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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낙엽과 인생

얼마 전 대장 내시경을 했다. 늘 해 왔듯이 이번에도 수면내시경을 선택했다. 수면제를 넣기 위해 혈관에 바늘을 꽂았는데 조금 따끔했지만 구역질을 하는 것보다 훨씬 편하다 여기며 팔을 내어 주었다.

 

그러면서 수면되는 과정을 최대한 기억해야지 했는데 눈을 뜨니 이미 상황이 종료되어 버렸다. 내가 언제 잠들었을까를 더듬어 봐도 하낱도 기억나지 않았다. 순간 이런 생각이 퍼뜩 들었다. 사람이 죽을 때도 이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오래 전에 아파트 베란다 화분에 동백분재가 있었는데 어느 날 남편이 날더러 꽃이 피었다고 보라고 했다. 과연 동백꽃이 도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예쁜 꽃을 옆에 두고 근처에 붙어있는 잎 하나, 낙엽이 되어있는 거기에 왠지 눈이 갔다. 어쩌다 낙엽이 되었나 생각하며 손으로 건드렸더니 툭 떨어져 버렸다. 아주 살짝 건드렸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떨어져 버리는 낙엽을 보면서 우리네 죽음을 생각해 보았다.

 

인간도 삶을 다하고 자연사할 때는 이 낙엽처럼 생명이 끊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그러나 아직 푸른 잎은 손으로 건드려도 떨어지지 않을 뿐더러 힘으로 떼려 해도 쉽지 않다.그리고 외력에 의해 어쩔 수없이 떨어질 때는 진이 나온다. 아직은 할 일이 남았는데 떨어지기 싫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리라.

 

평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나에게 그때의 경험은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언젠가 피할 수 없는 죽음이 왔을 때 나에게 주어진 과업을 다하고 생을 마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축복이 없을 것이다. 자연생태계의 원리에 따르면 영원한 죽음이 아니고 새로운 삶이 이어지는 것이라 했다. 내가 죽으면 나의 자식들이 생을 이어가고 또 그 다음 생도.. 이렇게 옷을 갈아입으며 지구상의 생명체가 존재하는 것이라 했다. 만약 가을에 낙엽이 떨어지지 않으면 봄에 새잎이 돋아나지 않을 것이며 꽃이 지지 않는다면 그 자리에는 영원히 시든 잎이 있을 것이다. 아 생각만 해도 ...

 

우리 인간도 이러한 원리에 따라 늙으면 마땅히 죽어야 한다. 다만 자연사 아닌 다른 어떤 이유로 인해 생이 끝난다면 그것이 두려울 뿐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할 일은 다만 묵묵히 살아가는 일이고 그 이후는 나의 영역이 아니다. 오늘도 매사 순종하겠다고 마음을 다지며 나에게 주어진 일들을 다하겠다. 낙엽이 되어 저절로 떨어지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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