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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강마을에서 책 읽기 - 귀신잡는 교사 이야기

보건교사 안은영

눈길 닿은 곳마다 봄꽃으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네들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같습니다. 꽃잔치가 펼쳐진 남도에는 어디에나 사회적 거리두기 현수막이 보입니다. 꽃구경을 내년으로 미루고 집에서 가족들과 에어프라이어에 튀긴 닭과 맥주를 멀리 가로등 불빛에 하얗게 흔들리는 벚꽃나무를 보면서 즐겼습니다. 개학이 자꾸만 미루어 지다 보니 교과 진도표를 3번이나 고쳐 썼습니다.^^ 교육과정 시간 감축으로 재구성하는 수고보다는 아이들과 언제 만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동네 사람들과 하는 독서모임도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온라인으로 이달의 책을 추천하고 간간이 안부를 전합니다. ‘강원도 감자 드디어 구입!’라는 메시지를 달아놓은 벗이 추천한 책이 『보건교사 안은영』입니다. 초등학교 도서관 사서인 그녀가 너무 재미있게 읽은 책이라면서 3월의 도서로 단체 밴드에 소개하였습니다. 요즘같은 시기에 읽으면 사람을 기분좋게 만들어준다고 합니다. 당장 구입하였습니다.

 

집 앞 백목련이 꽃잎을 떨구는 날 읽은 그 책은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보건교사가 퇴마사라니요. 이 환상적인 조합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으니 꿀이 뚝뚝 떨어질 것 같았습니다.

 

보건교사이자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처리하는 퇴마사 안은영이 학교에서 일어나는 다양하고 괴상한 사건들을 해결한다는 내용입니다. 학교 설립자의 후손이자 현재 한문 교사로 근무하는 홍인표는 거대한 긍정적 에너지를 갖고 있어서, 보이지 않는 것들과 싸우다 지친 안은영이 방전될 때마다 배터리처럼 충전시켜주는 존재입니다. 발랄하고 용감한 그녀가 비비탄총과 장난감 칼로 맞서는 귀신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그녀가 있는 학교에 등장하고 사라집니다. 상쾌하고 명랑한 학원소설답게 학생들이 뿜어내는 상큼한 에로에로 에너지들이 무척 귀여웠습니다. ^^

 

그러니까, 결국 은영이 보는 것은 일종의 엑토플라즘, 죽고 산 것들이 뿜어내는 미세하고 아직 입증되지 않은 입자들의 응집체다. p.14

 

이 책에 ‘나오는 죽고 산 것들이 뿜어내는 미세하고 입증되지 않은 입자’라는 말에 주목하였습니다. 이 입자 중의 하나가 코로나-19일까요? 우리들의 삶을 옥죄고 있는 존재도 어쩌면 인간들이 이 지구를 어지럽히고 더럽히고, 먹지 못할 것을 만들어 팔고, 생각이 다르다고 총을 들이대고, 이윤을 위해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이러한 것들이 뿜어내는 미세하고 나쁜 기운들이 뭉쳐서 발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책을 너무 읽었나 봅니다. 모두 긍정적 에너지로 넘치는 건강한 봄 되시기 바랍니다.

 

『보건교사 안은영』, 정세랑 지음, 민음사,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