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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환갑에 담임 자처한 친구

평교사로 근무하다 이제 정년을 일 년 남겨둔 친구가 있다. 원로교사 대접 받으며 교직을 마무리해도 될 그 친구가 올해 담임을 자청해 맡았단다. 


 시한폭탄 같은 아이들, 선생님 머리 꼭대기에서 노는 요즘 아이들을 데리고 학급경영을 한다는 게 너무 힘들어 학년말이면 서로 담임을 피하려고 핑계를 대는 게 일반적인데 그 친구는 기어코 담임을 자원했다고 한다.


 평소 성품이 워낙 긍정적이고 성실한데다 학생들에 대한 사랑이나 교육관이 남다른지라 능히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조금은 걱정스러워 물었다. 


 이름 외우며 설레던 풋풋한 눈빛


“자네, 너무 욕심 부린 것 아닌가? 고등학교 담임은 밤늦은 시간까지 야간 자율학습 감독도 해야 하고 대학진학까지 책임져야 해서 건강에 부담이 클텐데. 그리고 무엇보다 학생, 학부모들은 자네처럼 나이 든 선생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나….”


친구는 “환갑을 넘겼지만 아직 체력은 끄떡없다네. 아이들에 대한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하고 결심한 일이고. 애들이나 학부모가 좋아하고 싫어하고는 결국 내 하기에 달린 것 아니겠는가” 하고 되레 담담했다. 

 

결국 새 학년 담임을 맡게 된 친구는 인사 발표가 나자마자, 자기가 맡은 학생들의 인적사항 자료를 넘겨받아 이름부터 외우기 시작했고 동시에 학부모님들께 한 분 한 분 전화를 드렸다고 한다. 

 

“새로 담임을 맡게 된 교사 ○○○입니다. 앞으로 일 년 동안 제 자식처럼 여기고 사랑으로 돌보겠습니다. 자녀와 관련해 담임인 제가 꼭 챙겨야 하거나 알고 있으면 좋겠다 싶은 얘기 있으시면 거리낌 없이 말씀해 주세요. 아이의 장점도 좋고 단점도 좋습니다. 학부모님께서 제게 바라는 점도 말씀해 주시면 최선을 다해 노력해보겠습니다.”

 

학부모들은 학년이 시작되기도 전에 걸려 온 담임교사의 전화에 놀라기도 하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단다. 

 

그렇게 3월을 기다리던 친구의 눈빛은 어찌나 반짝이고 풋풋했던지 모른다. 벌써부터 신나고 즐거운 학급경영 구상을 마쳐놓고 아이들 만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입학식 첫날 친구와 아이들이 만나는 교실 모습을 상상해봤다. 고등학교에 배정받고 처음으로 학교에 입학해 이런저런 두려움과 호기심을 안고 들어선 교실,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낯설기만 한 친구들 속에서 모든 게 어리둥절하기만 한데, 자신의 이름을 벌써 알고 자식을 부르듯 다정하게 불러주며 어깨를 두드려주는 선생님이 눈앞에 있다는 사실. 얼마나 마음이 든든할 까. 

 

그 사랑, 열정에 교육은 희망적

 

첫 대면을 하기도 전에 아이들 각자의 환경과 특성을 꿰뚫고 있는 담임. 요즘 아이들이 하도 망나니 같아서 생활지도가 너무 어렵다고들 하지만 이 친구의 학급 같은 경우는 이미 한해 농사의 반은 끝난 게 아닐까. 무엇이 걱정이고 무엇이 힘들 것인가. 선생님을 부모 같은 믿음으로 바라보고 따르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이미 사랑으로 품어버린 선생님이 함께 성장하는 교실이 기대된다.  


교육의 미래를 어둡게 보거나 교실의 혼돈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지만, 이런 선생님이 교단에 있는 한 우리 교육은 희망이 더 크다는 생각이다. 교실에 생기를 불어넣고 아이들을 살리는 것은 구호만 번지르르한 교육제도나 정책이 아니다. 저 위 높은 위정자들의 공리공론은 더더욱 아니다. 오로지 아이들과 마주하고 선 선생님 한분 한분의 사랑과 열정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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