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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창가에서] 막무가내 민원에 몸살 앓는 학교

“교장 선생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학년부 소속으로 학생 생활지도에 열심인 선생님이 교장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교칙을 자주 어겨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지도를 많이 받은 학생의 학부모가 “담임의 생활지도가 공정하지 못해 지도에 따를 수 없으니 앞으로 학생을 지도하지 말고 전화도 하지 말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하며 조언을 구했다.

 

학습권 침해로 이어져 학생에 피해

학교폭력으로 신고된 학생의 학부모는 왜 담임이 직접 전화를 하지 않느냐며 따지기도 한다. 학교에 직접 전화해 “왜 다른 사람이 전화하게 하느냐. 그런 일도 안 하면서 담임이라고 할 수 있냐”는 항의에 교감선생님이 면담을 하면서 달랜 일도 있다.

 

매우 화가 난 학부모가 교장실 문을 열고 들어오며 목소리를 높인 일도 있다. 사연을 들어보니 학급 카톡방에서 담임이 자신의 자녀를 ‘빌런’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중학생에게 그런 용어를 쓰는 사람은 자격이 없으니 담임을 교체해달라고 요구했다. 메신저에는 몇 명의 아이들이 함께 지칭돼 있고, ‘열심히 잘 해서 빌런을 탈출하길 바란다’는 담임의 글이 보였다. 앞뒤 말은 그 학부모에게만 안 보이는 것 같았다.

 

교육청 장학사로부터 전화를 받은 일도 있다. 국민신문고에 민원이 들어왔으니 학교 입장에 대한 답변서를 작성하라는 것이다. 학교에서 욕설이나 혐오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방과 후에 남아 경필쓰기를 한 일이 있는데 이것이 학생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민원내용을 듣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해당 학년부에서는 수업을 준비하고, 학생들 생활지도할 시간에 답변서를 작성해야만 했다.

 

생활지도부장으로 학생 생활지도 중에 생긴 일로 아동학대 소송에 걸려 1년여를 고생한 끝에 ‘혐의 없음’ 처분을 받은, 정년퇴임을 앞둔 교사의 안도하던 모습도 생생하다.

 

휴대전화를 걷는 것이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공문을 보내, 학교규정 제정 절차 등이 포함된 답변서를 요구하고, 정상적인 절차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사를 나와 규정을 바꾸라는 ‘권고’를 당하기도 했다.

 

과연 학교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 걸까? 소신을 갖고 교육활동에 전념하기 어려워진다.

 

학생들과의 갈등에 휘말리기 싫어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이 있어도 어떤 제재도 하지 않는 교사들도 간혹 보인다. 현명한 행동이라고 칭찬을 해야 할지, 아니면 교사로서 더 책임감을 갖고 어떤 일이 있어도 학생들의 생활지도에 최선을 다하라고 해야 할지 고민되는 것이 안타깝다.

 

‘생활지도법’ 시행령 기틀돼야

이 모든 일이 최근 1~2년 안에 겪었던 일이다. 직접 겪은 일이 아니더라도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기사는 차고 넘치는 실정이니 지금의 학교는 생활지도와 전쟁을 하고 있는 지경이다.

 

그래도 지난 연말 희망적인 소식이 들렸다. ‘생활지도법’이 통과되면서 법령에 근거한 정당한 생활지도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다만 관련법 시행령이 누더기 법령이 되지 않도록 다양한 의견수렴과 정치적 신념을 넘어선 합의를 통해 교육이 한 단계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기틀을 함께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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