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이상미 기자] 교육부가 고교학점제에 교원자격증이 없는 ‘무자격’ 인력을 기간제 교원으로 임용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현장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국가교육회의가 17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위한 국민 참여 온라인(www.eduforum.or.kr) 설문조사’(이하 설문조사)에 ‘무자격 기간제 교원’ 찬반을 묻는 설문 문항이 포함돼 논란이 되고 있다.
설문조사 질문 문항은 대부분 개정 교육과정에 대해 묻는 질문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문항 11번의 경우 교원의 신분 결정에 영향을 주는 문항이어서 설문조사 취지에 동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문항 11번은 ‘고등학교에서 많은 학생이 과목 개설을 희망하지만 담당 교사가 없을 경우 “교원자격증이 없으니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한시적으로 단독수업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현재 학교에서는 교원자격증이 없으면 정규교사와 협력하여 수업을 같이하고 있습니다’라고 질문하고 찬반과 잘 모르겠음으로 답변하도록 하고 있다.
교원들은 개정 교육과정 설문에 ‘무자격 기간제 교원’ 문제를 끌어들인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인천의 한 중학교 교사는 “설문조사 과정에서 무자격 기간제 교원 찬반을 묻는 문항이 나와 황당했다”며 “현행 법률에서도 허용되지 않는 것을 국민 의견을 묻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라며 문항이 빠졌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학부모 등 일반 국민들은 교원의 전문성과 우리 교육에 미칠 파장 등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어렵고 교육부가 원하는 대로 찬성 답변하기 쉬워 설문 결과가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충남의 한 고교 교사도 “아무리 고교학점제 확대를 위해 추진하는 정책이라고 해도 개정 교육과정 설문과 교원 신분 문제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지식이 있다고 누구나 선생님이 될 수는 없다”며 “무자격 교원이 정규 교육과정에서 수업하고 평가까지 담당하는 것은 운전면허 없는 사람에게 운전을 맡기는 것과 같이 아주 위험천만 일로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현욱 한국교총 정책본부장 역시 “교총 설문조사에서도 교원 95%가 압도적으로 반대하는 무자격 교원 문제를 교육과정 설문에 넣은 것은 학부모 찬성 의견에 기대 교육부 정책 방향을 밀어붙이려는 의도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교육부 수탁과제로 연구한 한국교육개발원의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교원수급 관련 쟁점’ 보고서에서 고교학점제 시행을 위해서는 전 과목 교사수가 8만8106명 부족할 것으로 분석했다”며 “그런데도 교육부는 정규교원 충원은 도외시한 채 꼼수로 설문조사 문항에 포함시키는 등 수요도 불분명한 무자격 기간제 교원 충원을 강행하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본부장은 “현행 법률상의 ‘산학겸임 교사제도’를 활용하면 현직 베이커리 기능장, 바리스타 등 교원자격증이 없는 외부 전문가 활용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굳이 교원 자격증이 없는 무자격 기간제 교원을 채용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