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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품위란 사람이 갖추어야 할 위엄이나 기품을 지칭한다. 어떤 사람이 고상하고 격이 높은 인상을 지니면 품위가 있다고 칭찬함은 물론이고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특히 교사의 경우에는 ‘사표(師表)’로 삼아 진정으로 사도(師道)를 걷는 스승으로 예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에 반(反)하는 경우는 교사로서의 품위 유지의 의무를 어긴 것으로 간주되 사회적인 지탄을 받기도 한다. 특히나 지금처럼 교사의 품위유지 위반이 사회문제화 되는 시대도 헤아리기 쉽지 않다. 예컨대, 각종 스쿨미투에 등장하는 막말, 제자와의 성관계로 파격적인 비윤리적 행위, 각종 학교폭력 사건 및 비위에 의한 송사, 내신 성적의 조작 및 시험지 유출, 학생부의 의도적인 기록 수정 등 수많은 범법 행위 내지 교사의 품위유지 의무를 망각한 온갖 사건들이 풍미하고 있다. 이른바 교사로서의 품위를 먹칠하는 사건, 사고가 세상의 주목을 받으며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고 있다.

 

교사는 어린 청소년들을 교육하는 지도자이다. 단지 자신의 행위 자체의 과오나 불명예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 후유증이나 여파는 동심을 멍들게 하고 오염시킨다. 이는 어린 인생을 망가트리는 심각한 범죄가 될 수 있기에 그 심각성은 여타 사건과 비교하기가 적절치 않다.

 

교사는 어린 학생들이 보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다른 직종의 여타 사람들에게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도 교사에게는 반드시 품위 있게 행동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필자는 학교의 관리자로서 늘 소속학교의 교사 제위에게 ‘거울을 보는 교사’ 되기를 강조한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용모뿐만 아니라 그 이면의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기를 권장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돌아보아 당당한 교사는 품위를 잃지 않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교감 발령을 받고 지인들의 축하를 받을 때였다. 냉철하고 지성을 갖춘 모 교사가 “교사의 품위를 잃지 않고 권위 있게 살아온 그간의 노고가 대우를 받는 것 같습니다. 부디 관리자가 되어서도 품위를 유지하시길 바랍니다.”라고 축하와 덕담을 해주었다. 이 말 속에 연거푸 ‘품위’라는 단어를 강조하던 것이 가슴에 와 닿았다. 결국 품위라는 단어는 어느 교사의 가슴 속에서도 무의식적으로 언행의 나침반으로 작동되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해 보건데 필자가 품위를 유지한 교사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한두 가지만이라도 철저하게 준수해온 행동철학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것은 첫째, 타인이 없는 곳에서는 절대로 그 사람의 말을 하지 않는다는 삶의 원칙을 고수해 왔다. 절대 타인에 대한 비판이나 나아가 험담은 숨어서 비겁하게 하지 않았다. 둘째, 불필요한 말을 삼간다는 절제심이다. 인간의 불행은 입에서 시작된다는 평소의 믿음과 말이 많으면 그중에는 반드시 쓸데없는 말이 있어 화의 근원이 된다는 믿음을 간직해 왔다.

 

지금도 필자는 말실수로 인해 구설수에 오른 적은 거의 없는 것으로 자평한다. 여기엔 한때 말실수가 준 아픈 교훈이 있기 때문이다. 여학교에서 근무하던 때, 남자에 대한 일종의 기피증세 내지 혐오감을 보이던 담당학급의 한 여학생에게 생활지도 차원에서 ‘아버지가 안 계시니 특히 행동에 조심하라’는 충고가 사단이 되어 홀로된 학부모의 강력한 항의를 받았던 경험이 있다. 그 후 평생 교사생활에서 신중한 언어 사용의 절대 지침으로 작용해 왔다.

 

교사의 품위 유지는 어렵고도 또한 단순할 수도 있다. 학생과 학부모 앞에서 지식인답게 언행일치를 추구하고 한 마디 말에도 신중하게 그리고 그들 입장에서 역지사지하는 것이다. 동료 교사와의 관계에서도 칭찬은 진심을 담아서 하되 절대로 뒷 담화를 하지 않는 것이다.

 

이를 일상행동의 근간으로 삼으면 습관화되어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나타나게 된다. 이처럼 작은 것에서부터 교육자의 품위를 지키며 사는 것이 나중에 그 어느 보상보다도 의미 있는 삶으로 인정을 받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