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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여성 원톱 액션영화의 가능성 '마녀'

‘이웃사람’(2012)의 김휘 감독처럼 시나리오를 쓰다 영화 연출로 나서는 일이 더러 있다. 2018년 6월 27일 개봉하여 318만 9092명을 동원한 ‘마녀’의 박훈정 감독도 그런 경우다. 순제작비가 약 65억 원으로 알려졌으니 손익분기점은 거뜬히 넘긴 수치다. ‘마녀’의 이런 흥행 성공은 박감독 개인의 기쁨을 넘어 시사점이 있다.

 

박감독은 2010년 개봉한 ‘악마를 보았다’와 ‘부당거래’ 시나리오 작가다. 2011년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한 ‘혈투’로 감독 데뷔했으나 그런 영화가 있었나 할 만큼 흥행에 실패했다. 박감독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영화는 ‘신세계’(2013)다. 정확히 말하면 깡패영화 ‘신세계’가 흥행성공하면서 스타감독으로 떠올랐다. ‘신세계’의 관객 수는 468만 2614명이다. 손익분기점이 대략 180만 명쯤이니 그야말로 왕대박이라 할만하다.

 

경향신문(2013.2.13.)에 따르면 ‘신세계’ 연출은, 최민식의 공이 크다. ‘악마를 보았다’에서 그의 시나리오에 빠져든 최민식은 ‘혈투’의 흥행 실패로 주저앉게 된 박훈정 감독이 안타까웠다. 황정민과 이정재에게 대본을 보내 함께 하자고 했다. 이른바 멀티 캐스팅의 ‘신세계’가 된 내력이다. 여세를 몰아 2015년 ‘대호’, 2017년 ‘브이아이피’를 연출했지만, 흥행실패했다.

 

‘마녀’는, 이를테면 ‘신세계’로 유명해진 시나리오 작가 출신 박훈정 감독이 ‘대호’ㆍ‘브이아이피’ 두 편 연속 실패를 딛고 선보인 신작인 셈이다. 거기서 놀라운 것은 ‘브이아이피’ 실패에도 불구하고 불과 1년 만에 신작 영화를 연출한 박감독의 저력이다. 더구나 해외 투자배급사인 워너브러더스가 손을 내밀어 영화로 완성됐다.  

 

애초 시리즈물로 기획되었다니 조만간 ‘마녀2’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CBS노컷뉴스(2018.7.17.)에 따르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측 관계자는 “일단 손익분기점을 넘긴 상태라 2편 제작에 대한 내부 분위기는 상당히 긍정적이라며 관객들 역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반응이 크고, 최근 국내 영화시장에서 프랜차이즈 영화 제작을 응원하는 분위기인데다 박훈정 감독도 2편 구상을 해놓은 상태여서 모든 흐름이 좋다”라고 전망했다.

 

‘마녀’에서 특기할 또 하나는 신인배우 김다미(구자윤 역)다. 무려 1500명(일부 신문에선 1200명이라 보도하고 있다.)중에서 찾아낸 김다미는 벌써 ‘괴물신인’이란 소릴 듣고 있다. ‘은교’(2012)의 김고은이나 ‘아가씨’(2016)의 김태리처럼 인기스타로 발돋움할지 두고 볼 일이지만, ‘마녀’의 흥행 성공과 함께 여성 원톱 액션영화의 가능성을 보인 건 확실해 보인다.

 

국제영화제 수상 소식도 고무적이다. 한국일보(2018.7.26.)에 따르면 김다미는 제22회 판타지아국제영화제 슈발누아르 부문 최고여자배우상을 수상했다. 판타지아국제영화제는 북미 지역 최대 규모 장르영화제다. 제22회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7월 12일 개막해 8월 1일까지 열렸다. 김다미가 수상한 슈발누아르는 메인 경쟁 부문으로 장르 영화 14편이 초청됐다.

 

판타지아국제영화제 측은 “‘마녀’에서 김다미는 감정적인 측면이나 물리적인 측면 모두 복잡다단한 연기를 완벽하게 선보였다. 기존에 없던 파워풀한 여성 히어로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냈다”고 수상자 선정 이유를 밝혔다. 여성 원톱 액션영화의 가능성을 넘어 ‘마녀2’로 현실화되는 계기가 또 하나 마련된 셈이라 할까.

 

‘마녀’는 유전자 조작으로 괴력을 갖게된 19살 여고생 구자윤이 옛 기억과 만나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미스터리 액션영화다. 통제가 안 되는 괴물체를 만들면 모두 다친다는 경고인지, 인생은 마음 먹은 대로 되는게 아니라는 진리 확인인지, 도대체 뭘 말하려 하는지는 다소 애매하지만 은근히 몰입하게 만드는 영화다. 가령 영화 시작 1시간쯤 지나서야 드러나는 마녀로서의 존재감이 그것이다.

 

건물 안 좁은 통로라든가 총 든 사내들을 쌍단검으로 제압하는 등 마녀 못지 않은 긴머리 여자(정다은)의 액션 등이 인상적이지만, 그러나 주ㆍ조연을 가리지 않는 욕설 내뱉기는 때로 어색해 보인다. 그만큼 불편하다. 예컨대 고3인 자윤 친구 명희(고민시)가 내지르는 “저 씨부랄 새끼” 따위 욕설 대사가 꼭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아쉬움도 있다. 그냥 어깨 좀 부딪힌 걸로 사람을 죽여버리고, “기다리기가 지루할까봐” 애먼 가족들을 죽이는 귀공자(최우식) 등 악당 캐릭터가 유니크해 보이긴 하지만, 왜 마녀와 싸움을 벌이는지 명확하지 않다. 달리는 열차 객실이 분명한데, 말을 섞는 다윤과 귀공자는 흔들림 등 미동조차 없다. 자칭 매니저라는 명희의 귀공자에 대한 대응도 자연스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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