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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여름방학, 독서연수로 나를 혁신한다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No pains, no gains!

 

계절 탓인지 몸이 자꾸 가라앉아 힘듭니다. 다시 곧추세운 의식을 밀어넣지만 금방 다운됩니다. 하강기에 접어든 생체리듬을 다시 끌어올리고 싶어서 습관처럼 도서관에 앉아 있지만 이런저런 잡념에 빠집니다. 이럴 때 읽기 좋은 책은 바로 정신을 강타하는 책입니다. 폭염 탓을 하며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는 의식이 작동하니 몸이 반응합니다. 습관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놀랍니다. 아침 등교와 함께 도서관에서 하루를 시작하던 습관은 이젠 집에 있어도 작동합니다.

 

새날입니다. 영원히 한 번뿐인 오늘입니다. '정신을 차리자, 책을 읽자.' 고 다그치며 잡념에 끄달리지 말고 감정의 불을 끄라고 자신에게 명령을 내립니다. 힘들었던 마음이 <자기혁명>을 읽다보니 어느 새 기운이 돌아왔습니다. 역시 책은 마음의 양식이 분명합니다. 박경철의 박학다식함 속에서 정보를 훔쳐보며 공감을 일으키는 대목들이 욕심이 났습니다. 데카르트의 공부론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종횡무진 동서양을 넘나들며 인용한 책의 제목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많은 책을 읽는지, 생각의 다양성이 총 천연색인지 말해줍니다.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강연한 내용을 편집한 책이기에 어느 곳을 펼쳐도 격려와 공감으로 넘치는 멘트가 가득합니다. 아프게 찔러대기도 하고 손 잡고 위로하는 듯한 따스함도 겸비했습니다. 의사라는 본업이 있음에도 그 일보다 글을 쓰고 강연을 하고 젊은이들과 소통하며 시대의 아픔을 함께 나눠온 그의 삶이 무던히 부럽기도 합니다.

 

이 책은 2012년 학습연구년 시절에 읽은 책입니다. 책 곳곳에 형광펜이 가득한 걸 보니 다시 읽고 싶은 책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지난 5월 두 번째 읽고 지금은 삼독 중입니다. 그 정도가 되어야 우리 학교 교사독서동아리 도서로 추천하게 됩니다. 지금쯤 우리 학교 선생님들도 이 책을 읽고 있을 것입니다. 다소 묵직한 책을 추천해서 내심 미안하기도 합니다. 가볍게 읽기 좋은 에세이나 소설은 단 한 번도 추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개학하는 날 우리 학교 선생님들이 들고 올 서평이나 독후감이 기다려집니다.

 

세상은 늘 꿈꾸는 자, 만족하지 못한 자, 변화를 시도하는 자, 앞서가는 몇몇의 선각자들이 선도해왔습니다. 그것이 정치문제이건, 교육문제이건, 사회문제건 간에. 그들은 때로 돌팔매를 맞기도 하고 따돌림의 고통을 치르기도 했고 죽임도 당했습니다. 급진적인 생각을 가진 자를 기르는 것, 그것이 교육의 사명이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문장을 소개합니다.

 

"사회학자들은 지난 20만 년간의 인류문명 발전이 그동안 이 땅에 살아온 모든 인류의 노력의 결과라고 말한다. 이것은 모든 인류에 경의를 표하는 우아한 시각이지만 진실은 아니다. 지금까지 문명과 문화의 발달은 0.1퍼센트의 창의적 인간이 다른 사람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고, 다른 사람은 꿈꾸지 않는 것을 꿈꾸며, 모두가 보지 못하는 어두운 곳에 깃발을 꽂고 이곳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외치면, 0.9퍼센트의 안목 있는 인간만이 그것을 알아보고 그들과 협력하고 후원하며 새로운 문명을 건설한 결과다. 나머지 99퍼센트는 약 1퍼센트가 기초를 닦고, 새로운 계단을 놓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그 위에 올라와 세상 참 많이 달라졌다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또다시 그곳에 안주한다. " 163쪽 (제러미 리프킨의 《엔트로피》중에서 )

 

이 책을 단 한 문장으로 말한다면 "인생은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도발이고 혁명이다." (199쪽)입니다. 오늘의 나는 결코 어제의 나와 가지 않음에도 우리는 늘 같은 사람인 것처럼 착각을 하며 살아갑니다. 날마다 새로 생겨나는 세포와 사멸하는 세포들이 나를 이루고 있습니다. 인간의 몸은 7년을 주기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고 하지요. 혈액부터 세포에 이르기까지. 그러니 우리 몸은 날마다 혁신하는 중입니다. 다만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마음이나 영혼입니다. 세상의 모든 존재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자기혁명을 위한 세포 분열과 자기혁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어는 순간 더 이상 자기혁명이 불가능한 상태, 엔트로피가 정점에 다다르면 모든 것이 끝나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그것은 곧 인생의 완성이자 죽음이겠지요.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최정상에서 살아온 길을 내려다보며 자랑스럽게, 홀가분하게 생의 에너지가 소멸되는 순간까지, 본래무일물이었던 존재로 회귀할 것입니다. 암흑에너지로, 우주의 여행자로 남을 것입니다.

 

이 책을 덮으며 제 나름의 결론을 짓자면, 인생은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지거나 이기거나 타협하거나 포기하거나를 늘 선택하며 사는 거라고. 서양 속담인 No pains, no gains.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 라는 짧은 문장을 매우 좋아합니다. 자기혁신의 과정에서 겪어야 할 고통과 고뇌를 반기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음은 당연한 진리입니다.

 

폭염은 단지 더운 것으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그 땡볕 덕분에 어떤 곡식은 열매를 맺고 어떤 과일은 익지도 못한 채 썩습니다. 견딜 수없는 고통의 터널을 견디는 것은 각자의 선택입니다. 이 책을 들고 있는 분이라면 이미 자기혁명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내가 기르는 어린 싹들이 세상을 이끌어가는 1퍼센트의 창의적이고 안목 있는 인간으로 자라도록 내 안의 낡은 상념과 사고의 틀을 깨도록 정신개조를 도와준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책 속에서 소개된 책을 만날 생각을 하니 도서관으로, 서점으로 향하는 발길이 설렙니다.

 

책은 한 번도 배신하지 않는 영원한 연인이 분명합니다.

그는 늘 서늘하게 죽비를 내리치는 멘토입니다.

여름방학 독서연수는 나를 혁신하는 최고의 지름길입니다.

2학기를 불태우기 위한 불쏘시개를 차곡차곡 쌓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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