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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창가에서] 응답하라 2020 교실

개학이 네 차례 늦춰지면서 급기야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사태가 진정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개학은 순차적으로 늦춰졌고, 멈춰진 교육활동을 가동하기 위해 공교육 기관에서 꺼내든 비장의 카드가 ‘온라인 개학’이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기?

 

사실 학교 교육은 울타리 안에서 얼굴을 맞대고 아이들과 함께 씨름하고 손을 맞잡는 오프라인 교육에 최적화돼 있다. 물리적 환경도 오프라인 수업에 고착화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나 도전을 받게 됐다.

 

온라인 수업까지 주어진 시간은 단 9일. 이제 학교에선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기’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익숙하진 않지만 해야 한다면 우리 교사들은 아마도 집어넣게 될 것이다. 냉장고에 코끼리를!

 

학교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라는 공문이 쏟아지고 학교 단위로 개별교사에게 밀려오는 실시간 강의의 압박은 쓰나미에 비길 정도다. 학생들은 등교하지 않지만 교사들은 지금도 ‘화면 공유’를 통해 보여줄 좀 더 나은 수업 콘텐츠를 고민하느라 여기저기 뒤지고 자료를 편집하고, 카메라를 켜고 화상회의로 조·종례를 하면서 본격 가동될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학생들과 시뮬레이션을 하고 여러 가지 돌발 상황을 대비하며 의논하느라 교무실은 야전사령부를 방불케 한다. 

 

물론 양질의 영상을 위해서는 카메라도 해상도가 높은 것이면 좋고, 마이크도 음질이 좋으면 소리가 잘 나갈 수 있지만 형식이 본질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 몇 차례 랜선 위에 교실을 열어 학생들의 얼굴을 보며 다독이고 독려해본 결과, 온라인 교실이라도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는 동일했다. 영상으로 얼굴을 보며 간곡하게 부탁하고 독려하는 교사의 마음이 분명 랜선을 타고도 아이들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온라인에 최적화돼 있지 않은 교사들이 첨단 수업방식이나 기자재 활용에서 다소 매끄럽지 않더라도 교사와 학생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독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 수업이 자리를 잡아가리라는 낙관적 생각이 가득 차오른 것은 경력 30년차 교사의 직관이라고 해도 좋겠다.  

 

온라인 수업이 ‘별것’일 수 없다. 그러니 카메라 앞에서 영상을 제작하는 것만을 온라인 수업의 전부로 생각하지 말자. 아무리 훌륭한 영상자료가 있어도 학생들이 랜선에 올라타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방법이 무엇이건 너희들과 언제나 함께할 것’이라는 마음이 전달되는 순간 학생들은 마음을 열고 바짝 다가서서 얼굴을 보여주고 귀를 쫑긋 기울일 것이다.

 

형식이 변해도 본질은 같아 

 

온라인에 접근이 더 어려운 초등학생들은 그 아이들의 특성을 고려해 이미 제작된 자료들을 잘 활용해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저학년 초등학생을 담당하는 교사는 ‘배달부’의 역할만 잘해도 충분하다. 

 

노트북을 들고 각자의 교실과 특별실에서 카메라를 켜고 학생들과 화상수업을 준비하려 나서는 선생님들을 힘차게 응원한다. 시작도 하기 전에 질부터 따지고 기를 꺾어버리는 것은 지기로 예정된 전투를 시작하는 것과 다름없다. 전투에 나서는 병사에게 필요한 것은 그 전의가 꺾이지 않게 격려하고 응원하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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