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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고교학점제 교육과정 운영을 통한 행복배움학교 실현을 위한 제언(提言)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Thomas Frey)는 “미래가 현재를 만든다(The future creates the present)”고 하였다. 즉, 미래의 결과를 예측하여 현재의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실제로는 학생들이 미래를 위한 현재보다는 과거에 얽매여 살아가고 있다. 이는 학생 자신의 미래보다 현재의 타 학생과 비교하여 우월하도록 조장하는 제도 때문이다. 부연하면 과거의 제도 속에 얽매여 미래를 향한 도약에 제동이 걸리는 것이다. 여기서 과거는 대학입학시험을 위한 내신 성적과 상대평가에 준거한 수학능력시험이요 미래는 학생의 선택권을 중시하여 학점제 운영으로 고교졸업 자격을 부여하고자 하는 고교학점제 운영에 빗대어 말할 수 있다. 분명한 사실은 과거의 입시제도와 미래를 꿈꾸는 고교학점제 청사진이 모두 현재의 학교생활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바람직한 교육은 학생이 과거보다는 미래의 행복하고 성공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선택의 연속인 삶 속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리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고교학점제 운영과 더불어 학생들이 즐겁고 행복한 배움을 통해 학교생활을 병행할 수 있다면 이 또한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에 본교의 <2020학년도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2년차 중간보고회> 현장 소식과 함께 고교학점제의 성공을 위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본교는 단성학교(여고)로서 26학급(8+9+9)에 전체 620명의 학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교원은 관리자(교장, 교감)와 수석교사를 포함하여 총 59명이며 행정직원은 총 6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고교학점제 2년 차 연구학교이자 행복배움학교 2년 차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연구학교로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를 탐색할 시간을 부여하였다. 저마다 꿈에 부푼 학생들은 미래의 진로를 염두에 두고 자신이 가장 좋아 하는 것, 가장 잘 하는 것, 가장 부러워하는 것을 분석하여 미래의 꿈에 도전하도록 유도하는 3단계 전략으로 진로 효능감을 높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과를 선택하도록 면대면과 비대면의 교차를 통해 기회의 문을 활짝 열어 주었다. 학생들은 많은 자료와 책자, 교과선택을 위한 교과박람회, 선배와의 대화, 외부인사의 강연, 그리고 자신의 진로체험을 통해서 판단할 기회를 얻었다. 결과적으로 학생들은 다양한 교과를 선택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육과정이 운영되기를 희망하였다. 분명 이러한 과정은 학생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으며 새로운 도전에의 기회를 제공하였다.

 

본교 교육과정의 특징은 민주시민을 육성하기 위한 보편교육을 추구하면서 심화학문중심 미래역량, 진로탐색중심 미래역량, 두드림-기초학력보장 교육과정, 소수특성화 꿈두레 공동교육과정, 교과특성화중심(일본어, 중국어) 미래역량을 지향하고 있다. 본교의 교육과정의 변화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기반 아래 고교학점제 운영을 통해 학생들에게 교과 선택권을 보장하여 학생중심 교육과정 운영을 추구하고, 색깔 있는 교육과정 운영으로 학교의 특색을 도모하며 배움중심교육을 실천함으로써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영위하도록 하고 있다. 곧 교육패러다임의 변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교육과정에서 지향하는 학교 운영으로는 첫째, 학교와 마을교육 공동체가 함께 만드는 교육과정. 둘째, 세원교육공동체의 철학을 심은 주제 중심 교육과정. 셋째, 재능 계발과 미래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과정. 넷째, 포기하는 학생이 없는 행복한 학교생활 교육과정이다. 이러한 변화는 교육과정 편제표 상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 특징 10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1) 국,영,수 교과를 포함한 학생 선택권을 확대하였다. 2) 국,영,수 전공필수 과목을 파괴하여 2학년 1학기까지만 필수를 지정하고 2학년 2학기부터는 선택제를 실시하고 있다. 3) 진로 직업 교과 신설로 2학년 2학기~3학년 1,2학기는 진로기초와 진로실무 과목을 편성하여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4) 제2외국어 중점학교 운영으로 중국어와 일본어 중점반을 편성하여 1,2학년의 학급을 분반하고 있다. 5) 학교특색 교양과목을 신설하여 세계시민교육, 자치활동과 토론, 지역사회 이해를 폭넓게 모색하고 있다. 6) 교양 선택 과목을 다양화하여 심리학, 교육학, 보건, 지역이해를 위해 2학년 과정에 집중적으로 편성하고 있다. 7) 학생 선택권을 다양하게 확대하여 탐구(사회, 과학)+제2외국어+국영수 중 택2를 하도록 하고 있다. 8) 교과별 전공심화 탐구 학습을 위해 심화과목(영,수)와 각 교과별 과제연구를 개설하여 수월성을 동시에 추구하고자 하고 있다. 9) 꿈두레 교육과정을 운영하여 2학년 대상으로 주변 학교 간에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본교는 마케팅과 광보, 국제정치, 기초 스페인어 3과목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10) 학기별 단위수를 변경하여 1,2학년 (31+31), 3학년 (29+27)로 하며 수업 시수를 확보하되 특히 3학년에서 시간 확보를 중점적으로 목표로 하여 면접, 진학상담, 수능이후 교육과정 운영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러한 기반을 근거로 2020년에는 65개 과목을 개설하였으며 2021년에는 81개 과목으로 확대될 것으로 본다. 특히 3학년에 (지리, 윤리, 역사, 정치와 법,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과제연구 및 고급(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과목 등을 신설하고자 하였다. 전체 교사의 평균 시수는 15.92를 담당하고 있으며 1과목 담당 교사는 19명, 2과목 담당 교사는 17명, 3과목 담당 교사는 7명, 4과목 담당 교사는 1명으로 분류되어 1인당 평균 1.78과목을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교육과정박람회를 제공하여 모든 교과서를 특별 교실에 펼쳐 보여주고 학생들의 생활 공간과 교실, 복도 곳곳에 판넬을 제작하여 전시하고 교과담당 교사들의 설명회를 곁들여 학생들의 이해와 선택의 폭을 넓게 하도록 도와주었다. 물론 학급 담임교사들의 별도로 상시지도를 병행하고 있다. 본교에서 운영의 중점 철학으로 실행하는 지역사회 역량 활용 교육과정은 진로특화과정으로 인근 대학과 연계하여 2-2학기나 3-1학기에 기초이론인 ‘미용의 기초’, ‘식품과 영양’ 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엔 총 40명(중복포함)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3-2학기 실무과목인 ‘뷰티 미용’과 ‘바리스타’ 과목을 개설하여 총 28명이 참여하고 있다. 학생들은 대학 교수 및 전문가들이 지도하는 이 같은 수업에 관심이 높고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 돋보인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전체 학생들의 만족도가 68%가 넘어 긍정적으로 반응했다는 점이다.

 

본교는 이외에 고교학점제 운영의 내실을 기하고 실제 운영에 최대의 효과를 얻고자 2021학년도부터 새로운 과정을 위한 <교과교실제 공간 혁신 사업>으로 총 9억 원의 공사비를 시교육청과 지역 교육지원청으로부터 지원받아 각 교실과 특별실, 그리고 학교의 여타 공간을 위한 설계도를 완성하여 공사를 추진하고자 예정되어 있다. 이제 본교는 금년 겨울에 2개월의 대대적인 공사를 거치면 명실공히 고교학점제 운영을 위한 연구학교 3년 차로서 2021학년도는 더욱 충실하게 교육과정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고교학점제 운영이 일선 학교 현장에 정착되고 보다 개선된 제도로 2025년부터 전면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만만찮은 과제를 안고 있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한층 보편화해야 할 것이다. 즉, 학교 현장에서 고교학점제가 자리를 잡고 내실을 기하도록 여건을 확실하게 마련해 주어야 한다. 우리 교육의 미래가 고교학점제에 달려 있다고 해고 과언이 아니다. 이는 미래 교육의 대세로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 학생들이 선택하는 다양한 교과를 가르칠 수 있는 교사의 충원과 수업에 따른 학교 시설의 개선은 필수적이다. 현재 도시와 농어촌 간의 심각한 학교 시설의 차이, 그리고 교사의 충원이 심각한 편차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들의 내신 성적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책적 고려가 우선되어야 한다. 온라인 수업이나 꿈두레 공동 교육과정운영을 통한 학점 이수도 자격 기준을 낮추어 보다 많은 학생들이 참여토록 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있다. 이는 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행복한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교육의 가치관을 바뀌어야 한다. 지금처럼 대학을 가야만 제대로 된 개인의 행복을 성취할 수 있다는 국민의식을 개선하지 않고는 아무리 교육제도의 변화를 시도한들 이는 먼 나라 먼 미래의 이야기로 남게 된다.

 

오늘도 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를 안내하고 상급학교 진학을 지도하는 교사들의 몸짓과 열정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학생들은 담임교사나 교과담당 교사, 진로진학 교사를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 어떠한 상담도 “그래, 네 마음대로 원하는 교과를 선택하여 너의 적성과 꿈을 키워 나가라 는 대답은 현실과 너무 먼 이야기다. 대다수의 학교가 너의 진로를 위해서 좋은 내신을 얻는 방향으로 결정하라 고 최종 조언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혁신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이 모든 것이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학생에 따라서 다양한 비교과 활동으로 스펙을 쌓아라 고 지도하는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여기서도 그 학생이 얼마나 힘들게 학교생활을 할지 역지사지를 한다면 이는 장밋빛 진로지도에 불과하다. 피상적으로는 상위권 대학에서 학생 선발의 기준이 교과의 연계나 위계에 따른 전공적합성 보다는 대학에서의 학업능력을 충분히 갖춘 다양한 경험과 기초수학능력을 두루 갖춘 학업준비도 쪽으로 관점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내신에서 좋은 등급을 받고자 교과 선택에 메뚜기처럼 이리저리 옮겨 다닌다. 현실적으로 이런 그들의 고민을 무시할 수 있을까.

 

따라서 고교학점제에 따른 학생선택권을 원래 의도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으로 먼저 선행되어야 할 과업이 있다. 먼저 수능을 성취평가제(절대평가)로 자격고시화 해야 한다. 수능 성적을 상대평가로 지속하면 영역별 최저등급을 얻기 위해 학생들은 무조건 좋은 등급을 받고자 경쟁하기 때문에 수능에 영향을 미치는 교과선택제는 이상과 현실이 유리되어 나타난다. 그래서 완전한 교과선택제는 대단한 모험이고 용기를 필요로 한다. 또 내신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교육활동을 통한 수상경력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또 다른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이나 저나 학생들은 쉼 없는 생활로 피곤하고 학교생활의 여유를 찾기가 불가능하다. 전국적으로 5%도 되지 않는 특목고(외고, 과학고, 영재학교 등)와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는 전국단위 자사고는 95%의 일반고 학생들이 지원하는 수시전형을 피하고 상대적으로 유리한 정시를 위해 수능시험에 몰입하게 된다. 이는 자사고가 매년 50%를 상회하는 재수생을 양산하는 4년제 대입사관학교로 변질된 원인이다. 특히나 최근에는 ‘조국사태’를 겪으면서 수시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정시 확대가 새로운 교육개혁의 명분으로 등장하여 좋은 수능 등급을 받고자 하는 경쟁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젠 진정으로 학생의 입장에서 그들이 즐겁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모든 학교가 행복배움학교로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게 되도록 정부는 더욱 밀도 있는 정책을 수립할 때이다. 지금과 같은 국가 주도의 정책은 반드시 한계에 봉착한다. 교육은 정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미래교육의 성공 여부는 과감하게 제도의 혁신을 구현하되 단위학교에서 답을 구하려는 정책적 마인드가 중차대한 선결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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