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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법 취지에 어긋난 학교장 처벌 삭제돼야

지난 1월 국회에서 통과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에 교육기관인 학교가 처벌 대상기관에 포함됐다. 일선 학교장이 학교 현장에서 교육에 전념하지 못하고 위축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사업장에서 시민과 근로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이 법에 교육기관인 학교를 포함한 것은 입법 취지 어긋난다. 학교는 미래 사회의 주축으로 성장할 인재를 양성하는 곳인데, 이윤 추구를 위한 기업과 같은 사업장으로 포함해 적용하는 것은 일반적인 법 상식에서도 많이 벗어난다.

 

과도한 법 해석, 교육 위축될라

 

학교장은 교육감 또는 학교법인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학생을 가르치며 시설 관리자의 역할을 함께 수행하는 학교 교육의 책임자이다. 학교장은 이미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교육시설 등의 안전 및 유지관리 등에 관한 법률’,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 법령에 의거해 안전 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면서 관련 법규를 적용받고 있다. 더욱이 학교장은 학교에 근무하는 근로자의 채용과 시설 투자를 위한 실질적인 예산권을 갖고 있지 않다. 이에 기업의 경영자나 사업주에게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실질적인 경영권이 없는 학교장에게 같은 범주로 포함하여 적용하는 것은 법을 과잉 해석한 것으로 본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이 법이 처벌 수위의 하한선을 정해놓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법은 5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1명 이상 사망하거나 같은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의 적용 관례에 비춰 보더라도, 일반적으로 처벌의 하한선은 음주운전 사망 사고나 마약과 같은 반사회적이고 비도덕적인 범죄 행위의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심지어 운전 중 사망 사고를 낸 운전자도 업무상 과실치사로 인정돼 처벌의 상한선만 있고 하한선은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실제로 구속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반적인 법의 적용이 이러함에도 학교 안에서 예측할 수 없이 일어날 수 있는 과실의 책임을 포괄적으로 학교장에게 부과해 징역형에 처하는 것은 형법 정신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법의 모법인 영국의 ‘법인과실치사법’과 비교해도 매우 가혹하다.
 

이 법이 1년 후 그대로 시행된다면 학교장은 재임하는 동안,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 시설 사업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다. 시설 관리에만 몰두할 것이다. 학교는 교육에 필요한 시설 투자를 하지 않아 점점 안정성과 효율성을 담보할 수 없는 비교육적인 시설이 되어갈 것이 자명하다. ‘말년 병장은 떨어지는 낙엽마저도 피한다’는 몸사림의 논리가 어딘들 예외일 수는 없다.

 

책임 최소화할 방안 찾을 것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 발생한 ‘중대산업재해’와 공중이용시설에서 발생한 ‘중대시민재해’로 나뉜다. 당초 공중이용시설에 포함되었던 학교는 학교시설을 대여하지 않을 것을 우려해 입법과정에서 ‘중대시민재해’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같은 맥락에서 ‘중대산업재해’에서도 제외되어야 한다. 평생 교육에 헌신해 온 학교장에게 총체적 책임을 물어 교도소 담장 위를 걷게 하는 것은 법의 취지에도, 그리고 인륜적 가치에도 반하는 것이다.
 

앞으로 경상북도교육청은 하위 법령(시행령, 시행규칙)에 학교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교육기관의 책임은 최소화하는 구체적인 조문을 넣어 학교장이 교육 본연의 업무에만 충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를 위해 교육부, 시도교육감협의회와 유기적으로 협의해 바람직한 해결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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