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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강마을에서 책읽기 -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벌레소리가 맑아졌습니다. 가을이 성큼 다가선 때문이겠지요. 한낮이면 햇살은 뜨거워 기세등등하지만 저녁이면 바람을 타고 서늘한 계절의 변화가 전해옵니다. 얼마 전 몇 권의 책으로 여름살이를 하리라 마음먹었습니다. 혜강 최한기의 『기학』, 이정우 선생의 『접힘과 펼쳐짐』을 여행가방과 책가방에 옮겨가며 들고 다녔지만 읽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서점에 들러 또 한 권의 책을 구입하였습니다. 철학자 장신주의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입니다.

 

새 학기는 바쁘고 책은 어렵고 생각은 무성하고 저의 읽기는 더디기만 합니다. 개인적으로 ‘장자’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의 글을 읽으면 커다란 바람이 이는 듯하고 하늘 위로 생각이 솟구치는 듯 그렇게 가슴 속이 시원합니다. 제가 사랑하는 『장자』를 현대적 관점에서 해석한 이 책은 강신주 특유의 매력적인 문체로 자유분방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순전히 제 생각입니다.

 

많은 연구자들은 장자를 자족적인 즐거움이나 주관적이고 심미적인 기쁨을 도모했다고 이야기해 왔다. 그러나 장자의 기쁨은 기본적으로 타자와의 마주침과 삶의 고양으로부터 유래하는 것이다. 그래서 타자와의 연결 혹은 연대가 봄(春)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이야기에 다시 한번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나의 삶이 타자와의 연대를 통해서 경쾌해지고 활발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p.234

 

장자 역시 기쁨의 윤리학을 지향했던 삶의 철학자였다. 기쁨의 윤리학이 가능하기 위해서, 다른 무엇보다도 자유로운 개체들의 마주침과 연대가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에게 남은 일은 장자가 권한 즐거운 연대의 가능성을 실천하는 일일 것이다. p.235

 

강신주는 서구의 다양한 철학자의 해석을 빌려와 타자와 소통의 문제를 집요하게 고민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퇴근 후 다 읽지 못한 부분을 졸음과 싸우며 읽었습니다. 노자를 나무(tree)의 이미지로 장자를 리좀(Rhyzome)의 이미지로 비교하는 들뢰즈(Gilles Deleuze)의 이론을 가져와서 해석하는 모습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나무는 땅에 굳건히 뿌리를 박고 서서 무성한 가지와 잎들을 지탱하는 식물이다. 여기서 나무의 뿌리는 눈에 보이는 모든 가지와 잎들에 앞서 존재하는 절대적 근거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반면 ‘뿌리줄기’라고 번역될 수 있는 리좀은 나무와 전혀 다른 활동을 하는 식물이다. 이것은 땅속에서 부단히 증식하여 다른 뿌리줄기의 연결되기도 하고 분리되기도 하면서 온갖 방향으로 뻗어 나간다. 결국의 나무의 이미지가 중심과 토대에 기초하여 작동하는 수직적인 위계적 철학을 상징한다면, 후자 리좀 이미지는 타자와 조우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자신을 변형시키는 수평적인 철학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pp.208~281

 

벌레소리는 이제 합창으로 바뀌고 세기는 더 강해졌습니다. 가을 초입입니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감기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장신주 지음, 그린비,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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