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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환경물품비 年2만원, 학급운영비 1만5천원

이것이 정녕 OECD국가 학교의 현실입니까
학교기본운영비 부족

학급운영비가 부족해 사비를 털어본 적 있으시죠. 그래도 말도 못하고, 누군가에게 어렵게 이야기 했더니 ‘그게 얼마나 된다고 그러냐’는 핀잔만 들은 적은 없으신가요. 지구온난화 때문인지 여름은 왜 그리도 일찍 시작되는지 방학은 한 달이나 남았는데 이미 교실은 30도를 훌쩍. 그래도 에어컨은 언감생심. 이게 다 학교기본운영비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본지가 현장에서 벌어지는 교원들의 희로애락 전달을 위해 마련한 연중기획 ‘생!생! 현장 애환 스토리텔링으로 풀다’의 이번 주제는 학교 운영비 부족에 따른 우리 선생님들의 어려움입니다.



복사 용지 쓰면서 서로 눈치
보드마카는 한 학기에 3자루

# 학기 초 서울 A중의 한 교사는 환경물품 비용으로 1년 치 2만원을 받고 황당했던 기억이 있다. 공교롭게도 같은 학년 선생님들이 모두 새로 전입한 선생님들이라 기존 소모품이 거의 없는데 필기구 몇 개 사니 끝이었다. 학급에서 쓸 청소용품을 물어보니 4900원이 책정돼 비닐장갑 1개, 수세미 1개, 빨래비누 1개, 리필용대걸레 1개를 받으니 끝. 기존 것을 재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학급운영비는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니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1년에 1만5000원. 1학기 1만원, 2학기 5000원이라는 답을 들었다.

속 시원하게 지급된 것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경기 B초의 한 선생님은 학기 초 학급 운영비를 1년에 10만원 지급한다는 소식을 듣고 구입할 도서나 연필깎이 같은 공용 학용품, 학생 칭찬용 사탕 등 사야겠다는 구상을 했다. 하지만 학기의 중간이 지나가는 4월 중순이 되도록 지급되지 않아 애를 태웠던 기억이 있다. 학생들이 필요하다고 해서 이것저것 자기 돈을 들여 사기는 했지만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으니 답답했던 기억이 있다.

돈을 적게 주면 물품이라도 넉넉하게 줘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학년 당 2~3학급씩 있고 6명의 부장교사가 있는 지방의 C초는 A4 복사용지가 한 학년에 학기 당 2박스 배정된다. 아무래도 행정처리가 많은 부장교사가 1박스를 갖고 나면 한 박스로 나머지 선생님들이 한 학기를 버텨야 한다. 공문처리에 수업용 자료 만들기에 쓰려면 서로 눈치를 봐야 하는 실정이다. 또 교실의 칠판을 화이트보드로 바꾸었지만 소모품인 보드마카는 처음에 지급한 3자루 외에 추가로 지급해주지 않아 분실되거나 다 썼을 때 개인적으로 사야 한다. ‘그깟 종이, 보드마카가 몇 푼이나 하냐’고 할 수 있지만 이런 상황 자체가 짜증이라는 것이 선생님들의 하소연이다.

겨울엔 파카, 여름엔 러닝셔츠
… “냉‧난방기는 그냥 장식용”

# 선생님들을 갑갑하게 하는 것은 학급운영비뿐만 아니다. 겨울이면 입김이 나는 교실. 땀을 뻘뻘 흘리며 수업을 해야 하는 여름. 이 모든 것이 학교 냉난방비 절약과 관련된 것이다. 물론 선생님들도 전력대란의 국가적인 절약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입으로는 ‘교육이 백년지대계’라고 강조하면서 학교 전기료 부담 때문에 냉난방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해결해주지 못하는 정부나 정치권이 원망스럽다.

D중의 교감 선생님은 새 학기 준비에 여념이 없던 2월 파카에 목도리까지 하고 근무했던 기억이 있다. 학년부장 선생님들과 회의라도 할라치면 회의실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북쪽에 위치해 하루 종일 햇볕 한 줌 받지 못하는 회의실은 그야말로 냉동실이기 때문이다. 학기초인 3월도 여전히 오전에는 춥기 때문에 학생들이 고생한다 싶었지만 전면 난방은 하지 못했다. 1학년은 8시 40분부터 한 시간, 2학년은 9시 40분부터 한 시간, 3학년은 10시 40분부터 한 시간씩 순환해 난방을 했다. 말 그대로 고육지책인 셈이다.

4~5월 따뜻한 봄날을 지내고 나니 이번에는 이른 더위에 숨이 막히지만 전기료가 걱정되기는 마찬가지. 정부시책으로 실내온도 28도가 되지 않으면 냉방기를 가동할 수 없으니 해가 좀 나온 늦은 오전부터는 교실은 찜통 그대로다. 온도의 기준도 1층이다 보니 2, 3층 교실은 1층이 28도 되기 전에 이미 30도를 훌쩍 넘는다. E고 한 학년 부장교사는 “다 큰 고등학생 30명 정도 한 반에 있으며 기준이 28도라고 해도 금방 30도를 훌쩍 넘어갑니다. 러닝셔츠 바람에 걷어붙인 바지, 학생도 힘들고 선생님도 힘들고 수업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게 사실입니다.”

냉‧난방기를 행정실에서 통제하다 보니 불필요한 갈등도 생긴다. F중 담임을 맡고 있는 교사는 “냉난방기가 행정실 직원이 출근해야 가동되고 온도측정도 인원이 적은 행정실이 기준이어서 많은 학생이 있는 교실과 체감 온도 차이가 있다”고 하소연했다가 “그런 것은 교장선생님에게 따지라”는 행정실장과 언쟁을 벌인 적이 있다. 나중에 서로 오해를 풀며 전기료를 인하해주지 않은 정부 당국을 원망했다고 선생님은 말했다.

곳곳이 공사판에 노후시설
… 학생들 안전은 어쩌라고

# 학교기본운영비 부족에 대한 애환 속에는 아이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교육자의 목소리가 컸다. 자갈밭 같은 운동장. 마감되지 않은 공사현장에서 행여 우리 학생들이 다칠까 빨리 해결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서울 G초는 1986년에 개교한 학교라 노후 시설이 많아 걱정이다. 복도 측 창호는 낡아 어설프게 끼워져 있지만 몇 년째 교체하지 못하고 있다. 언제 떨어져 학생들을 덮칠까 볼 때마다 우려스럽다. 건물 뒤편의 계단으로 가보면 아스팔트 공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울퉁불퉁 해져 학생들이 몇 번이나 넘어져 부상을 당했지만 공사비를 책정하기 빠듯해 방치해두고 있다. 이 학교 교장은 “혁신학교에 몇 억씩 지원하면서 일반학교라고 중요한 학생의 안전문제도 방치되는 것 보면 씁쓸하다”고 밝혔다.

인천의 H초 교사도 안전문제를 지적했다. “천장 마감재가 망가진 지 오래지만 예산상의 이유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또 천장 마감재에 달려 있는 선풍기마저 오래된 것이어서 회전할 때마다 요란한 소리가 나 수업에 방해가 되기도 하고 아이들이 다칠까 걱정도 됩니다.”

# 학교기본운영비 부족을 호소하는 선생님들은 막무가내로 예산을 높여달라는 것이 아니었다. 부족한 부분은 더 책정해야 하지만 지금 예산이라도 현실적으로 배정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무상급식, 누리과정, 혁신학교, 학교비정규직 대책 등 특성화 사업이 추진되면서 줄어들었다는 시각이다.

광역시급 I초 교장은 “지금 농산어촌 학교의 지원이 많아 예산문제는 대부분 도시 학교의 문제”라며 “농산어촌 학교 살리기가 중요한 것은 인정하지만 기존 예산을 늘리지 않고 사업을 추진하면 결국 피해는 다른 학교에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J중 교감도 “지금 학교기본운영비 구조는 교육과정을 지원하면 시설보수가 어렵고, 시설에 무게를 두면 각종 교육활동이 위축되는 구조”라며 “학교운영비를 줄 때부터 이를 현실적으로 구분해 적절하게 배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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