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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봄철여행 1번지 섬진강-오수의견공원, 산수유 사랑공원,사성암, 매화랜드

봄날이 되면 설렘으로 몸과 마음이 날아갈 듯 가볍다. 3월 하순경이면 지리산을 병품처럼 두른 섬진강 줄기에 산수유와 매화가 만발한다. 3월 21일, 지인부부와 구례군 산동면의 상위마을과 반곡마을, 광양시 다압면의 매화랜드에 다녀오며 산수유와 매화가 만든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했다. 알찬 여행을 만들기 위해 섬진강을 오가는 길에 전북 임실군 오수면의 오수의견공원과 구례군 문척면의 사성암에도 들렀다.


청주에서 출발한 자가용이 경부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 순천완주고속도로를 달려 도착한 곳이 오수의견공원이다. 순천완주고속도로 오수IC를 빠져나가면 오수면 소재지가 가깝다. 이곳 오수천 물가에 위치한 오수의견(獒樹義犬)공원은 원동산(園東山) 현판이 걸린 일주문이 있어 이채롭다. 공원에 들어서면 학교에서 교과서를 통해 공부했던 ‘오수의 개’ 조형물이 서있다. 공원은 의견상, 의견비각, 느티나무들이 한눈에 들어올 만큼 규모가 작다.

두산백과에 의하면 비각 안의 의견비는 전라북도민속자료 제1호로 주인을 살린 개의 충성심을 후세에 기리기 위해 세웠으나 오랜 세월과 풍파로 글씨가 마모되어 알아볼 수 없다. 고려시대 최자가 지은 보한집에 의견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김개인이라는 사람이 장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고 집에 가다 잔디밭에 누워 잠들었다. 이때 불이 났고 불길이 김개인을 향해 번지자 개가 냇가에 가서 몸을 적셔 주위의 풀에 물기를 배게 하여 불길을 잡은 후 지쳐 쓰러져 죽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김개인이 개를 장사지낸 뒤 무덤 앞에 꽂아둔 지팡이에 싹이 돋았고 이 느티나무를 오수로 불러 마을 이름도 오수가 되었다.

공원을 둘러보며 동물도 목숨 바쳐 은혜를 갚는데 부모에게 맞아죽고, 자식에게 버림받고, 부부간에 등돌리는 이야기가 자주 들려오는 현실이 부끄럽다.


오수의견공원을 나와 17번 국도와 19번 국도를 달려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으로 갔다. '산동'이라는 지명은 1000년 전 중국 산동성 처녀가 지리산 산골로 시집오면서 가져온 산수유 묘목을 이곳에 심었다 하여 붙여졌다. 산동면은 우리나라 최대 산수유 생산지답게 3월 중순부터 4월 초순까지 노란 물결로 뒤덮이는 산수유마을이다. 산동네라는 의미에 맞게 지리산 아래편의 산비탈에 자리 잡고 있어 산수유나무가 살기 좋은 조건을 갖췄다.
지리산온천관광단지에서 시작된 노란 산수유꽃이 바람개비와 하트 조형물이 입구에서 맞이하고 언덕위에 커다란 산수유꽃 조형물이 서있는 좌사리의 산수유사랑공원으로 이어진다. 산수유문화관을 둘러보고 여러 가지 조형물과 쉼터가 있는 공원에 오르면 노란 물결로 뒤덮인 산수유마을의 멋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사랑공원의 언덕을 내려서는 지점에 이 지역의 유림들이 일제강점기의 암울했던 시대적 상황을 시로 달래며 소일하기 위해 1930년에 건립하였다는 방호정(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32호)이 있다. 방호정은 전형적인 한국의 정자로 계곡의 거대한 암반 위에 축대를 쌓아 건축했는데 왼쪽 암벽에 정자를 건립하며 결성된 시사원(詩社員)의 이름이 새겨있다. 방호정에서 내려다보는 남쪽방향의 마을풍경도 멋지다.


구례는 지리산의 산줄기가 뻗어내려 섬진강에 발을 담근 곳이다. 산수유나무는 사랑공원에서 대평마을, 반곡마을, 하위마을, 상위마을로 맑은 물이 졸졸졸 흐르는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산수유는 여러 그루가 한꺼번에 노란 꽃무리를 지어야 화사하다. 가장 위에 자리 잡은 상위마을은 마을 곳곳에 3만여 그루의 산수유가 빼곡히 들어있어 산수유마을을 대표한다. 계곡, 돌담길, 산수유꽃 터널이 어우러지며 마을 전체를 노란색으로 물들인 풍경이 서정적이다.


이곳의 산수유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반곡마을, 계척마을, 현천마을도 둘러봐야 한다. 대평리의 반곡마을과 대양마을은 산수유 꽃담이 아름다운 곳이다. 산수유가 돌 틈을 비집고 나온 꽃담길을 걸으며 마을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산수유사랑공원이 가깝게 보이는 마을 앞 서시천으로 나가면 너른 암반과 맑은 물이 산수유꽃과 어우러진다. 맑은 물이 흐르는 꽃그늘 아래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많다. 산동에서 이만한 풍경 만나기 어렵다.


산수유를 뒤로하고 구례군 문척면 죽마리에 있는 사성암으로 갔다. 예전에는 절 입구까지 직접 승용차를 몰고 갔는데 지금은 교통사고 위험 때문에 섬진강변에 만든 주차장에서 셔틀버스나 택시를 이용해야 오를 수 있다.

사성암(전라남도문화재자료 제33호)은 화엄사를 창건한 연기조사가 544년에 세운 사찰로 섬진강변을 오가는 길에 짬을 내 들를 수 있다. '원효, 의상, 도선, 진각'이 수도한 후 4대 성인이 수도했던 곳이라 하여 사성암으로 불리는데 오산의 꼭대기에 있어 조망이 좋고 날씨가 좋은 날은 발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섬진강과 구례읍의 풍경이 일품이다. 자라 오(鰲)자를 쓴 오산이라는 산의 이름도 이곳의 생김새가 굽이쳐 흐르는 섬진강의 물을 자라가 먹고 있는 모습이어서 붙여졌다.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는 사성암의 아름다운 모습을 말할 수 없다. 제비집처럼 가파른 바위벽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사성암을 보고나서야 '오산을 오르지 않으면 후회하고 두 번 다시 가지 않아도 후회한다'는 말을 실감한다.

기둥 세 개에 의지한 채 바위벽에 매달린 약사전(유리광전)은 97년 이후 법당까지 흙을 채워 절벽을 메우고 공사가 끝난 다음 다시 흙을 파내는 고생 끝에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고 만든 암자다. 구불구불 돌계단을 올라 안으로 들어가면 25m의 암벽에 조각된 마애여래입상(전라남도유형문화재 제222호)이 자비로운 미소로 맞이한다. 선정에 든 원효 스님이 손톱으로 그렸다는 입상은 음각으로 놀라울 만큼 선이 뚜렷하다.


수령이 오래된 귀목나무를 지나 뒤편으로 가면 원효대사가 수도했다는 좌선대, 뜀바위로 불리는 소원바위, 도선국사가 수도했던 도선굴 등 역사를 간직한 볼거리가 많다. 소원바위와 산신각에서 자연이 만든 관세음보살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산신각 옆의 바위틈이 도선국사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참선수행에 정진했던 도선굴의 입구다.

도선굴은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만큼 좁아 입구를 못 찾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은데 출구가 지리산을 바라보고 있어 밖으로 나오면 깨달음을 얻은 듯 구례읍, 섬진강, 지리산이 눈앞에 나타난다. 전망대 앞 계단을 올라 이름 있는 바위들을 보고 산책로를 걸어 오산 꼭대기의 팔각정에 오르면 지리산과 섬진강 주변의 경치가 한눈에 들어올 만큼 조망이 좋다. 아뿔싸, 멋진 풍경을 가리는 미세먼지의 시샘을 누가 막으랴. 사성암을 오가는 택시기사가 주차장으로 가는 급경사 내리막길에서 사고현장 사진을 무색하게 난폭운전을 하는 것도 씁쓸했다.




섬진강변은 넉넉한 마음으로 자연을 품은 봄철여행 1번지다. 섬진강의 물길을 따라 861번 지방도를 달리면 만발한 매화가 만든 하얀 세상에서 햇살을 머금은 은빛물결이 손짓한다. 섬진강변에서 제일 먼저 남도의 봄 정취를 풍겨주는 곳이 다압면 도사리의 청매실농원이다. 월요일인데도 청매실농원을 3㎞ 남겨놓고 차가 움직이지 않는다.

여행은 날씨나 교통사정 등 여건에 맞춰 계획을 바꾸는 것도 재미있다. 사방에 보이는 것이 다 매화이고 여러 번 다녀온 곳인데 굳이 차가 막힌 청매실농원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방금 지나온 다압면 금천리의 매화랜드로 목적지를 바꿨다.

매화는 흰 눈이 내리듯 바람에 꽃이 흩날릴 때 가장 아름답다. 매화랜드로 가며 금천리 앞 섬진강변의 풍경을 만끽했다. 매화랜드는 사철 품위 있는 휴식과 매향이 가시지 않는 곳으로 올망졸망한 황토 집을 여러 채 거느려 이색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산 위의 산책로에서 내려다보면 동그란 지붕, 섬진강의 물결, 지리산 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차가 왔던 길로 향하자 길가에서 노란 개나리들이 잘 가라고 손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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