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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사랑이 있는 인생은 행복하다

올 한 해도 참으로 어수선한 일들이 많았다. 그 가운데 지금의 정국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 한 가지를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저 출산의 위기'를 극복하는 일이다. 지금 시골에 있는 학교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전남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이 위기 극복의 출발점은 바로 가정이다. 가정은 농토에 물을 공급하는 저수지와 같은  곳이다. 그런데 이 가정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회식 자리에서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아이는 몇 살인가요?” 붙임성 좋은 팀장의 질문에 순식간에 공기가 얼어붙었다. 직장 모임의 경직된 분위기를 풀고자 신입사원의 사생활로 화제를 돌린 게 실수였다. 어색한 웃음이 오간 뒤 34세 새내기는 대답했다.  “결혼도 안 했어요”라고.....


요즘 동년배들은 거의 퇴직을 하고 물러나 가끔 모임을 가지면서 자녀 결혼에 관한 얘기를 묻는 게 더 조심스러워진다. 겉으로 드러난 세월의 흔적은 읽어도, 혼인 여부까지 알아채기는 힘들다. 결혼 적령기라는 개념이 많이 흐려져 자칫하다간 큰 실례를 범하기 십상이다. 졸업, 취직, 결혼, 출산 순으로 이뤄지던 생애 단계별 과업은 이제 아득하기만 한 낡은 관습으로 치부되고 있는 현실이다. 젊은이들에게 결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선택 사항이 되었다. 결혼을 일단 피하고 보는 게 요즘 청년들의 대세인지도 모른다.

 

한국의 혼인 건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6년 1~9월 결혼한 부부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는 보도를 보았다. 2011년 32만9000건이던 혼인이 올해는 28만~29만 건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2030세대의 결혼 기피 현상은 높은 청년 실업률, 치솟는 주택비용 등 경제적인 이유가 크다. 하나를 넘으면 다음 고비가 있는 산 넘어 산, 홀로 서기도 벅찬 시대에 가정까지 돌보며 살 자신이 없다고 미혼은 얘기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뼈저리게 느끼는 건 지독한 삶의 외로움이다. 현실이 고될수록 더욱 누군가가 필요한 것이다. 인생의 힘든 과정에서 가족의 지원, 가정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재기가 가능했다는 이야기는 이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다른 동물보다 오감이 둔한 인류가 어떻게 지구를 지배했을까. 혹자는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라 말한다. 예부터 ‘나’는 약하고 위험했으나 ‘우리’는 강하고 안전했다. 확실히 하나는 불안하지만 여럿은 안정감을 준다. 무리지어 힘을 키울 수 있고, 집단이 클수록 상호 도움을 받으며 협동과 역할 분담의 효율성을 가졌다. 사회를 구성하는 최소 기본 단위인 가정은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사랑과 신뢰로 연결돼 혈연을 맺고 사회적, 법률적 약속 아래 책임을 다하는 관계 속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운다. 연인, 동반자, 부모의 역할로 겪는 무수한 경험은 성장과 성숙의 연속이다. 가족을 통해 느끼는 것, 깨닫는 것, 기억과 추억 등 모든 에피소드가 생에 활기와 온기를 불어넣으며 새로운 목표를 만든다. 또한 농밀하고 특별하게 이어진 관계는 자아실현에도 큰 도움을 준다. 내가 어떤 사람인가, 무엇을 원하는가, 그 밑천을 전부 내보이는 것은 사랑 앞에 가능하다.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따른다. 결혼을 포기함으로써 잃는 가치는 값으로 헤아릴 수 없다. 당장의 어려움으로 셈하는 대가와 비용은 평생을 함께할 가족의 따스한 품에 비할 바가 아니다. 막연한 불편과 두려움으로 삶의 진정한 행복을 놓치는 건 아닌지 염려스럽다. 젊고 건강할 때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많다. 그만큼 젊음이라는 자산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시편 기자는 "자식은 여호와의 주신기업이요 태의 열매는 그의 상급이로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곧 100세를 앞둔 노학자 김형석 교수는 “사랑이 없는 인생은 고해와 같지만, 사랑이 있는 인생은 행복하다”는 행복론은 전한 바 있다. 사랑이 있는 가정은 행복을 이룰 수 있는 근원이다. 나 역시 그의 말에 공감한다. 더 많은 청춘이 아낌없이 사랑하고, 이를 통해 아름다운 결실을 맺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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