앞에서 교원이 검사, 경찰, 판사가 되라는 변검술을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각 지방자치단체 경찰서 안에 있는 여성청소년과 부설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구성하고 전문성을 갖춘 위원들로 하여금 심의, 의결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각 학교에 통보해줌으로써 교원과 제자 사이에 앙금이 남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결국 학생은 학교현장으로 다시 돌아온다. 더 이상 학폭위에서 교원과 학부모에게 변검술의 재주를 부리지 않도록 해주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