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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창가에서] 교육자로서 기본에 충실하자

“기본에 충실하자.” 새로운 해를 시작할 때마다 항상 되새기고 다짐하는 말이다. 9년째 교무부장을 하다 보니 주변에서 어떤 이들은 ‘이제는 편하겠다’, ‘학년도만 바꾸면 되잖아’라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결코 그렇지 못한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작은 일에도 최선 다해야

 

많은 선생님들이 공감하겠지만 자신이 올린 결재 문서가 결재권자에 의해 수정이 되면 유쾌하지만은 않다. 결재 경로를 떠나 자신의 글을 누군가 수정하는 것은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치명적인 오류의 경우는 직접 확인하지만 단순한 표기, 서식 구성의 오류인 경우는 수정 후 결재를 올린다.

 

결재 이력에서 수정 내용을 확인한 선생님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침묵이나 ‘고맙다’는 인사가 대부분이지만 굳이 그런 것까지 고쳐야 되냐는 불편한 반응도 종종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나 역시 경력이 짧았을 때는 문서를 작성할 때 불합리하다고 느꼈었다. ‘내용이 중요하지, 점의 위치가 왜 중요하지?’ 힘들게 준비한 결재 문서를 지적하는 관리자 분들이 야속했다. 그런데 기본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왜일까? 나 역시 형식에만 얽매이게 된 걸까?

 

영화 ‘역린’의 한 장면에 중용 23장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나오면 겉으로 드러난다.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이 문장의 핵심은 기본에 있다고 본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지켰을 때 그 다음 것이 있을 수 있다. 요행으로 그 다음 단계까지 갈 수는 있다. 하지만 기본이 안 된 상태에서 쌓아올린 것은 쉽게 무너지고 만다. 군대에서 제식훈련을 무한 반복하는 이유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이다. 생명이 걸린 화기를 다루는 군에서 태도와 사고를 바르게 갖게 하기 위해 행동의 기본을 엄격히 통제하는 것이다. 교육자로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 역시 마찬가지로, 사소한 일들에 정성을 다해 가르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엄격하게 형식을 지켜 문서를 만들고, 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과 무관한 형식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학교의 모든 일은 직간접적으로 아이들을 위한 일들이다. 그 일을 효율적으로 구성하기 위해, 그리고 그보다 기본에 흔들리지 않는 자세를 갖추고 유지하기 위해 작은 부분에 정성을 쏟는 일은 중요하다. 국어를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신경을 많이 쓴다. 사전을 찾아가며 정확한 어휘를 찾기 위해 많은 고심을 한다. 제대로 생각을 전하기 위해 문장을 고치고 또 고친다.

 

이 또한 아이들을 위한 일

 

새 학기가 시작되면 많은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분들에게 상처가 될지는 모르지만 결재 문서의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 묵묵히 고쳐드릴 것이다. 어쩌면 이런 당연한 일들 하나하나가 우리 아이들을 위한 작은 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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