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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속까지 멍든 아이들, 해맑음 되찾고있죠”

‘해맑음센터’ 개소 첫돌 맞는 조정실 교장

우리나라 첫 학교폭력 치유기관
상담, 놀이치유, 동아리 등 활발

운영비 부족하나 피해자 가족
동병상련 헌신에 기적 일어나

“학교폭력 대부분 가정파괴 연결
극복 힘들어, 시스템 구축 필요”




“지난 1년요? 기적의 1년이었죠.”
 
우리나라 1호 학교폭력 치유기관 ‘해맑음센터’가 첫돌을 맞았다. 센터가 문을 열기까지 가장 큰 공을 세운 조정실(56) 초대 교장도 부임 1년이 됐다. 12일 경기 창곡여중에 교사ㆍ학부모 강연 차 방문한 조 교장을 만나 지난 1년을 뒤돌아봤다.
 
우선 그는 “정말 많은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해맑음센터가 들어선 것 자체가 그러하거니와,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운영되고 있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센터를 거쳐 간 아이들 대부분이 회복돼 돌아가는 것은 기적 중 기적이라는 설명이다.

조 교장은 “학교 교사들의 헌신은 물론 학교폭력 피해자 가족들이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위해 열심을 다하니 기대이상 효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피해학생들은 이곳에서 맞춤형 심리상담, 놀이·예술치유,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심리적 고통을 해소하고 자아존중감·정서조절 능력도 회복하고 있다. 울면서 입소한 아이들이 웃음을 되찾고, 더 나아가 자신보다 힘든 이들을 위해 살고자 하는 사명도 찾아가고 있다.
 
조 교장을 포함한 학교폭력 피해자 가족들이 치유센터를 세우기 위해 들여온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는 듯했다.
 
사실 이 센터가 세워지기까지 참으로 많은 눈물들이 필요했다. 이들은 지난 10여 년간 정부, 교육당국, 국회 등을 찾고 또 찾았고 외면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 상처뿐인 영광이라 하지만, 그래도 치유센터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 거듭 매달린 끝에 겨우 지원 허가를 받았다.
 
그 뒤에도 대전 시내에서 한 시간 가량 걸리는 데다 하루에 대중교통이 한두 대 정도 다니는 외딴 곳에, 폐교된 지 40년이나 된 학교건물을 고쳐 써야 하는 등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어렵게 얻은 기회란 걸 생각하면 감지덕지였다. 주어진 금액은 10억원. 전액 무료로 운영해야 하는 데다 12명 교사 월급을 주기엔 턱없이 적었다.
 
조 교장은 “비용을 아끼기 위해 공사인부 대신 피해자 가족들이 벽돌을 나르고 시멘트를 바르며 몸으로 때웠다”며 “그래서 지금 건물 내 얼룩덜룩, 깔끔하지 못한 마감이 훈장처럼 남아있다”고 아쉬워했다.
 
그가 이처럼 학교폭력 문제만 나오면 열변을 토하고 만사를 제치고 나서는 이유는 그 역시 피해자 가족이기 때문이다. 그의 또 다른 직함은 사단법인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이다.
 
조 교장은 그 때 그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목소리가 떨리면서 눈시울도 붉어졌다. 당시 잘 나가는 사업가였던 그는 딸을 위해 백방을 뛰어다니다 보니 파산하기에 이르렀고 몸도 마음도 망신창이가 됐다. 문제는 15년이 된 지금까지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조 교장은 “학교폭력을 당하면 피해가족들이 너무나 큰 타격을 입는다. 당장 피해보상도 거의 못 받고, 가해자 처벌도 힘들고,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 소송을 가면 몇 년씩 걸리며, 이렇게 쌓인 분노를 풀 곳도 마땅치 않다. 아이를 못 지켰다는 생각에 자살하는 가족들도 나온다. 가정은 거의 파괴되는 수준이 된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그런데도 사회는 여전히 무관심하며, 교육당국은 10여 년째 제자리걸음 중이다. 아직도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현재 ‘위로상담 시스템’을 구축해 전국 모든 지역의 피해자들을 찾아 나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금방 밝은 목소리를 되찾은 조 교장은 “당장 무슨 일부터 해야 할지 막막한 피해자 가족들에게 먼저 다가서 위로해주고 치유해주고자 한다”며 빙긋 웃었다. 그에게 이제 학교폭력 치유 문제는 소명이자 기쁨이 됐다.

한병규 bk23@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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