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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아이나 선생님이나 모두 응급상황”

희귀·난치성 중도·중복장애 학생 증가로 신음하는 특수학교

천차만별 증상 대처 어려워
의료시설無…수업중 썩션도
발작 오면 119호출 다반사
학교서 사망사고까지 발생
병원학교 확충 등 대책 필요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최근 특수학교에 희귀․난치성 질환을 동반한 중도․중복장애 학생이 늘어나고 있어 학교 현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들이 의료권과 교육권을 동시에 보장받을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레녹스가스토증후군, 주버트증후군, 미토콘드리아근병증, 엔젤만증후군…. 이름만 들어도 생소한 이들 질환은 증상에 따라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발작, 경직 등을 유발한다. 현재까지 파악된 특수학교 재학생들의 희귀․난치성 중도․중복장애의 종류만 해도 60여 가지에 달한다. 그러나 의료시스템과 전문가가 없는 학교에서 질환마다 천차만별인 응급증상을 일일이 대응하기에는 무리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현장의 요구는 이들을 위한 병원학교를 확충해 쾌적한 환경에서 치료와 교육을 함께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현재 전국에 있는 병원학교는 대부분 백혈병이나 소아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긴급한 치료를 요하지 않는 만성화된 중도‧중복장애 학생들은 사실상 학교에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경기도 A특수학교. 뇌병변장애를 앓고 있는 성민(17․가명)이는 두 다리와 팔을 움직일 수 없고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중증장애 학생이다. 와상상태로 생활하기 때문에 수시로 가래를 뽑아주지 않으면 호흡이 어렵다. 갑자기 토했을 때 바로 처치를 못해준 경우 응급실행도 여러 번. 어머니 B씨는 “병원치료를 병행하는 강행군과 응급상황에 대한 불안 속에서도 아이가 사회 경험을 할 곳은 오직 학교뿐”이라며 “아이가 치료와 교육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병원학교에 다닐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토로했다.
 

이 학교에는 성민이 외에도 중도‧중복장애를 가진 학생이 30여 명에 달한다. C교장은 “갑자기 발작이나 경기를 일으킬 경우 하루에도 몇 번씩 119를 불러야 한다”며 “목이나 배에 호스를 끼우고 식사하는 아이, 가래 썩션(흡입), 요도관 교체, 당뇨 주사 등 각종 처치가 제 때 이뤄지지 않으면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담임교사를 비롯해 보건교사, 관리자 모두 매일이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급기야는 학교에서 장애아동이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해 최근 큰 고초를 겪었다. 지난해 9월 레녹스가스토증후군(경련과 발달부전을 동반하는 뇌전증성 뇌병증)인 한 아동이 급식시간 청색증으로 호흡곤란과 발작이 온 것. 119를 부르고 구조대 도착 전까지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아이는 결국 한 달 후 중환자실에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부모는 학교의 과실을 주장하며 담임과 실무사, 보건교사, 교장, 교감 등을 상대로 고소를 했고 6개월의 조사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억울함은 밝혀졌지만 교원들의 상처는 컸다. C교장은 “교사들이 가래 썩션이나 요도관 교체 등의 업무과다를 호소하는 것은 물론 조치가 잘못됐을 경우 지게 될 책임에 상당히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좋은 마음으로 했지만 이번처럼 고소‧고발을 당하는 것은 이야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특히 발작이 많은 점심시간에는 보건교사가 늘 산소호흡기를 갖고 대기하지만 워낙 순식간에 응급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학교에서 작년에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학생 4명이 사망했다”며 “나머지 3명은 자택에서 숨졌지만 언제든 이번 일처럼 학교에서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긴데, 일이 잘못되면 모두 학교 책임이 되니 막막할 따름”이라고 털어놨다.
 

C교장은 “지역 거점별로 초중고 병원학교를 두고 교사를 파견하되, 병원의 수익 손실은 정부가 보조하고 이들 병원에는 평가에서 가산점을 주는 등의 유인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 D특수학교 교장은 “공중보건의사를 특수학교에 순회 배치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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