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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지방의회의 블랙리스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으로 빚어진 국민적 분노와 우울함을 그나마 좀 해소해주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박영수’(이하 ‘특검’) 팀의 수사이다. 지난 12월 21일 현판식과 함께 본격 수사에 들어간 특검이 성과를 내면서 국민 울화를 나름 달래주고 있는 것.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돼 국민적 공분(公憤)을 샀지만, 특히 블랙리스트 수사는 특검의 괄목할 성과라 할만하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김종덕 전 문체부장관 등 관련자들을 구속⋅수사함으로써 박대통령에 대한 헌법 위반을 정조준하고 있어서다.

새삼스런 얘기지만 블랙리스트가 특검 수사대상에 오른 것은 박근혜 정부의 비판세력 옥죄기 때문이다. 국민 세금으로 이루어진 정부의 각종 지원금인데도 마치 제 주머니돈 쓰듯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배제하고 차별했다. 헌법에 명시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유린한 과거 군사독재시절의 악몽을 떠오르게하는 블랙리스트라 할 수 있다.

블랙리스트에 대한 공분을 채 삭히기도 전 그런 일이 지난 해 말 또 벌어졌다. 김제시의회가 신문 구독료 예산을 삭감했다는 보도가 그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김제시의회가 지난 달 15일 정기회를 폐회하면서 김제시 문화홍보축제실의 내년도 시정 홍보비 및 신문구독료 예산 절반을 삭감했다는 것이다.

예산을 삭감한 이유가 “비판적인 신문은 구독하지 말라”는 것이어서 너무 어이 없고, 말문이 다 막힐 정도다. 이에 앞서 문화홍보축제실에 대한 2017년도 예산 심사를 진행하던 중 아무개 의원이 “한쪽 이야기만 듣고 편파적으로 보도하는 신문은 안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신문사까지 알려주며 구독하지 말라고 간부 공무원을 압박했는데, 그대로 된 것이다.

그 기사가 어떤 내용인지 직접 보지 못해 편파성 여부를 가릴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이 있다. 지자체나 의회 등 선출권력에 대한 비판이야말로 언론의 주요 기능이라는 점이다. 잘한다 따위만 늘어놓으면 그게 제대로 된 신문이겠는가. 박근혜 정부가 자행해온 블랙리스트와 다를 바가 무엇이란 말인가.

김제시 출입기자단은 즉시 성명을 발표했다. “김제시의회가 이제 도를 넘어 언론에게까지 신문구독료와 홍보비를 볼모로 예산을 삭감하면서 비판 기사에 따른 취재권과 시민들의 알 권리를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 또한“김제시의회는 비판기사 보도에 따른 보복성 예산 삭감의 공식 입장을 밝히고, 신문구독료 등을 통해 언론 길들이기하려는 작태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것도 권력이라고 호가호위하는 작태가 한심스럽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그 무지다. 비판적이고 반대편에 선 사람들을 옥죄어온 박근혜정권의 블랙리스트가 도마 위에 오른 와중인데, 어떻게 그런 일을 벌일 수 있는지, 그 자질이 의심스러운 것이다. 이는 도박판에 있다 검거된 어느 김제시의회 의원보다도 오히려 더 못한 행태라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비판을 꺼리는 사람들은 민주시민이랄 수 없다. 비판적 기사를 탓하기에 앞서 그 주인공이 되지 않도록 똑바로 잘하면 될 일이다. 그러라고 신문 등 언론에는 비판이란 기능이 있다. 시의원도 선출된 권력이다. 선택 받은 만큼만 공인(公人)에 맞게 정치하는 의원들의 김제시의회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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