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21 (월)

  • -동두천 19.9℃
  • -강릉 16.3℃
  • 맑음서울 19.3℃
  • 구름조금대전 19.1℃
  • 흐림대구 14.1℃
  • 흐림울산 15.6℃
  • 구름조금광주 20.3℃
  • 구름조금부산 19.2℃
  • -고창 20.2℃
  • 흐림제주 17.5℃
  • -강화 18.7℃
  • -보은 14.6℃
  • -금산 17.5℃
  • -강진군 18.4℃
  • -경주시 13.8℃
  • -거제 18.1℃
기상청 제공

교양

살인(殺人)이 게임이 될 수 있을까? 혹은 누군가의 죽음을 내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이 가능할까? 질문이 의미 없을 정도로 끔찍한 상상들이다. 그러나 이번에 소개할 두 작품은 이러한 질문을 정면으로 던진다. 그러나 연극들은 이처럼 잔혹한 질문을 통해 우리 사회와 가족 사이에 숨겨진 병폐를 끄집어내고, 고발한다. 잔인한 세상을 마주할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면, 이만 출발해볼까 한다. 어두운 극장 속, 더욱 더 어두컴컴한 세계로. 



연극 <킬롤로지> 
‘살해학(殺害學)’이라는 뜻의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작품이다. 아니나 다를까, 연극 속에는 한 아이가 범죄의 희생양이 되는 순간을 고개를 돌리고 싶을 만큼 자세히 묘사한다. 다행히도 배우들의 연기가 아닌 내래이션과 오디오 효과로 처리되지만. 그렇지만 그 잔인한 묘사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공연의 등장인물은 단 세 사람. 소년 데이비와 그의 아버지 알란, 그리고 게임 개발자 폴. 데이비는 어릴 때 이혼한 부모로부터 방치돼 자라며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데이비는 불량배들과 시비가 붙은 끝에 그만 살해당한다. 사람을 죽이는 롤플레잉 게임 <킬롤로지>에 나온 방식 그대로. 아들에게 가해진 잔인한 범죄가 게임 방식 그대로라는 것을 알게 된 알란은 게임 개발자인 폴을 찾아 복수에 나선다. 
 
세 명의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한 무대 위에 있지만 서로 대사를 주고받는 경우는 드물다. 대신 이들은 독백을 통해 감정을 쏟아낸다. 인물 간 드물게 마주치는 짧은 순간은 각자의 독백 속에 있는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을 한 가지 이야기로 엮어내는 힌트를 제공한다. 
 
작가 게리 오웬은 학교폭력과 10대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보여 왔다. 그는 정서적으로 부모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들이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의 원인과 그 책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작품은 영국에서 초연된 이래 딱 1년 만에 한국 무대에 오르는 그야말로 따끈따끈한 신작. 영국은 무대 위에 동시대적이고 사회적인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편인데, 그중에서도 <킬롤로지>는 시의성 강한 소재와 독특한 형식으로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작품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온라인상의 자극적인 콘텐츠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지금 우리에게도 무거운 질문을 남긴다.



연극 <컨설턴트>
 
무명작가 J에게 어느 날 의문의 남자 M이 범죄소설을 의뢰한다. 이내 한 편의 시나리오를 완성한 그에게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자신이 쓴 작품대로 누군가 실제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 그제야 자신에게 작품을 의뢰한 이가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죽음을 설계하는 회사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J는 처음에는 죄책감에 시달렸지만 우여곡절 끝에 거액의 돈을 제공받고 ‘컨설턴트’라는 이름으로 완벽한 죽음을 설계하기 시작한다. 
 
어딘가 판타지스러운 연극 <컨설턴트>의 줄거리는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작가 임성순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작품은 스릴러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현대인의 익명성과 자본주의가 타인에게 가하는 폭력을 은유적으로 묘사한 소설. 회사가 사회를 대하는 태도, 회사와 ‘나’의 관계, 그로 인해 변화돼 가는 ‘나’의 내면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와 그 안에 속한 개인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연극은 소설이 가진 탄탄한 줄기에 무대만이 가지는 현장감을 더했다. 옥랑희곡상을 수상한 극작가 정범철은 등장인물에 입체감을 더해 연극 대본으로 탄생시켰다. 주인공 J는 원작에서 무기력하고 순응적인 인물이지만, 연극에서는 부조리한 상황에 반항하기도 하면서 마침내 하나의 괴물이 되어가는 모습으로 그렸다. 더불어 원작에는 없는 M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철저하게 감춰진 회사라는 존재를 M이라는 인물로 재해석함으로써 인물 간의 긴장감을 높이고 관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이처럼 원작과의 차이점과 비슷한 점을 찾아내면서 공연을 본다면 관람의 재미는 더욱 높아질 터. 극장으로 떠나기 전 원작 소설을 구입해 ‘예습’해보는 것은 어떨까. 공연은 이러한 모범생 관객들을 위한 특별 할인을 마련 중이다. 소설책 <컨설턴트>를 지참하고 극장에 오면 티켓 가격의 25%를 할인 받을 수 있다. 

◆공연정보
<킬롤로지> 4.26-7.22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 02-766-6007
<컨설턴트> 4.20-7.1 | 대학로 TOM 2관 | 02-3672-0900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