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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강마을에서 책읽기-깊은 강, 강의 신이여

엔도 슈사쿠의 '깊은 강'

깊은 강, 신이여, 나는 강을 건너,

집회의 땅으로 가고 싶어라

-흑인 영가

 

책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흑인 영가의 한 구절입니다. 일본 소설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닌 저는 엔도 슈사쿠의 책을 처음 만났습니다. 헌책방에서 푸른색 표지가 인상적인 책이 보여 무심코 사 와서 몇 달 동안 책의 존재를 잊고 있었습니다. 장맛비에 읽어야 할 책을 찾다가 ‘깊은 강’이란 묘한 울림이 느껴지는 제목에 빗소리를 들으며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비는 계속 내리고 저는 갠지즈강의 긴 흐름에 몸을 맡긴 방랑자처럼 책 속에 젖어 들었습니다.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네 사람은 인도 단체 여행을 계기로 만나게 됩니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품은 이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찾아 인도로 간 것입니다. 신분과는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품어 안는 어머니의 강 갠지즈와 그곳에서 진정한 평화를 얻는 사람들을 통해 치유와 안식을 느끼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평범한 가장 이소베는 아내를 암으로 떠나보냅니다. 그런데 아내는 유언으로 자신이 꼭 다시 태어날 것이니 자신을 찾으라는 말을 남기게 됩니다. 이소베의 아내를 간호했던 미쓰코는 대학 시절 그저 장난으로 유혹했다 버린 카톨릭 신자 오쓰가 인도의 수도원에 있다는 말을 듣고 인도로 가게 되고, 죽음의 고비에서 자신을 대신해서 죽은 구관조에 대한 애틋한 기억을 간직한 누마다, 태평양 전쟁의 끔찍한 기억을 가진 기구치 이렇게 네 사람의 이야기가 깊은 강물처럼 깊게 천천히 흘러갑니다.

 

고등학교 시절, 제 인생의 한 부분을 차지했던 작가는 헤르만 헤세입니다.  책을 읽으며 그의 사유를 따라가던 여학생은 이제 지천명의 나이를 지나고 있습니다. 이 책 역시 동양의 헤세와 같이 정신적 가치에 대한 공감을 끌어내고 있습니다. 저는 우수수 내리는 빗방울 하나에도 우주의 원리가 숨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신의 존재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 우리 내면에 살아 숨 쉬고, 속박하는 것이 아니라 포용하는 존재라는 작가의 목소리가 더 깊게 와닿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잠시 비가 멈추었습니다. 그 아래 산나리꽃의 점박이 얼굴이 세수한 듯 밝게 웃고 있습니다. 여름은 이제 절정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건강한 여름 보내시기 바랍니다.

 

                                                  『깊은 강』 엔도 오사쿠 지음, 유숙자 옮김 민음사,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