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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계엄령 문건이 소환한 천만영화 '택시운전사'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 직전에 기무사가 작성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 논란이 최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역사에나 있던 계엄령이라 그런지 그런 논란은 자연스럽게 영화 한 편을 떠올리게 한다. 바로 계엄령하에서 벌어진 5ㆍ18광주민주화우농을 조명한 ‘택시운전사’(감독 장훈, 2017년 8월 2일 개봉)다.


‘택시운전사’가 천만 관객을 돌파한 것은 개봉 19일 만이다. 역대 천만 한국영화 중 가장 빠른 속도였던 ‘명량’(12일)에 이은 두 번째 기록이자 ‘부산행’과 같은 속도다. 한국영화론 15번째 천만영화인데, 최종 관객 수는 1218만 9195명이다. 2018년 7월 20일 현재 최다 관객 동원 10번째 천만영화에 올라있다.


‘택시운전사’의 천만영화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5ㆍ18광주민주화운동을 조명한 영화여서다. 그 동안 ‘오! 꿈의 나라’(1989)ㆍ‘부활의 노래’(1990)ㆍ‘꽃잎’(1996)ㆍ‘박하사탕’(1999)ㆍ‘화려한 휴가’(2007)ㆍ‘26년’(2012) 등 5ㆍ18을 직간접 소재로 한 영화들이 있었지만, 본격적 상업영화는 ‘화려한 휴가’가 처음이라 할 수 있다.그 ‘화려한 휴가’가 685만 5433명을 동원, 대박을 터뜨렸다. 그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먼저 흐뭇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물론 영화사의 실속이나 영화에 대한 투자 활성화 기대감 때문만은 아니다. 27년 전, 새까맣게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린 채 살기에 여념없는 27년 전 ‘5ㆍ18광주민주화항쟁’을 대중일반이 알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에서 오는 흐뭇한 마음이다.


10년이 흐른 2017년 8월 오히려 ‘화려한 휴가’보다 두 배 가까운 일반대중이 ‘택시운전사’를 보러 극장에 몰려들었다. 5ㆍ18광주민주화운동이 잊혀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현재화된 역사인 셈이라 할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수감, 그리고 이어진 조기 대선의 정권교체후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치권 관람도 천만영화에 한몫했지 싶다.


‘택시운전사’는 택시기사 김사복(극중 이름은 김만섭)이 독일 기자 힌츠페터(극중 이름은 피터)를 손님으로 태우고 광주에 가서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여느 5ㆍ18광주민주화운동 영화와 다른 것은 피해자니 가해자가 아닌 제3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점이다. 광주와 전혀 상관없는 서울 사람과 외국인의 3인칭 관찰자 시점인 셈이다.


또 다른 천만영화 ‘변호인’에서 보았듯 실화가 주는 힘이라 할까. 물론 실화나 3인칭 관찰자 시점 자체가 천만영화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대학생들 데모로 최루탄이 퍼져도 손님 끊기는 것만 걱정하는 일상적 소시민일 뿐인 만섭(송강호)이 참상에 대한 진실을 점차 깨달아가는 디테일 묘사가 더 극적이고, 감동을 자아낸다.


만섭이 피터(토마스 크레치만)를 사실상 새치기해 택시에 태우고 광주로 간 것도 순전 택시비 10만 원 때문이다. 10만 원은 밀린 4달치 월세에 해당하는 큰 돈이다. 그랬던 만섭이 막상 광주에 도착, 그 참상을 접하곤 진저리를 친다. 만섭은 서울로 가기 위해 들른 순천에서 ‘두고 온 손님’을 태우러 다시 광주로 간다. 결국 피터를 태우고 서울 도착에 성공한다.


상식적으로 이해 안 되는 광주의 야만적이고 처절한 현장을 피하려는 3인칭 관찰자 만섭의 그런 심리와 행동 과정이 생략되거나 아예 없었더라면 아마도 ‘택시운전사’는 천만영화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극적인 재미는 더 있다. ‘노 광주 노 머니’가 대변하듯 만섭이 구사하는 소위 콩글리시다. 그런 언어 소통이 아연 생동감과 함께 재미를 준다.


곳곳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이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주기도 한다. 가령 광주를 오갈 때 막아서는 군인들의 검문과정이라든가 사복 조장(최귀화)에게 쫓기는 골목길 추격전 등이 그렇다. 그예 대학생 구재식(류준열)이 그 과정에서 죽는다. 무장군인들이 청년ㆍ노인ㆍ여고생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가하는 방망이 폭행 장면에선 뭔가 뭉클, 시큰해진다.


청년들을 향해 조준사격하는 군인들, 그 아수라장으로 택시를 몰고 가 부상자들을 구해내는 황태술(유해진)과 만섭 등 기사들, 그러니까 일반시민들의 사람 생명이 먼저인 장면도 뭉클, 시큰해지기는 마찬가지다. 뭐니뭐니해도 압권은 막 광주를 벗어난 만섭을 뒤쫓아온 군인 차량들을 막아서는 등 탈출 돕는 광주 택시들이다.


태술이 후진하여 군인 차량 들이받는 결정적인 장면이 그냥 소리로만 처리돼 좀 아쉽긴 하지만, 이것은 만섭이 단순히 관찰자에 머물지 않고 광주의 피해자들과 함께 한다는 의미로 읽히기에 충분하다. 마지막 검문에서 택시 트렁크에 숨겨둔 서울 번호판이 드러났는데도 통과시킨 계엄군 중사(엄태구)를 포함해서다.


10년 전 ‘화려한 휴가’처럼 ‘택시운전사’는 그 엄청난 관객이 말해주듯 아주 감동적인 영화다. 영화의 극적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 비극적 역사, 그 속에 내동댕이처진 평범한 사람들의 처참한 삶의 진실을 담담한 표정으로 리얼하게 잘 그려냈기 때문이다. 그냥 비장한 다큐멘터리에 그치게 하지 않은 연출의 감독과 박진감 넘치는 연기를 한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