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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충고하는 삶을 내려놓으니

 

고대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는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자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라고 답했답니다. 반대로 가장 쉬운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남에게 충고하는 것"이라고 했다니 역시 철학자입니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가장 몰라서 과대평가 하거나 과소평가를 하니까요. 혹 자기 자신을 안다 하더라도 단편적이거나 편협하기 일쑤이니 인간은 평생 자기 자신을 찾다가 한 생을 소비하는 우둔한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지금 저는 '남에게 충고하는 삶'을 내려놓아서 마음이 편합니다. 38년 동안 제자들을 아끼고 잘 가르친다는 명분으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충고하는 삶을 살았으니까요. 충고를 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장점보다 단점에 반응하는 매우 피곤한 일이 분명합니다. 더구나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를 고쳐야 하는 이유를 들어 설득하고 반성하게 하려면 그 때마다 마음을 다해야 하는데, 잘 받아들이면 좋은데 반대로 이죽거리거나 반항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그 힘듦은 스트레스로 넘어가니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 인간관계마저 상처를 받게 됩니다. 교사의 어려움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안 된다. 다 너를 위한 것이란다. " 이것은 왜 안 되고 저것은 왜 해야 하는지, 설득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물가로 이끌려는 노력을 다했습니다. 그러니 제자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삶이 일상이 되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 삶이 탈레스가 말한 것처럼 가장 쉬운 일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충고를 받아들여 행동의 변화를 보여주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으니 시행착오를 거치기 일쑤였고 그때마다 상처 받고 좌절하며 아프고 괴로운 시간들이 참 많았습니다.

 

강상중은 『살아야 하는 이유』에서 다시 살아가려면 '거듭나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에 의하면 세상에는 '한 번 태어나는 형'과 '거듭나는 형'이 있는데, 전자는 자기 삶에 문제가 있어도 죽을 때까지 그대로 나아가는 사람인 반면, 후자는 문제에 부딪히면 새로운 삶의 가치를 깨닫고 변신하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의 글은 갑자기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피를 토하는 비통함이 저변에 깔린 책이라서 남다릅니다. 작가가 살아낸 인생의 무게와 배경을 알고 읽는 책은 그러지 않은 경우와 사뭇 다릅니다.

 

그런가 하면 사이토 다카시는 『타임 콜렉터』에서 인생에는 두 개의 산맥, 즉 사회생활의 한창 때를 의미하는 '성숙기 산맥'과 인생 후반의 자유를 만끽하는 '황금기 산맥'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황금기 산맥'을 제대로 타기 위해서는  성숙기 후반에 기어 변환을 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야만 새 삶을 모색하기 위한 불안과 고통의 시기인 제2의 사춘기를 흔들림 없이 보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책, 거듭나는 삶의 동반자

 

지금 저는 '거듭나기' 중입니다. 인생의 후반기에 '황금기 산맥'을 타기 위해 이제 막 진입을 서두르는 중입니다. 그 산맥을 타기 위해 '책'이라는 장비로 진영을 갖추는 중입니다. 제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낯설지 않은 준비물이 책이기 때문입니다. 책은 생각을 다듬고 마음을 다잡게 하는 최적의 도구이며 구하기도 쉽습니다. 책마다 인생의 선배들이 남긴 고갱이도 다양해서 좋습니다. 크게 고생하지 않고도 그 고갱이들을 잘 꿰어 나만의 목걸이를 만들어 걸면 인생의 나침반으로 , 길을 잃었을 때 북극성으로 삼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특히 새벽잠이 없으니 책을 만나는 데 부담이 없어서 좋습니다. 일찍 출근해온 수십 년의 습관은 생체시계로 각인되어 자동화 되어 있으니 책을 읽는 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더구나 책을 읽다가 내려놓고 출근 준비를 해야 했던 아쉬움을 느끼지 않고 몰입할 수 있으니 그 행복은 비길 데 없습니다. 책만 읽는 바보 이덕무의 심정을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책을 마음대로 읽을 수 있는 것은 축복이자 감사한 일이 분명합니다. 책을 읽을수록 그동안 내가 모르는 지식의 높이가 얼마나 높고 넓은지, 인류가 만들어낸 지식의 바다가 얼마나 깊은지 놀라고 겸허해집니다. 모래 한 알에도 미치지 못함을 절실하게 깨닫는 중이라서 틈만 나면 책 속으로 뛰어듭니다.

 

책은 40여 년 이상 걸어온 외길 인생을 벗어나기 위해 창조적 발상의 전환을 안내해주는 최상의 장비이자 멘토입니다. 이제는 날마다 가던 길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내서 나만의 인생 내비게이션을 장착해야 '황금기 산맥'을 타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니. 그 길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은퇴 후나 노년의 문제를 다룬 책들은 대부분 건강을 비롯한 행복론에 치우쳐 있으니 스스로 찾고 만들지 않으면 헤맬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의 책들은 대부분 '성숙기 산맥' 에 진입하는 요령이나 잘 타는 방법을 강조합니다. 성공 철학서적도 성숙기 산맥을 잘 타서 성공과 부를 얻는 요령을 기술하는 게 대부분 입니다. 어쩌면 성숙기 산맥은 황금기 산맥을 잘 타기 위한 과정에 불과할 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성숙기 산맥' 을 오르내리며 살아온 삶은 세상에 나를 맞추며 살아야 했던 삶이었습니다. 이제는 세상을 나에 맞춰 내가 잘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며 살고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행복은 '상태'가 아니라 행동을 의미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이 마음에 듭니다. 은퇴자의 삶으로 진입한 지금의 상태를 허무해하거나 힘들어하지 않으며 새로운 행동을 하기 위한 도약대로 삼은 금언입니다. 진정으로 내가 원했던 삶, 무엇을 할 때 어떤 행동을 할 때 행복했었는지 꿈꾸는 삶을 생각만 해도 미리부터 행복해집니다. 이렇게 글을 쓰는 행동도 예전보다 더 수다스러워졌으니 행복한 긴 숨을 내쉬며 이 글을 접습니다. 오늘도 열심히 일하신 여러 선생님의 일상이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부디, 힘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