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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며칠 전, 출근 시간이라 사람이 많을 거라고는 예상은 했지만 앞사람을 뒤에서 힘껏 밀지 않고서는 들어갈 수 없을 정도였다. 탈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을 것 같아 일단 타기로 결정을 하고 앞 사람을 미는 순간 쇼핑백이 선로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참고로 나는 대부분 안경이나 서류 등을 쇼핑백에 넣어 가지고 다니는 습관이 있다.)


“아저씨, 가방 떨어졌어요.”
한 아주머니가 안타깝다는 듯 걱정을 했다. 쇼핑백 안에는 오늘 당장 제출해야 할 보고서와 애지중지 아끼는 수첩 그리고 안경이 있었기에 다음 열차를 이용하기로 하고 역무실로 달려가서 도움을 청했다.


“저…… 가방이 선로 밑에 떨어졌는데요.”
“어디예요. 어디”
오히려 나보다 더 걱정을 하며 한 공익근무요원이 황급히 떨어진 장소로 갈 것을 재촉했다. 그 분은 위험을 무릅쓰고 잽싸게 선로로 뛰어내려 가방을 꺼내주었다. 순간 얼마나 고마운지 조카뻘 되는 젊은이에게 연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다음 열차에 몸을 실었다. 공익근무요원의 친절로 우울할 뻔 했던 하루가 기분 좋은 하루로 바뀌었다.

 

언젠가는 영등포로 가는 버스를 탔었는데 어디선가 쾌쾌한 냄새가 나서 도저히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냄새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 주위를 살펴보니까 내 앞에 남루한 옷을 입은 할아버지였다. 냄새를 피하여 뒤 자석으로 앉았고 얼마 후 버스는 영등포에 도착을 했다. 그런데 아까 그 할아버지가 나에게 메모지 한 장을 보여주며 구로 공단 가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셨다.

 

알고 보니 조선족 할아버지였는데 엊그제 따님을 만나고 한국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해보려고 직업소개소를 찾는 중이었다. 할아버지를 모시고 영등포에 있는 직업소개소를 샅샅이 뒤져가며 일자리를 알아보았다. 그러나 젊은 사람도 취직하기도 힘든 요즈음 나이든 사람이 일할 곳이 어디 있느냐며 거절을 당하고 말았다. 할아버지는 구로 공단에 있는 직업소개소로 가보시겠다고 하셨다. 지하철역에 도착하여 지하철 표를 끊어드리면서 할아버지의 손을 꼭 잡아줬다.


“할아버지, 더 알아보시면 좋은 일자리가 있을 거예요. 한국에 계시는 동안 건강하세요.”
“고맙습네다. 성이 어떻게 되요?”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시는 할아버지가 무척 가엾게 보였다. 짧은 시간에 하잘 것 없는 작은 친절에 고마움을 표시하는 할아버지를 부끄러운 마음도 들고 한편으로는 기분이 정말 좋았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추운 겨울 날씨에 낯설고 물 설은 이국땅에서 할아버지가 어떻게 생활 하실는지 걱정이 되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사람들의 마음이 추운 날씨만큼이나 꽁꽁 얼어붙은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때에도 남을 위하여 내가 조금만 양보하고 베푼다면 보다  명랑한 사회가 이룩될 것이다. 혹자는 세상이 강퍅하여 살기 힘들고 믿을만한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고들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특별히 나는 이웃사촌 같은 고마운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위험을 무릅쓰고 내 가방을 지하 선로 밑에서 꺼내준 공익근무요원이나 내가 할아버지께 베풀었던 작은 친절이 어쩌면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데 밑거름이 될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