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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계영배 : 넘침을 경계하는 잔>


플라톤이 생각한 행복


먹고 입고 살고 싶은 수준에서 조금 부족한 듯한 재산.

많은 사람이 칭찬하기에는 약간 부족한 용모.

자신이 자만해 있는것에서 사람들이 절반 정도밖에 알아주지 않는 명예.

 

겨루어서 한 사람에게 이기고 두사람에게 질 정도의 체력.

연설을 듣고서 청중의 절반은 손뼉을 치지 않는 말솜씨.

 

적당히 모자란 가운데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나날의 삶이 곧 행복이라고 믿는 플라톤의 행복철학이다.


2018년이 시작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새해라는 의미도, 새 달력도 인간이 편의상 만든 개념이고 물건일 뿐이다. 시간이 선형적으로 흐르는 것도 아님을 생각하면 과거나 현재 미래라는 개념조차 다분히 인간들에게만 한정된 편견일 수 있다. 반복된 일상이 지속될 뿐인데도 굳이 삶 속에 시간을 끌어들인 것은 오로지 인간의 편의를 위한 도구가 아닌가.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온통 북새통을 떨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의 목적이 인간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게으름이 만들어낸 산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학기술 덕분에 편리해진 시간과 공간이 인간에게 가져온 것은 순간의 행복이 아닐까. 잉여시간 만큼 늘어난 잉여인간들은 이제 자동화된 기계에 밀려 일자리마저 위협받고 있으니 이것 또한 아이러니가 아닌가.


해가 다르게 새로운 기종을 선보이는 휴대폰이 인간을 행복하게 하고 있을까?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휴대폰에 머리를 처박고 손가락 운동에 열심인 사람들을 보는 일은 일상이 되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책을 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 지하철이건 시내 버스 속이건 책을 든 사람은 거의 없다. 그야말로 검색의 시대에 살고 있다. 얄팍한 지식만으로도 세상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우쭐해하며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산다. 이것이 편리해진 세상, 기계에 일을 맡기고 남아도는 시간에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르고 사는 사람들은 그 무료함을 견디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양극화를 부추길 거라는 걱정들을 많이 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삶은 한층 편해해지다 못해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게으른 인간을 양산할 거라는 뜻이다. 손가락만 까딱하는 세상, 생각조차 인공지능로봇이 대신하는 세상에서 인간의 지능은 오히려 떨어질 거라는 암울한 전망들이 나온다. 심지어 2050년이 되면 인간의 지능이 80 이하가 되는 상황으로 만든 영화까지 등장하고 있으니!


게으름을 넘어


편리함에 대비되는 것은 게으름이다. 자동차는 걷기를 싫어하게 만들었다. 일회용 물건과 인스턴트 식품은 환경을 파괴함을 넘어 불임이나 난임을 유발하고 있다. 의학의 발달로 수명은 늘어났지만 항생제의 남용으로 치료조차 불가능한 세균으로 인해 병명조차 알 수 없는 질병이 늘어나고 있다. 자동화 시설에 빼앗긴 일터로 인해 실업자를 양산했다. 새로운 직업군이 나타나고는 있지만 없어진 일자리를 채우지는 못한다. 가진 자들은 우주를 여행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없는 사람들은 생계마저 불투명하고 질병에 노출되어 최악의 양극화 세상이 도래할 거라는 비관적인 전망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이제 인류는 인공지능이 대신하는 세상을 무작정 환영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계영배처럼 다루지 않으면 행복조차 빼앗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플라톤이 말한 행복의 조건은 약간의 부족함이니 계영배와 닮았다. 그것은 다르게 표현하면 겸손함이다. 다 갖추었지만 부족한 듯 살 수 있는, 잔을 가득하게 채울 수 있지만 70퍼센트만 채우는 계영배처럼 다소의 불편함을 감내할 수 있는 아날로그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창조적 단절로 자신을 가두고 단순하고 조용히 삶을 관조하는 태도를 가져야 바쁜 뇌를 쉬게 할 수 있다. 성공을 재촉하고 관계를 넓히며 명예와 물질을 숭상하는 세계에서 한발짝 물러서는 삶으로 스스로를 구원해야 할 시각을 찾는 일은 인공지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능력이다. 인간은 최첨단의 인공지능보다 몇 천배나 뛰어난 존재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