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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석희의 새내기 열전] 나는 도전한다! 그들의 일상에…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보고 있자면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는 이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메시지가 가득하다는 것을 느낀다. 지배세력의 이익을 대변하여 한 사회의 주류 가치로 자리매김했을 뿐인 뻔한 도덕을 권선징악의 싸움터로 동원하여 반복 선전하기보다, 자신에게 친숙했던 모든 배경을 뒤로 하고 더 큰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문화 상품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사회의 큰 자산일 것이다. 

그것은 많은 이들에게 무비판적으로 구질서에 영합하고 인정 투쟁의 아귀다툼에 빠지기보다는 경계를 넘어 사유하고 탈주할 수 있는 상상력과 꿈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6명의 아이들은 언제나 함께였다. 남자, 여자 각 3명씩으로 이루어진 이들은 한 학년의 전부다. 전체 학생 수가 49명인 마산초등학교는 교육부의 폐교 권고 기준인 60명을 밑돈다. 그런 소규모 학교인 탓에, 이 아이들은 아장아장 걸어 다니던 유치원생일 때부터 그럭저럭 청소년에 가까운 꼴을 갖춘 지금까지 줄곧 한 공간에서 함께 성장해왔다.
  
학교에 대해서도, 서로에 대해서도 모르는 게 전혀 없는 이 녀석들에게 막 병역을 마치고 담임이 된 나는 그저 애송이 외부인에 지나지 않았다. 소대장이니 지휘통제실장이니 하면서 수십 명 수백 명을 공터에 모아놓고 호령하던 내게 고작 여섯 명의 학급을 맡겼다며 가볍게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이 녀석들은 내 머리 꼭대기 위에서 놀았다.
  
마산초등학교는 많은 점에서 내가 맞닥뜨릴 거라 생각했던 환경과는 달랐다. 아이들은 아파트에서 살지 않았고, 마당이 있는 전원주택이나 농가에서 뛰어 놀았다. 아이들의 반려동물은 도시의 애완동물들처럼 귀하게 보호받는다는 느낌은 부족하지만, 훨씬 넓은 들판에서 풀 냄새를 맡으며 흙을 밟으며 달린다. 

내 호미질과 삽질이 서투르다고 놀리는 아이들. 한국의 도시화율이 90%를 넘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콘크리트 아파트 빌딩 숲에서 산다는 여러 평균적인 조건들을 토대로 교육 환경을 지레짐작했던 나는 뭐 하나 내 생각대로 흘러가는 것이 없는 새로운 땅에서 적잖이 당황했다.
  
학교는 외딴 섬이나 황무지의 전초 기지처럼 드넓은 농지들 사이로 덩그러니 서 있다. 아이들은 스쿨버스가 아니면 등하교를 할 수 없다. 선생님이 종례를 마치기만을 기다리며 집으로 후다닥 달려가던 모습을 회상해보면, 학교가 끝나도 항상 똑같은 얼굴들끼리 몰려다니며 새롭게 놀 궁리를 하는 아이들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국어 시간에 ‘가방 들어주는 아이’라는 동화를 가지고 수업을 하는데, ‘여러분, 보세요. 새로운 전학생이 왔네요. 어떤 친구일까?’라고 발문하자 남자아이 한 녀석이, ‘우리도 전학생 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웬만해서는 전학생이 오지 않는 학교니까, 유치원 때부터 줄곧 같은 친구들과만 지낸다는 것은 쓸쓸한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자신들이 있는 곳이 세상에서 가장 익숙하고 포근한 공동체일지도 모르는 곳일지라도 말이다.
  
이 여섯 명의 아이들은 자신들이 내가 만난 그 어떤 임무와 과업들보다 크고 새로운 도전과 모험이었다는 것을 언제쯤이면 알아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