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가 줄어듦에 따라 초·중등 교사 선발 인원도 해마다 줄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학생들의 장래 희망 직업으로 교사가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학생을 가르친다는 자긍심과 직업 안정성, 한국 사회에서 교사가 갖는 위상을 고려해 볼 때 교직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교·사대를 졸업해도 교사가 되기 쉽지 않고, 교사가 돼도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게 만만치 않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교육방식이 달라져도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조건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치관이다. ‘인간이 삶이나 세계에 대하여 옳고 그름, 좋고 나쁨 등의 가치를 매기는 관점이나 기준’을 가치관이라고 정의할 때 교사가 어떠한 가치관으로 교직을 수행하느냐에 따라 교사의 역할과 방향이 달라진다. 지나친 주관개입 삼가야 교사의 주관적 개입이 지나치면 학생에게 편향된 가치관을 심어 줄 수 있다. 따라서 교사는 주관보다 객관적으로, 특수한 관점보다는 일반적인 관점에서 학생을 지도할 필요가 있다. 그게 바로 중용적 자세다. 어느 한 편에 치우치지 않은 태도를 보일 때 아이들도 편견 없이 배우고 성장할 기회를 얻을 것이다. 두 번째 조건은 전문성이다.…
2021-10-16 18:06“선생님, 보결 수업을 좀 부탁드릴게요.” “아~ 네. 또 아픈 분이 계신가 봐요.” 교무실에서 전화가 와요. 보결 수업을 해 달라고 하시더군요. “왜 또 저예요? 이제 그만, 보결은 명퇴하고 싶어요”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눈치 없는 입은 “네”라고 대답해버렸어요. 일주일에 몇 시간 안 되는 빈 수업 시간. 촘촘히 박혀 있는 수업 시간에서 얼마 안 되는 쉬는 시간인데, 보결 수업 때문에 휴식이 없어져 버리는 건 좋은 일은 아니에요. 그런데 요즘에는 무슨 일인지 부쩍 보결 수업이 많아졌어요. 아픈 선생님들이 많아지신 걸까요? 보결은 많고, 시간표가 비어 있는 선생님들은 적어서 교감 선생님도 수업하세요. 굉장히 험난한 상황. 이런 상황은 코로나19로 비롯됐어요. 가족 중에 코로나19가 확진된 선생님.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선생님. 물론, 백신 접종 완료자는 가족이 자가격리 중에도 출근할 수 있어요. 요즘 방역수칙에 따르면요. 하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어서 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을 받아야 근무하도록 하는 학교도 많아요. 돌파 감염도 무시를 못 하니까요. 이런 상황은 학교마다 편차가 있어요. 큰 학교는 그만큼 사람이 많으니까 이런 상황이 빈번할 수도
2021-10-14 10:01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등장은 ‘당연하게 누려왔던 것들이 부재한 일상’을 마주하게 했다. 일상처럼 누려온 기능들이 온전히 기동하지 못하면서 빚어진 학습 기회의 결여는 아이들 간 학습 불균형의 확대와 학력 격차 확산이라는 염려로 이어졌다. 문 닫힌 '사회화의 장', 학교 일시적으로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많은 아이들이 학업에 필요한 기회를 잃고 교육의 단절을 경험했다. 학교는 지식 전수 뿐만 아니라 학년 변화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단체생활과 사회 규칙들을 배우며 인지와 감성을 풍부화하는 '사회화의 장'으로서 역할을 담당해왔다. 이러한 공간을 단절 당한 아이들은 균형 잡힌 성장과 발달의 결여를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 이후 비등교 수업의 일상화는 물리적 학교의 한계를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학교 현장에서는 양질의 학습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시도됐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속화되면서 에듀테크를 기반으로 한 원격교육이 뉴노멀로 자리 잡았다. 원격교육은 물리적 공간에 의해 단절된 학습 기회를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대안적 교육플랫폼으로서 그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운영 초반, 일방적 지식 전달에 머무르는 한계를 보였고, 원격수업 장비를 갖
2021-10-10 09:00코로나 상황이든 아니든 학생들이 학교에 가는 목적 중 하나는 친구들과 원활한 관계를 맺으며 즐겁고 재미있는 활동을 하는 데 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고 함께 공부하며 미래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필요한 능력을 자연스럽게 다지는 과정을 겪는다. 등교해도 단절감 여전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가정에서 이뤄지는 원격수업에서 학생들은 네모난 카메라 화면에 갇혀있다. 등교수업에서도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가벼운 스킨십과 장난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는 어떤 곳인지 다시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학교는 학생이 인지, 정의, 기능 등 모든 면의 능력을 고루 갖춘 균형감 있는 인간으로 발달하도록 돕는 곳이다. 그런데 지금 코로나 시대의 교육은 인지적 측면으로 기울어져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접촉 등 방역이 강조되면서 기존의 다양한 활동이 위축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짝 활동과 모둠 활동, 실험, 실습, 체험 등을 시도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왔다. 코로나 사태가 2년째 접어들면서 우왕좌왕하던 모습도 점점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모든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정 짓지
2021-10-09 18:08어떻게 해야 정년까지 교직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까? 요즘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하루하루가 다르게 지치는 것이 느껴지거든요. 수업만 해도 힘든 건 왜 그럴까요? 아침에 출근해서 오후에 수업이 끝날 때까지 우리는 물아일체가 되기 때문일 거예요. 수업하고, 쉬는 시간에도 생활지도를 하느라 ‘나’라는 존재는 온데간데없으니까요. 한마디로 정신이 없는 거죠. 수업 시간에는 질문을 하는 아이에게 이야기해주고, 딴짓하는 아이도 참여시키느라 애쓰고, 떠들고 장난하는 아이에게 주의도 줘야 해요. 분주하지요. 쉬는 시간은 선생님도 쉬나요? 여기저기서 선생님을 찾는 아이들의 민원(?)도 하나하나 다 응대해줘야 하고요. 수업을 시작해서 아이들이 하교할 때까지는 결국 학생과 학교와 내가 서로 일치되는 ‘물아일체’의 상황. ‘나’는 없고 ‘교사 000’만 존재하는 극한 상황이지요. 자, 수업이라는 전반전 끝나면 잠시나마 망중한을 즐긴 다음, 다시 후반전을 시작해요. 수업 준비, 공문처리, 그리고 이런저런 회의까지. 오후에도 바쁘기는 마찬가지예요. 그렇게 전반전과 후반전을 마치면 퇴근 시간. 멘탈이 탈탈 털리고 나서 퇴근을 하지요. 우리가 편안한 마음으로 교직 생활을 이어나가기…
2021-10-05 09:17서울의 25개 자치구 중에 특수학교가 없는 자치구가 8곳이다. 지난달 7일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중장기 계획에 따르면 서울의 모든 자치구에 2040년까지 특수학교 9교를 설립한다고 한다. 12년 넘게 원거리 통학을 지원하는 학부모로서 반가운 소식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계획된 완공 목표는 20년 뒤여서 원거리 통학의 고충은 현재 진행형이다. 서울에 17년 만의 특수학교가 설립되기 전,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서 학부모들이 학교를 짓게 해달라고 무릎 꿇었던 2017년 9월 5일 주민설명회는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대하는 부끄러운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날 현장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긴 영화 ‘학교 가는 길’을 한 번 보기를 권한다. 장애에 대한 편견 방치한 결과 그날 현장에 있었던 선생님 한 분은 함께 사는 사회를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우리의 잘못이라고 했다. 과거 장애와 비장애가 통합되지 않은 사회에서 교육받고 살아온 그들만의 잘못이라고는 볼 수만은 없다. 장애인을 이웃으로, 친구로, 동료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방치한 대한민국 전체의 잘못이다. 모든 교육은 두말할 것 없이 통합교육이 원칙이다. 이것은 너무도 당연한 대전제다. 그러나
2021-10-04 09:03부모나 교사에게 순종적이고 다정했던 아이가 어느 때부터인가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말대답을 하거나 대들면 ‘사춘기가 심하게 왔구나’ 하고 생각한다. 반대로,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키는 제법 큰데 밝은 표정으로 부모님과 대화를 하는 아이를 보면 ‘얘는 아직 사춘기가 안 왔나 보네’ 생각한다. 이렇듯 ‘반항심’을 사춘기의 도래를 가늠하는 가장 대표적인 신호로 보는 경우가 많다. 사춘기 가늠하는 대표적 신호 중·고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하면서 보란 듯이 반항적인 말과 행동으로 인내심을 시험에 들게 하는 제자들을 많이 만나 보았다. 그러한 제자들의 반항심 충만한 언행이 참으로 괘씸하게 느껴졌다. 그러다가 내 아이의 사춘기, 분신이라 믿었던 아들의 반항적 태도와 직면하면서, 괘씸한 수준을 뛰어넘어 깊은 실망과 배신감까지 느꼈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그런데 이 ‘반항’이라는 단어는 도대체 누구의 시각에서 이렇게 명명되고 정의 내려져 왔을까? 누구 입장에서 ‘반항’이란 말이 생긴 것일까? 결국은 부모와 교사로 대표되는 연장자 혹은 어른의 시각에서 아랫사람의 탐탁지 않거나 언짢게 여겨지는 몇몇 행동들이 반항의 범주로 분류돼 온 것이다. 우리 기
2021-10-04 09:02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제1차 교육회복지원위원회 회의’에 이례적으로 김부겸 국무총리가 직접 참석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교육 현장에 찾아온 위기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려 의지가 크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자리였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을 공동위원장으로 산하기관장, 교대·사범대협의회장, 한국교총, 학부모 대표 등 20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는 교육 회복을 어떻게 할 것인지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화두는 학력 격차·기초학력 부진 팬데믹이 가져온 학교 현장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교육 당국과 전문가 모두 공감했다. 특히 학력 격차와 기초학력 부진에 대한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보고 다양한 차원의 대책을 마련했다. 상당히 많은 예산이 하반기부터 투입된다. 하반기에만 5조3600억 원 이상을 교육 회복을 위해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이 중 교육부가 2600억, 시·도교육청이 5조 1000억 정도의 추경 예산을 투입한다. 여기에는 교육 회복뿐 아니라 미래교육 학습환경 구축이 포함됐다. 학습 격차 해소 및 심리#65381;정서 지원, 과밀학급 해소 등에 1조5817억, 학교방역·돌봄지원 등 교육안전망 구축을 위해 80
2021-09-20 09:00누구나 자기의 삶이 행복하길 소망한다. 어린이든,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아니면 노인이든 각자 인생의 길고 짧음에 관계없이 삶의 궁극적인 목적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굳이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를 소환하지 않아도 인류의 역사는 ‘행복 추구’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교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교사는 인식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쉽지 않다. 교육은 인류 역사에서 오랜 보수성을 간직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사가 갇힌 일상에서 벗어나려면 절대적으로 ‘주도적인 자세’를 지녀야 한다. 같은 일을 해도 남보다 보람을 느끼는 교사에게는 ‘본심’이 자리하고 있음을 쉽게 발견한다. ‘자신을 위해’라고 다짐하기 여기엔 ‘이왕 하는 거, 즐기자’는 마음가짐이 자리한다. 좀 극단적으로 말해 ‘학생을 위하기보다 자신을 위해’라는 생각이 마음을 점령하고 있다. 교사는 의도적으로라도 즐거워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에게 기운이 전파된다. 일반적으로 ‘학생을 위해’라는 다짐에는 희생과 부담이 따른다. ‘자신을 위해’라는 다짐은 다르다. 자신을 위해 꾸미고, 즐기고, 베푸는 데는 간섭과 통제가 있을 리 없으니 어찌 행복하지 않겠는가! 학교는 매일 같은 일상이 반
2021-09-20 09:00학교에 젊은 교사들이 유입되고 있다. 강원도 A시는 한 때 신규 교사를 포함한 20대 젊은 교사 비율이 전체 교사의 50%를 넘을 때도 있었다. 3년간 그들과 함께 근무하면서 꽤 속앓이를 많이 했던 경험이 있다. Z세대를 이해하지 못한 결과였다. X세대에 대한 시각도 곱지 않았다 나는 X세대다. 당시에는 기성세대가 X세대를 바라보는 시각도 곱지 않았다. 개성이 강한 세대라고 여겨졌으니 말이다. 그런 X세대가 이제 교감이다. Z세대 신규 교사들을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을 것 같은데 막상 직접 접해보니 부딪히는 게 꽤 많았다. 코로나19 이후 학교 근무 문화는 전과 비교할 수 없게 달라지고 있다. 수업 형태도 원격 수업이 이젠 자연스러울 정도다. 언택트 시대에 X세대들이 우왕좌왕할 때 Z세대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자기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제 Z세대에게 배워야 할 정도다. X세대인 나의 사고방식과 행동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 같다. Z세대는 느슨한 연대와 인간적 거리두기를 노멀로 여기는 세대다. 직장 안에서 촘촘한 인간관계를 거부한다. 자신의 취향과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되 가급적 거리두기를 원한다. 사생활 언급은 특히 주의해야 할 사항이다. 과도
2021-09-13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