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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동화로 돌아보는 교단 50년] 우리가 번 돈 이예요. 빼앗지 마세요 3

수학여행 비용으로 쓰겠다는 각오로 온종일 논바닥의 보리를 베고, 모내기를 하여 모아온 돈을 학교 화단에 세울 콘크리트 상을 세우개ㅣ 위해 내놓으라는 교장과 맞선 담임은 결국 ㄷ존을 빼앗기고 말았으니.....

우리는 또 다시 들판으로 나섰다. 날마다 이 들판 저 들판으로 다니면서 모내기를 하였다. 어떤 논에는 아직 물이 들어가지 않아서 모를 낼 수가 없어서, 호미를 들고 가서 모를 호미를 일일이 심기까지 하였다. 이렇게 힘든 일을 하여도 우리는 기뻤다. 못자리에서 모가 타들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들판을 지나는 시냇가에서 물을 퍼 나르던 때를 생각하면 모내기를 항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절로 났다. 우리는 일주일을 날마다 논으로 나가서 모내기를 돕는 일을 하였다. 물론 우리는 모내기를 해주면서도 조금씩 돈을 받아서 우리들의 수학여행비를 마련하는데 보탬이 되게 모았다. 모내기 일주일 동안에 우린 매일 6,000원씩을 벌어 들였다. 모내기는 한 마지기에 300원씩을 주셨다. 보리 베기와는 달리 모내기는 우리가 조금만 잘못하면 농사를 망칠 수 있으니까, 일을 많이 하기보다는 정신을 쏟아서 모를 잘 심는 것이 더 중요하였기 때문에 우리는 정성껏 모를 심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심는다고 농사 망친다고 안 된다고 했더니, 어찌나 꼼꼼하게 심었는지, 어른들이 심은 것보다 더 잘 심었어 !”

하는 칭찬을 들었을 때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 우선 우리가 모두 농촌에서 자랐고, 농사를 짓는 집의 아이들이니까 남의 농사를 망쳤다는 얘기를 들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남의 농사를 망친 것은 내 농사를 망친 것이나 다름이 없는 일이 아닌가?’

다들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모내기를 정성껏 하였고 다행히 잘 심었다고 칭찬을 듣게 된 것이었다. 우리는 모내기를 일주일 하는 동안에 36,000원을 더 벌어서 모두 100,000원을 모았다. 우리 한 사람 몫으로 2200원이 넘는 돈이었다. 이 정도면 한 사람이 1,000원 정도씩만 내면 수학여행을 갈 수 있게 되었으니,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는 모두 우리가 모은 돈에 희망을 걸고 11월에 수학여행을 갈 때까지 무엇을 해서 돈을 더 모으나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름 방학을 며칠 앞둔 7월 초순에 들어서 학교에서는 학교공원화사업을 추진하시던 교장선생님은 학교 화단에다가 세종대왕상과 이순신장군상, 신사임당, 반공소년 이승복상, 효자 정재수의 상, 그리고 동물상으로 호랑이, 사자, 기린, 꽃사슴, 등을 세우기로 하면서 학부형들의 도움을 요청하였고, 학부형들의 기부금이 모자라자 학교 안의 모든 돈을 쓸어 모으게 되었다. 이 때 학교에서는 6학년 어린이들의 수학여행비로 모은 돈을 학교 공원화 사업비로 내어놓으라는 것이었다.

김선생, 지금 학교에서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다는 것은 직접 찾아다니면서 기부금을 모아 봤으니 더 잘 알 것이네. 그래서 말인데. 6학년이 모아둔 돈을 좀 내어놓을 수 없겠나?”

교장 선생님은 이렇게 선생님께 요구하였다. 그러자 우리 선생님은

무슨 말씀입니까? 그 돈은 절대로 안 됩니다. 그것은 아이들이 자기들의 수학여행비로 모으기 위해서 여름 내내 땀을 흘리면서 보리 베기하고 모내기하여서 모은 돈입니다. 학교에서도 그렇게 하라고 하셨고,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을 하여서 모은 돈입니다. 그걸 내 놓으라면 안 될 말입니다.”

하고, 분명하게 거절을 하셨다. 그러자, 학교 경리를 책임지고 있던 강 선생은 우리 담임선생님께 폭언을 하면서

교장선생님이 하라면 하는 것이지 뭐여? 안 된다고? 학교 안에서 교장의 말을 안 듣고 대들겠단 말이여?”

하고 협박을 하였다. 그러나 담임선생님은 그런 협박이나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아무리 그래도, 우리 반의 아이들이 자신들이 의견을 모아서 한 일이고, 그 아이들이 일을 해서 모은 돈이니까, 그건 아이들의 돈이지 내 돈이 아닙니다. 내가 마음대로 할 수도 없는 일이거니와, 아이들에게 무어라고 말을 합니까? 담임이 아이들을 속이고 일을 시켜 먹고 그 돈을 빼앗아야 한단 말입니까? 난 그런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하고 끝까지 반대를 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버렸다.

이 일로 해서 학교 안은 한창 소란이 일어났다. 교장선생님과 경리 담당 강선생님은

돈을 내어놓아서 학교 일에 보태야 한다.’

는 생각이었고, 대부분의 젊은 선생님들은 이와 반대로

무슨 소리야, 아이들이 어떻게 모은 돈인데 그걸 내놓으라니 말도 안 돼! 교장선생님도 참 그게 뭐 그리 중요하다고 기어이 지금 세워야 하나?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인 돈인데 그걸 내놓으라면 담임은 아이들에게 뭐라고 하란 말이야?“

하면서 반대를 하였다. 결국 선생님들까지 두 파로 나뉘어서 의견이 달랐다. 이렇게 학교 안에서도 야단이 났지만, 아직 우리들에게는 이야기를 해주지 않아서 우린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서 이번에는 교장선생님이 담임선생님을 불러서

이미 주문을 해 놓았으니 그리 알게. 내가 쓰겠다는 것도 아니고 자네가 맡은 일이 아닌가? 학교 공원화 사업을 하려면 어쩌겠나?”

하면서 이미 주문을 해놨으니 그리 알아라.’ 고 일방적으로 다그쳤다. 그러나 우리 선생님은

전 못합니다. 제가 아이들과 약속을 한 일입니다. 그럼 제가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해서 일을 부려먹었다는 말을 들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자기들의 수학여행비를 번다는 생각으로 그 어린것들이 코피를 흘려 가면서 번 돈입니다. 그런데 그 돈을 내놓으라고 어떻게 말을 하란 말입니까? 제 입으로는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못 합니다.”

하고, 끝까지 반대를 하고 나섰단다. 이렇게 되자 교장선생님이라도 어쩔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김선생은 빠지시오. 우리가 아이들에게 이해를 시키겠소.”

교장선생님은 이렇게 말을 하면서 직접 아이들을 설득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정말 교장선생님이 아이들을 설득시키시겠단 말씀입니까? 강제로 하지 않고 아이들이 스스로 그렇게 하겠다고 하도록 만드시겠단 말씀입니까? ‘손들어라고 하지 말고, 찬반 비밀 투표를 해서 결정을 하시겠다면 저도 따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빤히 쳐다보면서 반대하는 사람 손들어식으로 결정을 한다면 저는 인정 못합니다. 아무리 교장이시고 이 학교의 책임자 이시지만, 이번 일만은 순수하게 어린이들이 자기들의 결정에 의하여 자신들의 손으로 마련한 거금입니다. 아직 판단력이 부족하다고 억지로 빼앗아서는 안 됩니다.”

김선생 ! 그게 무슨 말이야? 억지로 빼앗다니? 지금 우리가 아이들의 돈을 빼앗아 먹겠다고 하는 건가? 학교를 위해서 협조를 하자는 것이 아닌가?”

만약 아이들이 그 돈을 마련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하실 작정이셨습니까? 그 돈이 없었다면 그 사업 중에 한두 개를 덜 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왜 아무 준비도 없이 주문을 하시고선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시려고 하시는 겁니까?”

담임선생님이 너무나도 강하게 반대를 하시니까 교장 선생님도 함부로 할 수가 없다고 생각을 했는지 잠시 생각을 해보시는 눈치이셨다. 그 때 학교 회계사무를 맡은 강선생이 문을 박차고 들어오면서

김선생 ! 자네 뭔가? 나이 드신 교장선생님께 그렇게 대드는 게 도리라고 생각하는 거여?”

하고 소릴 지르는 것이었다. 담임선생님은 어이없다는 듯이 강선생님을 바라보면서

제가 뭘 잘 못했습니까? 제가 제 욕심 채우자고 그러는 겁니까 ? 아이들이 피 땀 흘려 마련한 그 돈을 억지로 내놓으라니까 그러지요.”

그럼 교장선생님이 욕심을 채우려고 그 돈을 달라고 하는 거란 말인가? 학교 사업을 하자고 하다 보니까 모자라서 좀 돕자는데 그게 잘 못 됐다는 말이여 !”

금방 치고 말겠다는 듯이 협박적이었다. 이 강선생님은 우리 담임선생님의 형님과 동창생이어서 마치 동생을 대하듯이 함부로 하는 편이었다. 더구나 덩치도 크고 면내에서는 깡패란 말을 들을 만큼 자기 멋대로 하고 다니는 그런 분이었다. 그러나 담임선생님은 그런 강선생님에게 지지 않고

그건 아니지요. 만약 그 돈을 준비하지 않았으면 지금처럼 주문을 해놓고 어찌하려고 했는지 여쭤 보는 거예요. 아무런 대책도 없이 주문을 해놓지는 않았을 거 아니예요?”

이렇게 따지자, 강선생님은

그거야 우리가 마을에 다니면서 협조를 받아 왔지 않아. 그런데 돈이 너무 모자라니까 그러는 거 다 알면서 왜 그래?”

그래서 처음부터 돈이 준비 된 만큼만 주문을 하자고 하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무슨 재주로 학부모님들의 호주머니를 뒤져서 빼앗아 올 수 있다고 억지로 일을 벌여 놓고서 이제는 아이들에게 피해를 입히려고 하니까 하는 말입니다.”

! 너 말 다했어? 정말 이렇게 협조하지 않고 대들 거야? 형을 봐서 참아 왔더니 아주 못 쓰겠구만....”

강선생님 ! 형님의 동기동창이시라고 저도 형님 대우하면서 살아 왔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제 큰 형님의 담임 이셨다는 것도 알고 살아 왔구요. 그러나 이번 일을 그런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잘 못 한 것은 잘 못이지 형님의 친구라고 그것으로 억지를 부리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담임선생님의 말씀에 이론적으로 부족함을 느낀 것인지, 아니면 성질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인지 강선생님은 담임선생님을 향하여 재떨이를 내던졌다. 다행히 피해서 다치지는 않았지만 큰 일이 날 뻔하였다. 이렇게 소란이 일어나는 동안에 교무실에 선생님들은 점차 험악해져 가는 분위기를 느끼고 하나 둘 교장실로 다가오다가 이 광경을 보게 되었다. 선생님들은 우르르 몰려들어서 담임선생님과 강선생님을 뜯어말리고 억지로 껴안고 밖으로 끌어내었다.

결국 모든 선생님들이 모여서 의논을 하여 결정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건 또 무슨 경우인가? 아이들이 마련한 돈을 쓰는데 아이들의 의견이 아니라 선생님들이 결정을 한다니....’

무엇인가 잘 못 되어 가고 있었지만, 담임선생님의 혼자 힘으로 이렇게 학교 전체와 맞서 싸울 수는 없었다. 일단은 선생님들의 의견을 따르기로 하고, 교무실에 모두 모였다.

한 시간 가량이나 의논을 계속한 결과는 일단 교장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이해를 시키고, 아이들의 동의를 얻어서 집행하기로 하였다. 담임선생님은

아무리 그래도 저는 동의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도저히 제 양심으로는 아이들에게 협조를 해달라는 이야기를 할 수 없으니,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께서 해주십시오. 그리고 아이들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억지로 그렇게 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하면 안 됩니다. 저는 제가 어린이들에게 한 약속이 있기 때문에 도저히 제나 나서지는 못하겠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절대 반대입니다. 아이들에게도 이 말만은 해주셔야 합니다.”

하고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으셨다.

이렇게 의논이 분분하던 일은 선생님들의 의견을 따라 일단 교장선생님이 교실에 들어 가셔서 아이들의 동의를 구하기로 하였다.

“6학년 어린이 여러분 ! 이미 여러분도 잘 알고 있을 줄로 압니다. 학교 화단에 지금 여러 가지 동상모형을 설치하고 있는데, 여러분 아버지 어머니가 돈을 거두어 주셔서 많이 도움이 되었지만, 아직 돈이 조금 모자랍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수학여행을 가려고 모아둔 돈을 학교 사업에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의논을 하였으나 담임선생님은 여러분과의 약속 때문에 절대로 안 된다고 반대를 하여서 며칠 동안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저렇게 주문을 하여서 설치는 해놓았는데, 돈이 모자라서 못 보내고 있습니다. 여러분 ! 여러분이 모은 돈으로 학교 화단에 멋진 동상모형을 하나 만들어 두자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애써 모은 돈이고 피땀을 흘린 돈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여러분의 의견을 듣기로 한 것입니다. 협조해 주실 거지요?”

교장선생님의 말씀에 우리들은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교장선생님이 자기 아버지, 어머니의 담임선생님이었던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얼굴을 보일까봐 고개들을 푹 숙이고 있었다. 교장선생님의 10여분에 걸친 이야기를 듣고서도 누구도 좋다’ ‘싫다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 정도로만 이야기를 해 놓고 교장선생님은 나가버리셨다. 교장선생님은 이 정도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했으면 되었다고 생각을 한 것이었다.

그러나, 담임선생님은 그런 정도에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도 동의를 해주지 않으므로 하는 수 없이 교감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교감선생님은 아주 얌전하신 선비 같은 분이셨다.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무리한 이야기를 하게 되어서 대단히 미안하다. 그렇지만, 이것도 학교를 위한 일이 아니겠느냐? 너희 담임선생님은 너희들과의 약속을 어기지 않기 위해서 교장선생님께 대들기까지 하셨고, 선생님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기까지 하였다. 이제 너희 담임선생님은 너희들과의 약속을 어길 수 없기 때문에 끝까지 그만큼 애를 쓰셨다. 이제는 너희들이 결정을 해야 할 때이다. 너희들이 양보를 하면 담임선생님이 학교에서나 여러 선생님들 사이에 좋은 분이 될 수 있겠지만 너희들이 끝까지 반대를 한다면 너희 선생님까지 욕을 먹게 되는 거다. 너희들을 위해서 그만큼 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나는 지금 너희 담임선생님 댁에서 하숙을 하고 있지 않니? 그런데 담임선생님이 여러 선생님들에게 비난을 받는 모습을 볼 수는 없을 것 같구나. 그래서 내가 너희들에게 이렇게 부탁을 하려고 한다. 어쩔 테냐? 너희들의 돈을 지킬 테냐, 아니면 담임선생님을 욕먹지 않게 해드릴 테냐?”

교감선생님의 말씀을 들은 우리들은 술렁이기 시작하였다. 이런 우리들을 보면서 교감 선생님은 천천히 우리들에게 이야기 하셨다.

너희들이 그 돈을 벌기 위해 얼마나 피땀을 흘렸는지 내가 다 안다. 날마다 선생님에게 들었고, 너희 선생님이 녹초가 되어서 저녁을 먹자마자 떨어져 잠들곤 했으니까, 너희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만 하였지. 그런데 너희들이 잘 해주지 않으면 너희 선생님이 곤란해질 것 같구나. 너희 선생님이 끝까지 반대를 하고 있는데, 너희들까지 반대를 하면 그 돈을 쓰지는 못하겠지. 그러나 선생님은 우리 학교에서 좋아할 사람이 없게 되어서 따돌림을 받게 될 거야. 너희 선생님은 오직 너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저렇게 다른 선생님과 싸움까지 하였는데, 이제 어떻게 하겠니? 너희들이 양보를 한다면 문제는 쉽게 해결이 될 수 있는 거야.”

하시면서 우리들에게 양보하고 선생님의 입장을 이해해 줄 것을 요구 하셨다. 이 말씀을 들은 우리는 정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런데 교감 선생님은

억지로 빼앗을 수는 없으니 너희들이 결정을 해라고 우리들의 의견을 물었기 때문에 우리들은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교감선생님, 죄송하지만 이제 저희들끼리 의논을 할 수 있도록 해주시면 인될까요?”

반장 경수가 말씀 드렸고, 다른 아이들도 좋겠다고 찬성을 보였으므로 교감 선생님은

그러면 너희들끼리 의논을 하여서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여 가지고 알려 줄 수 있겠지?”

하시자 우리들은 모두 좋다고 하였다.

교감선생님이 나가시고 반장인 경수가 앞으로 나와서 학급 회의를 열었다.

이제 더 설명하지 않아도 알겠지? 우리 선생님은 끝까지 양보를 할 수 없다고 버티시고, 교장 선생님이나 다른 선생님들은 양보를 하였으면 하는 모양인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하자, 영호가 손을 번쩍 들고서 일어섰다

우리 선생님의 말씀이 맞는 거지. 왜 우리가 그렇게 땀 흘려 번 돈인데, 무조건 학교에서 내놓으라면 말이 되냐?”

하자 다른 아이들도 몇몇이 옳다고 찬성을 하였다. 그 때 문식이가 일어서서

당연히 우리 선생님의 말씀이 맞아. 그리고 우리 돈을 우리에게 억지로 내 놓으라면 안 되는 것이 맞는 이야기야. 그렇지만, 지금 우리를 지켜 주려다가 선생님이 곤란해지신 것 같은데 그것은 어떻게 해야 옳은가 생각을 해봐야지.”

하면서 좀 어른스러운 이야기를 하였다. 우리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런 모습을 보고 경수가 다시 이야기를 하였다.

너희들도 잘 알잖아. 우리 선생님이 한 번 우리하고 약속을 하였기 때문에 우리가 그러자고 하지 않은 한 절대로 양보를 하지 않으실 거야. 그러니까 우리가 바른 결정을 해야 돼. 교감선생님이 저렇게 이야기하시는 걸 보면, 우리 선생님이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고 교장선생님한테도 대들고 끝까지 반대를 하신 모양인데 우리는 어떻게 해야 좋겠니?”

이 말을 들은 아이들이 모두 가만히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늘 빈충 맞은 이야기를 잘하는 준태가 손을 번쩍 들더니

우리 선생님이 안 된다면 안 되는 거 아냐? 우리는 우리 선생님의 의견만 따르면 되지 않아?”

하고, 말을 하자 문식이가

그걸 몰라서 그래? 우리가 지금 생각하자는 것은 우리 선생님이 우리를 지키려고 다른 선생님들에게 미움을 받게 되었다는 게 문제가 아니야. 우리만 좋자고 선생님이 그렇게 되어도 좋다는 말이야?”

하자 다른 아이들도 모두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준태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괜히 나에게만 그래. 난 내 생각도 말하면 안 되나?”

하고 궁시렁거렸다. 다시 문식이가 일어서서

금방도 말했지만, 우리 선생님이 어려운 입장이 되시게 놔 둘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가 번 돈 아깝고 섭섭하지만 양보하고 차라리 우리가 번 돈으로 만든 것이니까, 동상에 우리 반이 번 돈으로 만든 것이라고 적어 넣어 달라고 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이 말을 들은 아이들은 점점 밝은 얼굴이 되어서 옆 사람과 의견을 나누는 등 수군거리기 시작하였다.

, 이제 우리 결정을 할 때가 된 것 같다. 여러분의 의견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우리 돈을 끝까지 지키자는 준태 의견과 선생님의 입장을 생각해서 우리가 양보를 하자는 문식이 의견이 있는데 이제 의견을 표결에 붙여보면 어떻겠니? 다른 의견이 있으면 얘기하고....”

우리는 서로 눈치만 보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 잠시 후 경수는

, 그럼 더 이상 의견이 없는 것으로 보고 표결에 붙이겠습니다. 나중에 나온 의견인 문식이의 말대로 양보를 하고 우리 반의 기증이라는 표지를 해달라고 하자는 의견과 준태의 의견대로 끝까지 양보를 하지 말자는 의견 중에 먼저 양보하자는 의견에 찬성을 하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

우리들은 모두 다른 사람들의 손드는 모양을 살펴보면서 망설이고 있었다. 의견을 낸 문식이가 번쩍 손을 들었고, 여자들 중에서도 경아, 은자 등이 손을 들자 아이들은 하나 둘 손을 들기 시작하였다. 경수가 둘러보고서는

자 그럼 숫자를 헤아려 보겠습니다.”

하고, 창문 쪽에서부터 세기 시작하자 나도 손을 들고 말았다. 경수는

모두 36명이니까 다음 의견은 손을 들어 볼 필요도 없이 결정되었습니다. 그럼 교감선생님께 가서 그렇게 말씀드리고 오겠습니다. 괜찮겠죠?”

하자 아이들은 모두 다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하여 일주일 이상 끌어오던 문제는 마지막 단계에서 양보를 하는 것으로 우리학급 아이들이 동의를 해버린 것이었다. 그렇지만 우리들의 마음 한 구석에는 자신들의 돈을 빼앗겼다는 서운한 마음을 버릴 수는 없었다.

너희들이 왜 그걸 양보한다고 결정을 했니? 누구 맘대로 그걸 내놓겠다고 해? 얼마나 힘들게 마련 돈인데 그걸 왜 내놓기로 하느냔 말이야?”

선생님은 몹시 화가 나셨지만, 사실은 우리들의 결정을 더 이상 나무랄 입장이 아니셨다.

너희들이 이번에 양보를 한 것은 이 선생님을 위해서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난 너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을 할 수가 없다. 마지막까지 지켜 주지 못한 내 책임이기 때문이다. 미안하다. 너희들에게 미안하다. 너희들에게 약속한 것을 못 지킨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내 책임이니까.”

선생님은 눈가에 맺힌 이슬 같은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고개를 들고 멀리 존재산을 바라 보고 계셨다. 아마도 가슴속에서는 부글부글 불이 타고 있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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