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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을 기다리는 아이들

요즘 아이들은 마음이 바쁘다. 학교가 끝나도 방과후활동이나 학원으로 꽉 찬 스케쥴을 소화하느라 ‘친구와 함께’하고 ‘스스로 판단’할 겨를이 없다. 경쟁심 때문에 무조건 빨리하고, 먼저하고, 앞장서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 ‘다음’은 ‘뒤쳐짐’이 아님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우리의 1년은 그래서 참 아름다웠다.

“선생님, 내일 또 만나요”
“친구들아, 내일 또 만나자”

수업이 끝나면 우리 반은 교실이 떠나가도록 인사한다. 어떤 아이들은 나에게 안기고, 또 다른 아이들은 펄쩍 뛰면서 하이파이브를 한다. ‘내일 또 만나고 싶은 우리’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무조건 먼저 하려고 다투는 아이들
초등학교 시절 나는 친구들을 참 좋아했다. 친구 집 앞에서 친구가 나오기를 목을 길게 내빼고 기다렸다가, 친구가 나오면 너무 좋아서 무조건 말없이 달려버렸다. 내일이 빨리 오려나 싶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때처럼 우리 아이에게 친구와의 소중한 마음을 나누게 해주고 싶었다. 함께하는 1년 동안 서로 자꾸 보고 싶고, 만나고 싶고, 내일은 또 무슨 재미있는 일이 생길지, 선생님은 우리에게 어떤 것으로 웃겨주실지 이런 기대가 있는 시간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아이들은 방과후활동이나 학원 때문에 친구와 헤어지는 아쉬움이나 보고픔을 생각할 자리가 없다. 그래서일까? 아이들의 마음은 항상 쫓기고 바쁘다. 물을 먹을 때도, 강당에 갈 때도…. 아이들은 무조건 앞에서야 하고, 무조건 먼저 해야 하고, 무조건 빨리 가야한다. 하물며 다 같이 주는 학습지마저 먼저 가져가려고 밀치고 소란스럽다. 좀 늦어서 뒤에 서기라도하면 울기까지 한다. 왜 우느냐고 물어보면 꼴찌라서 그렇다고 한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다음을 기대하는 아이들’이었으면 했다. 그렇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래서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주기로 했다. 그중 내가 가장 신경 쓴 것은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기’와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기 전에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 갖기’였다. 그래서 쫓기고, 바쁘고, 불안한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해주고 싶었다.

‘함께’하며 스스로 질서를 만드는 아이들
학교 텃밭에 가꾼 고구마를 함께 캐던 날, 아이들의 얼굴에 ‘신기함’이 번졌다. 땅속에 그 많은 고구마가 숨어있는 것을 상상도 못 한 것 같았다. 우리는 고구마를 함께 쪄먹기로 했다. 질서의식을 키워주기 위해 나는 간여하지 않았다. 모둠장이 찐고구마를 갖고 가서 정확하게 나누고, 이야기를 하면서 자유롭게 먹는다. 아주 간단한 음식을 해 먹을 때도 본인들이 준비물을 정해서 나에게 이야기해주면, 나머지 부족한 것만 내가 챙겨 왔다. 처음에 간식을 나누어 먹을 때는 서로 조금이라도 더 먹으려고 하더니 어느 순간 스스로 질서를 정했다. 모둠장이 나누어 주고 그래도 좀 남으면 가위바위보를 하거나 정말 먹고 싶어 하는 아이에게 스스로 조금씩 양보했다. “너, 먹는 거 진짜 좋아하는구나”, “다음에는 네가 조금 먹어야 해”라며 아이들은 스스로 질서를 만들어갔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욕심 많았던 아이도 스스로 자신의 욕심을 조금씩 버렸다.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기’를 통해서 질서의식이 생겼다면,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 갖기’는 스스로 판단하는 힘을 채우기 위한 시도였다. 집에 가기 전에 자신의 하루를 돌아보고 잘했다고 생각되면 선생님과 하이파이브를, 조금 아쉽다고 판단되면 선생님을 안아주면서 “내일은 잘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선생님이 등을 토닥여 주는 것도 부담스러워하더니 이제는 해맑게 웃으며 말하는 여유도 생겼다. 내일은 꼭 하이파이브하겠노라고 다짐까지 하면서.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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