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노조 전임자에 대한 근로시간 면제제도, 일명 타임오프제가 지난 5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교원노동조합이 민간부문에 비해 차별받는 문제를 해소하고, 교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한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공공부문 차별 해소, 교원단체는? 이 같은 입법목적이라면 교원단체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게 마땅하다. 교육기본법상 교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교원단체를 조직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원단체는 설립 근거 법률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형국이다. 심지어 일부 노조는 교원단체의 교섭을 교원노조의 교섭권을 침해하는 유사 교섭행위로 폄훼하며 교원단체에 타임오프제를 적용하는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역사적·법적 맥락을 조금만 따져보면 이 같은 주장의 모순성은 금세 드러난다. 교원단체의 교섭·협의권은 1991년 5월 31일 교원지위법 제정 당시부터 부여된 법적 권한으로, 1999년 1월 29일 제정된 교원노조법상 교섭권보다 훨씬 앞서 형성된 것이다. 교섭·협의권은 당시 선배 교육자들이 전국교육자대회, 교원청원운동 등 대정부 투쟁을 통해 얻어낸 귀중한 법적 권리다. 이에 따라 교총은 현재까지 교육
2022-06-27 08:10지난 3년간 교육현장의 패러다임은 굉장히 빠르게 변했다. 궤도를 사용하던 아날로그 수업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디지털 수업의 시대로 바뀐 것이다. 크고 작은 문제를 딛고 서서히 발전하던 교육이 이제는 정신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2022년은 많은 교육적 변화가 나타날 한 해가 될 것이다. 더 많은 자유가 가져온 양극화 역설적이게도 학생들은 코로나19로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자유를 얻었다. 자기주도적 성향을 가진 학생들에게는 그동안 갖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자 기회였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체험기회만 박탈돼 교육의 양극화가 심해졌다. 지금까지 ‘온라인 수업을 할 수 있을까?’로 고민했다면, 이제는 ‘온라인 수업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초점을 맞춰야 할 시기다. 말장난 같지만 온라인 수업을 위한 인프라는 빠르게 갖춰지고 있다. 새로운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최소 성취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단편적인 전달형 지식에 그치지 않고 학생의 수준에 따라 소통할 수 있는 페이스메이커 같은 교육이 절실하다. 온라인 수업을 위해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교
2022-06-26 09:17이 세상에 저절로 되는 것이 있을까? 정답은 아마 ‘하나도 없다’일 것이다. 이는 세상에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예컨대 누군가를 향해 미소를 한 번 지어주는 데도 14개의 얼굴 근육이 움직여야 한다. 또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침대에서 걸어 나오는 데도 우리 발을 구성하는 52개 뼈의 조직적 움직임이 필요하다. 작은 일에도 다 이유가 있다 이처럼 아주 작고 소소해 보이는 일도 원활히 움직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평소의 성실한 준비와 구성요소 전체의 톱니바퀴 같은 조화로운 작동이다. 하지만 세상에 예외가 없는 규칙이 없듯이 저절로 되는 것이 딱 하나 있다. 망치는 것이다. 예컨대 예쁜 정원이나 텃밭을 망쳐버리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마구 짓밟거나 파헤치는 것이 아니다.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이다. 그러면 잡초가 무성하여 결국 저절로 황폐해진다. 이미 경험한 사람은 알 것이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을. 하지만 초심을 잃으면 어느덧 익숙함에 젖어 게을러지고 여러 가지 핑계로 방치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결국 상추 한 잎을 맛보는 것도 텃밭을 가꾸는 세심한 손길과 고운…
2022-06-25 08:17긴급복지 신고 의무자 교육. 또 왔어요. 의무 연수 이수 공문이요. 업무 담당자라서 연수 이수 번호를 취합해서 보내야 해요. 그거 아시죠? 올해 기준으로 교사들이 들어야 하는 연수는 20가지가 넘는다는 것을요. 인성교육, 학교폭력예방교육, 아동 학대 예방 및 신고 의무 교육 등등. 이제는 무슨 연수인지 다 외우지를 못하겠어요. 업무 담당하시는 분이 ‘00 연수 들으시고 이수증(이수 번호) 보내주세요.’라고 메시지가 오면 그제야 꾸역꾸역 하나씩 듣게 되니까요. 한두 개라야 뭔가 의욕을 가지고 연수도 들을 텐데, 이제는 무슨 연수인지도 모르면서 흘려듣게 돼요. 선생님들께 메신저로 보내서 ‘이수 번호를 메시지로 보내주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냈어요. 1~2주 후부터 쏟아지는 메시지. 하나하나 클릭해서 정리해야 하는데 우리 학교는 선생님이 58분이라는 건 안 비밀. 거기에 이수 관련 메시지만 오는 게 아니라 여러 메시지가 섞여 와서 놓치는 메시지가 있었다는 것도 안 비밀이에요. 구글 시트나 네이버 폼 URL을 보냈으면 쉬웠을 텐데, 시간이 지나서 후회해요. 머리가 나쁘면 이렇게 몸이 고생하는 거죠. 의무 연수와 관련한 여러 수고는 그것이 ‘의무적’이기 때문이에요
2022-06-23 15:497월 1일, 임기 시작을 앞둔 제4기 민선 교육감 당선인들의 행보가 바빠지고 있다. ‘선거는 당선된 날 하루만 좋다’는 말처럼 당선의 기쁨도 잠시, 지역 교육의 방향성 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새로 당선된 교육감은 인수위원회를 통해 공약 이행 방안을, 재선된 교육감들은 업그레이드 정책 방향을 고민 중이다. 옥석 가리기부터 과감하게 모든 일에 첫걸음이 중요하듯 인수위 단계부터 선거 과정에서 제시한 공약의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 당선을 위해 남발한 포퓰리즘 정책과 현장 괴리 정책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경쟁교육과 학교 서열화를 비판하면서도, 본인은 정작 한 표 차 당락이 결정되는 고도의 정치 행위 즉, 승자독식 선거에 올인한 교육감 당선인이 꽤 있다는 점이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교육감선거는 후보자와 공약이 보이지 않는 이른바 ‘깜깜이 선거’, 정책이나 인물보다는 보수·진보 구도가 부각되는 ‘이념 선거’라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공약의 내용과 깊이가 다소 얕은 경향성을 보인다. 교총이 당선인 공약을 분석한 결과 교권 침해 대응과 교원 보호 정책은 전반적으로 미비하고 주로 행정업무 경감·연수·심리회복 비중이 높은 것으로
2022-06-20 08:46학력 격차 문제가 교육적 이슈로 대두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코로나19 이후 더 심화됐다. 비대면 온라인 수업, 블렌디드 러닝 등이 시행되며 가정환경 등 여러 요인에 따라 학력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진 것이다. 스마트 기기를 적극 활용하자 기초학력은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능력이다. 기초학력과 문해력 부진이 누적되면 심각한 삶의 저하로 연결되고, 국가 경쟁력도 떨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이를 해소하기 위한 교육 정책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실정이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요즘 학생들의 학력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우선, 디지털 기기의 다양한 활용이 필요하다. 스마트기기를 교육과정과 수업 설계에 적극 활용하는 것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으로 기초학습 부진을 해소하고 문해력 교육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디지털 기기를 잘 활용하고 다루는 능력은 향후 평생학습을 위한 기초자산도 된다. 이는 새 정부 교육국정과제인 '전 국민 평생학습 지원 등으로 교육격차 해소'라는 목표에도 맞닿아 있다. 요즘 학생들은 스마트폰 사용이 제한되는 학교 수업 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디지털 기기에 연
2022-06-20 08:19영국 BBC의 설립 근거는 의회가 만든 법이 아니다. 왕실 칙허장이다. BBC는 1922년 라디오 방송을 시작했고, 1927년 칙허장에 따라 공영방송으로 재탄생했다. 법이 아닌 왕실 칙허장을 설립 근거로 한 것은 공익을 앞세워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설계다. 이에 힘입어 BBC는 세계 공영방송의 전형으로 자리 잡았다. 영국 왕실이 BBC에 면허를 주면서 강조한 세 가지는 100년이 다 되도록 변하지 않았다. ‘정보, 교육, 오락’이다. 교육적 기능을 지금도 매우 중시한다. BBC와 PBS의 극명한 차이 미국에도 공영방송이 존재한다. PBS다. 영국 BBC와 비슷한 시기인 1920년대부터 라디오 교육방송을 시작했다. 교사들은 1930년대부터 끊임없이 영국 BBC와 같은 공영방송을 주창했다. 그러나 좌절됐다. 1969년에서야 공영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CBS와 NBC 같은 상업방송사에 밀린 것이다. BBC와 PBS의 간격이 이처럼 벌어진 이유는 출발 시점이 늦어서가 아니다. 설립 근거 때문도 아니다. 재원이 문제다. BBC는 수신료라는 안정적인 재원 공급장치를 만들었으나, PBS는 그러지 못했다. BBC는 수신료 납부자들에게 무엇을 할
2022-06-18 11:21교육감 선거 결과 보수 성향 후보는 8곳, 진보 성향은 9곳에서 당선됐다. 그러나 이는 단순 평면적 분류일 뿐이다. 외부에서 진보 인사로 분류한 당선인 중 일부는 한국교총 활동 경력과 평소 교육철학을 감안할 때 사실상 탈 진보, 탈 전교조에 가깝기 때문이다. 교육계 내에선 선거 결과를 보수 10명과 진보 7명으로 나눠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14명이던 진보 ‘이념 교육감’은 반토막 났다. 지난 10년 간의 오만과 허울뿐인 ‘혁신교육’ 대한 준엄한 심판이다. 국민들은 낡은 이념 편향의 교육을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으로 바꿀 것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반토막 난 ‘이념 교육감’ 보수 후보들의 약진은 그동안 진보 교육감들이 ‘혁신교육’을 내세우며 펼친 정책에 대한 실망감과 교육 독선에 대한 경고다. 지난 10년 간 심각한 기초학력 저하, 자사고와 외국어고 등의 폐지 시도에 따른 교육 선택권 박탈, 부정부패의 전형을 보여준 ‘내사람 심기’식 무자격 교장공모제와 특별채용, 민주·인권·노동 등 ‘이념 편향 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누적된 불만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교조주의적 사고에 입각한 민주, 인권 등 가치는 사회적 공감이 크게 부족한 진영 이슈
2022-06-13 08:50무엇이었을까? 어린 시절, 한없이 작기만 했던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힘은, 유년 시절의 회상을 통해 나는 교육의 희망을 다시 마음에 담는다. 초등학교 1·2학년 시절 내가 기억하는 나는 아무것도 잘하는 것이 없는, 그래서 늘 다른 친구들에게 짐이 되고 선생님을 귀찮게 하는 아이였다. 강원도 고성의 작은 산골 초등학교(도학)에 이름 한 자 배우지 않고 입학했다. 유독 몸이 약했고 부실한 영양 탓에 청결하지도 못했기에 친구들에게도 선생님에게도 환영을 받는 존재가 아니었다. 다른 친구들이 다 아는 것을 모른 채 입학했던 나는 이를 핑계 삼아 스스로 공부도 못하는 아이, 해도 안 되는 아이로 낙인찍었다. 친구들보다 훨씬 작은 덩치에 공부도 못하는 ‘나’, 초등학교 1·2학년 시절 나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가난한 부모님을 둔 초라한 소년이었다. 3학년이 되면서 새롭게 오신 ‘김종영’ 선생님이 담임이 되셨다. 선생님은 열여섯 명밖에 되지 않는 우리 하나하나의 이름을 소중히 불러주셨고 모두를 소중하게 여겨 열심히 가르쳐주셨다. 어느 날 저녁 집에 있을 때였다. 아버지는 그날도 동네 어른들과 마루에서 소주를 들고 계셨다.…
2022-06-13 08:24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박에 쉽게 빠져드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도박 중독에 대한 적절한 조치나 예방 교육에 대한 관심은 낮다. 2019년 기준, 전국에서 청소년 도박과 관련된 예방 교육을 학교에서 교육받은 학생은 겨우 18%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학교보건법 개정에 따라 오는 6월 29일부터 학교에서 도박 중독 예방 교육이 의무화되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소식이다. 성인인증조차 없이 쉽게 접근 도박은 어른들만 하는 나쁜 행동이라는 게 우리 사회의 기존 관념이었다. 하지만 청소년 흡연·음주나 학교폭력 등과 같이 도박은 이제 수면 위로 부상한 심각한 청소년 문제다. 청소년 도박의 가장 큰 문제는 대상이 무척 다양하다는 점이다. 체육진흥투표권, 경마, 경륜, 경정, 소싸움 등과 같은 합법화된 사행산업뿐만 아니라 불법 인터넷 스포츠 베팅, 인터넷 카지노 게임 등과 같은 불법 인터넷 도박까지 광범위하다. 게다가 도박 중독 수준이 높아질수록 도박 참여 횟수와 시간, 금액이 급증하는 현상을 보인다. 왜 10대 청소년들은 도박에 이렇게 열중하는 것일까?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는 청소년들
2022-06-12 1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