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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5월 20일은 UN이 정한 ‘세계 꿀벌의 날’

꿀벌 집단 실종, 인류의 커다란 위협 직시해야

 

필자는 지금 수강생이다. 수원시농업기술센터가 주관하는 양봉교육을 탑동시민농장에서 받고 있다. 평생학습 차원 미래 대비 차원이다. 교육시간은 총 30시간인데 매주 목요일 오전, 양봉에 입문하고 있다. 1시간 이론수업, 1시간 실습시간이다. 4월 13일 개강했으니 이제 반 정도가 지났다. 수강생은 아마도 미래 양봉가로서의 꿈에 부풀어 있을 것이다.

 

지난 주에는 내검(內檢)을 하면서 채취한 헛집 속에 들어 있는 꿀을 시식하는 시간도 가졌다. 작은 밀랍 덩어리째 맛보는 것인데 우리가 기른 벌이 꿀을 채취해 모아놓은 것을 맛보는 생생한 체험을 하였다. 수강생들은 ‘진짜 꿀맛’을 보며 감탄한다. 밀랍은 껌이나 화장품의 원료로 먹어도 된다고 한다. 밀랍이 입에 건더기로 남는다.

 

아마도 수강생이 가장 기다리는 것은 채밀(採蜜) 아닐까? 조별로 4명이 벌통 하나를 관리하는데 거기에서 나오는 꿀을 따는 것이다. 강군(强群)일 경우에는 수확량이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벌의 세력이 약하면 수확량은 미미할 것이다. 강군을 만들고 계속 유지하는 것이 양봉가의 진짜 실력이라고 한다. 우리 수강생이 수확한 꿀은 50%는 자체 분배하고 나머지는 취약계층이나 공유냉장고에 기부할 예정이다.

 

 

교육을 받으며 꿀벌에 대해 몰았던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첫째는 여왕벌의 중요한 역할이다. 여왕벌은 봉군별로 한 마리가 있다. 만약 여왕벌이 없다면 해당 봉군은 사라지고 만다. 여왕벌은 봉군을 유지하기 위해 평생 산란한다. 수명은 3~5년이다. 그러나 양봉가들은 1년마다 교체한다. 여왕벌은 벌침이 있고 여러 번 사용 가능한데 처녀왕들간의 전투에서 이것을 사용한다고 한다. 수벌과 교미하는데 평균 12마리와 수벌과 교미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다음엔 일벌의 역할이다. 일벌은 봉군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일은 담당한다. 암컷인데도 불임이다. 생식기관 대신 독낭이 발달하여 벌침으로 침입자를 공격한다. 그리고 죽음을 맞이한다. 일벌의 수명은 평균 50일. 아카시 개화기엔 30일 정도이고 겨울철엔 수개월이라 한다. 일벌은 꿀 채집과 운반 외에 육아분담 등 하는 일이 많아 과로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봉군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일벌들이 집단 의논하여 결정한다 하니 놀랍기만 하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기념일이 많다. 우리에게 중요한 존재들을 돌아보자는 날일 것이다. 요즘 새롭게 안 사실 하나는 20일이 바로 국제연합(UN)이 정한 ‘세계 벌의 날’이라는 것. 2017년 UN은 생태계에서 꿀벌의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매년 5월 20일을 ‘세계 꿀벌의 날’로 제정했다. 그러니까 UN이 지구상에서 벌이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을 심각히 깨달은 것이 6년 전이다.

 

 

벌이 얼마나 중요할까? 꿀벌을 포함한 화분매개자(꽃가루를 날라 수분을 돕는 생물, 주로 곤충)가 없다면 꽃과 식물이 번식할 수 없다. 벌을 비롯한 곤충을 통해 번식하는 식물에는 사과, 호박, 수박, 옥수수 등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채소와 과일이 포함된다.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전 세계적으로 연간 최대 5770억 달러(약 770조 58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꿀벌이 집단적으로 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와 안동대 산학협력단이 내놓은 ‘벌의 위기와 보호정책 제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선 지난해 겨울 꿀벌 78억 마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한다. 지난해 9~11월 사이에는 약 50만 개의 벌통이 비워졌다는 것. 한국양봉협회는 지난달 기준 협회 소속 농가 벌통 153만 7000여 개 가운데 61%인 94만 4000여 개에서 꿀벌이 폐사한 것으로 추산했다.

 

 

‘꿀벌 집단 실종 사건’의 원인은 무엇일까? 여러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제초제나 살충제 노출로 인한 급성/만성 중독, 인공 사육으로 인한 유전 다양성 감소, 검은말벌 바이러스, 중국 가시응애 등 병해충, 밀원(蜜源)의 급격한 감소 등이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벌과 꽃이 만나는 시간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즉, 지구온난화로 벌과 꽃의 생체시계가 어긋나 만날 수 없게 된 것이다.

 

양봉교육을 받으며 양봉산업의 어두운 미래가 걱정이다. 벌을 비롯해 곤충을 살리는 것은 곡식, 채소, 과일 등 식량원을 살리는 것이다. 이것은 인류를 살리는 것이요 지구를 살리는 것이다. 벌을 비롯한 화분(花粉) 매개체를 보호해야 한다. 수분(受粉) 매개체의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것이 인류가 당면한 시급한 과제다. 지구온난화 기필코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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