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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다시 보는 ‘세한도’, 그 현대적 의미와 삶의 성찰

올겨울 추위가 절정에 이른 한겨울이다. 설 전후의 가장 추운 시기를 뜻하는 ‘세한’은 바로 지금 이때다. 그런데 이처럼 추운 겨울이면 떠 오르는 그림이 있으니 바로 국보 180호인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다. 이 그림은 파란만장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조선 후기의 서화가이자 실학자인 김정희가 그린 이 그림은 송백(松柏) 같은 선비의 절조(節操)와 제주도에 유배 중인 자신의 처지를 표현한 작품이다. 국보 정식 명칭은 김정희필 세한도다.

 

역사 속으로 잠시 들어가 보자. 김정희는 1840년 윤상도의 옥사에 연루되어 지위와 권력을 박탈당하고 제주도로 유배를 가게 되었다. 김정희는 유배지에서 사제 간의 의리를 잊지 않고 두 번씩이나 북경에서 귀한 책을 구해다 준 제자인 역관 이상적에게 1844년에 답례로 세한도를 그려주었다. 김정희는 세한도 그림에서 이상적의 인품을 날씨가 추워진 뒤에 가장 늦게 낙엽 지는 소나무와 잣나무의 지조에 비유하여 표현하였다.

 

추사가 제주도 유배 시절, 이상적에게 주었던 이 그림 한 점과 글이 주는 울림은 단순히 명작이라는 이름 때문이 아니다. 글과 그림 속에 담긴 추사의 고독을 느낄 수 있고 지조와 절개를 볼 수 있고 더 나아가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했던 추사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깊은 공감대를 만들며 교류했던 당시의 학자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끈끈한 인연이 만들어 낸 결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른 붓질의 느낌과 텅 빈 집이 주는 고적감 속에 강하게 축적되어 있는 것은 한시도 학문적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추사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이 그림을 통해 추사의 삶을 다시 살펴보고 그의 정신을 되새겨보고 그가 처한 시대적인 상황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서 한 학자의 치열한 자기와의 싸움과 학문에 대한 열정과 시공간을 넘는 학술적 교류와 새로운 경지를 만들어나가는 선구자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세한도라는 작품이 단순히 그림 한 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학자의 모든 것을 모은 결과물의 하나인 이유이다. 그 속에 숨어 있던 것들과 그때까지의 험난한 여정 등을 알 수 있게 한 추사의 노력도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보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데 있다’는 말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세한도의 우여곡절을 알면 그 의미는 더욱 각별하게 다가온다. 1844년 추사가 제자인 역관 이상적에게 준 그림은 중국으로 건너가 문인들의 환대를 받게 된다. 일제강점기엔 추사 연구자인 일본인 후지쓰카의 소장품이 됐다. 자칫 환수 불가능한 문화재로 남을 뻔했던 그림은 서예가 손재형의 노력으로 1944년 국내로 들어왔다. 이후 1970년대 개성 출신의 사업가 손세기의 손에 들어가 50년 가까이 소장됐다. 그러다 그의 장남인 손창근이 비로소 국가에 기증하여 국가 소유가 되었다.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보물이 국민 모두의 손에 들어온 것이다. 그 결단이 얼마나 숭고하고 멋진가. 177년 동안 세 나라를 거친 세한도는 이렇듯 파란만장한 삶의 역사를 거쳐 2021년 1월 말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특별전으로 만나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다시 세한도를 주목하는가? 세한도의 노송은 추사고, 잣나무 세 그루는 의리가 변치 않는 세 친구를 뜻한다. 귀양살이로 모두가 등 돌렸을 때 변함없이 자신을 돌봐준 친구들은 인간관계의 변함 없는 지조와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다(A friend in need is a friend indeed)’는 속담 그 자체다. 코로나19 시대에 ‘out of sight, out of mind(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속담처럼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더욱 가까이서 함께 하는 진정한 관계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