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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강마을에서 책읽기] 공포와 죽음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연대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어여쁘게 피었던 봄꽃이 우수수 날립니다. 연분홍 꽃잎은 발길이 뜸한 식당 문 앞에 수북하게 쌓였습니다. 가게 문을 열고 초로의 아저씨 한 분이 빗자루를 들고나와 마른 꽃잎을 쓸고 있습니다. 봄이 쓸려 가고 있습니다. 지구를 공포와 죽음으로 몰고 가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상관없이 계절은 속절없이 가고 있습니다.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었습니다. 학생들 없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게 되는 이 사태가 안타깝고 슬픕니다. 그래도 우리는 성실하고 꿋꿋하게 버티며 나아가야겠지요.

 

이 시기에 가장 어울리는 책을 추천하라면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입니다. 조용한 해양도시인 오랑시가 페스트로 감염되고 대유행이 일어납니다. 이러한 극한상황 속에서 죽음의 공포로 인한 인간의 모습이 잘 드러납니다. 전염병으로 도시가 봉쇄되어 고립되면서 의사 리유를 중심으로 페스트에 대항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파루는 외지인이지만 리유를 도와주기 위해 민간인 자원봉사대인 ‘보건대’를 만들어 병자들을 돕습니다. 보건대에서 성실하고 위대하며 우스꽝스러운 그랑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도시 봉쇄로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지 못하게 된 파견 기자 랑베르는 끊임없이 도시 탈출을 시도하다 결국에는 마음을 바꾸어 보건대에 협조하게 됩니다. 그 외 파늘루 신부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저마다 다른 색깔로 위기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드러냅니다. 어떤 사람은 공포심에 못 이겨 방화를 저지르기도 하고 술을 마셔서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고도 합니다. 매일 수백 명이 죽자 매장할 곳이 없어 시체를 구덩이에 함께 묻습니다. 사이렌 소리가 도로를 휩싸고 사람들은 매일매일 죽어가는데 식량은 모자라는 상황에서 더 어려운 사람은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매일 아침 접하는 뉴스의 한 장면이 그대로 재현되는 듯합니다. 카뮈는 악과 질병, 전쟁과 죽음을 동반한 재앙은 언제나 일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2차 세계대전을 비롯한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전쟁들, 지진, 화산 폭발, 쓰나미와 같은 재앙들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일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닥친 코로나-19에 대항하는 방법은 카뮈의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처럼 서로서로 믿고 도우며 환자를 치료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성실하게 병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야겠지요.

 

연분홍 꽃잎들이 사라지는 도시에는 연두의 향연으로 가득합니다. 매일 연둣빛 물결이 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들처럼 코로나를 극복하고 찬란하게 쏟아지는 초록의 물결을 맞이하리라 믿습니다. 함께 옆 사람과 눈을 맞추고 힘을 냅시다. ^^

 

『페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민음사,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