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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창가에서] 진짜 책 읽기의 힘

하얀 눈이 폴폴 내려, 유난히도 예쁘게 나무마다 눈꽃이 피어난 날이었다. “책읽어주기 운동본부에서 ‘책 읽어주는 입학식’ 행사를 하는데, 강의를 하나 맡아주셨으면 합니다”라는 전화를 받았다. 강연 주제는 ‘책 읽는 가족 이야기’. 강연 날짜도 촉박한데 큰 생각도 없이 선뜻 강의를 맡았다.

 

충분한 시간과 환경 중요해

막상 강연을 준비하려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교사로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줬고, 그림책을 활용한 수업도 수도 없이 했다. 그런데 막상 강연을 준비하려니 막막하기도 하고, ‘그저 딸들에게 책을 읽어준 것뿐인데, 이게 무슨 강연이 되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 한참을 고민하다 고등학생 큰딸에게 넌지시 물었다. “아빠 엄마가 정말 많은 책을 읽어주었고, 너도 엄청난 양의 책을 읽었잖아? 그래서 좋은 점이 뭐야?” 아이의 답은 놀라웠다.

 

“글자로 쓰인 것은 일단 읽고 싶고, 나도 모르게 읽게 되는 ‘읽기본능’이 생긴 것 같아요. 박물관 안내도 다 읽게 되고, 길거리 간판과 안내문뿐만 아니라 외국어 모의고사 지문도 읽는 재미가 생겼어요. 상식과 어휘력이 풍부해지는 것은 당연하고, 다양한 생각과 주제를 받아들이는 힘이 커졌달까?”

 

그저 책을 읽어만 주었을 뿐인데 ‘책 읽기의 힘’은 이렇게 아이의 머리와 마음에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는 부부가 함께, 아이가 원하는 만큼 그리고 원할 때는 언제든 책을 읽어줬다. 목이 갈라지도록 읽어주는 날도 많았다. 여행을 가도 그 지역 도서관이나 책 박물관을 찾아가곤 했다. 글자를 짚어주거나 한글을 가르쳐주려고 하지 않고 그저 재미있게 읽어줬다. 아니 ‘함께 읽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다. 부모도 읽어주는 책의 재미를 아이와 이야기 나누며 더 깊이 느꼈으니까.

 

수없이 많은 책을 듣고 보고 자란 아이는 학교에 입학할 즈음 자연스레 한글을 읽게 되었고, 그 이후에는 스스로 책을 찾아서 읽었다. 학교 도서관을 놀이터처럼 좋아하며 매일 드나들었고, 사서 선생님과는 단짝이 됐다. 이렇게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를 두 가지 찾아보라면 ‘충분한 시간과 책 읽을 환경’이다.

 

책 자체를 즐겨야 효과 높아져

초등학교 5학년까지 학원 하나 다니지 않던 아이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시간이 남고 또 남았다. 그 시간에 도서관 한 자락을 자신의 아지트로 삼아 매일 책을 봤다. TV가 없는 집이라 컴퓨터 게임이나 동영상을 접할 일이 없는 아이들은 놀고, 뒹굴고, 만들고, 먹고, 졸다가도 시간이 남으면 책을 들었다. 그렇게 책은 아이들의 친구가, 일상이 됐다. 어려서는 책을 좋아하던 아이가 책을 잘 읽지 않아 고민이라면, 진지하게 내 아이의 하루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책 읽기의 진정한 힘은 ‘책을 오롯이 책으로 즐길 때’ 나온다. 학습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욕심으로 쉴 시간도 없는 아이에게 책을 들이밀어서는 또 하나의 과제이고, 숙제가 될 뿐이다. 책과 ‘진짜 친구’가 됐을 때 책 읽기의 효과들은 저절로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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