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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 보상의 기술

교사들은 스스로 공부하는 학생을 원한다. 이른바 ‘자기주도적 학습’은 교사가 꿈꾸는 교육의 이상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바로 그 점에서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상을 줄때마다 꺼림칙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외재적 보상이 학생의 내재적 동기를 저해할 수 있다는 지식 때문이다. 학생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 내려고 준 보상에 학생들이 ‘중독’이라도 되면 어쩌나 노심초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외재적 보상은 내재적 동기에 방해만 될까?

 

내적 동기 저해 걱정하는 교사들

 

외재적 보상이 내재적 동기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레퍼, 그린, 니스벳의 실험이나 그와 비슷한 종류의 실험을 인용한다. 이들은 자유놀이시간에 그림 그리기를 선택한 유치원생들을 뽑아 자발적으로 즐기는 행위에 보상을 주면 어떻게 되는지 실험했다. 유치원생들을 세 집단으로 나눈 후, A집단에게는 상장을 보여주고 그림 그리고 싶은지 물어봤다. B집단에는 다 그리고 난 후 상장을 줬다. C집단에는 그림 그리고 싶은지는 물었지만 상을 미리 보여주거나 주지 않았다. 2주 후 첫 번째 그룹, 즉 상을 기대하고 있다가 나중에 상을 받은 아이들만 그림 그리기에 대한 관심이 감소하고 그리는 시간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실험결과에 빗대 많은 연구자들은 조건적 보상이 사람들의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런 주장이 논리적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이 실험으로 설명되지 않는 상황이 흔히 있다. 일례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선수들은 축구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그에 맞는 연봉을 받는다. 이들에게 높은 연봉은 더 열심히 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지, 축구에 대한 내재적 동기를 줄이는 것은 아니다.
 

인지평가이론에서는 외재적 보상이 정보적 측면과 통제적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본다. 외재적 보상이 행동을 조성하기 위해 제공되면 통제적 측면이 강하고, 행동에 대한 인정을 의미할 때는 정보적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보적 측면이 강한 외재적 보상을 사용하면 내재적 동기를 손상시키지 않을 수 있다.
 

내재적 동기에 대한 실험이 현실을 완전히 반영하지 못한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자유놀이시간에 그림그리기를 선택한 학생에게 보상을 주는 실험 상황은 학교 현실과 거리가 멀다. 학교에서는 내재적인 동기를 갖고 있지 않은 학생들에게 주로 보상을 주기 때문이다.
 

내재적인 동기를 갖고 있지 못한 학생들에게 교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다. 혐오감을 주는 벌로 행동을 이끌어 내는 방법, 체계적인 보상계획으로 정적 강화원리를 적용하는 법, 마지막으로 내재적인 동기가 나올 때까지 그대로 두는 것이다. 첫 번째 방법은 금지할 일이고, 그렇다고 내재적인 동기가 발현되기를 마냥 기다리는 것도 시간 낭비일 수 있다.

 

교실 상황에 맞는 방법 찾아 적용해야

 

그래서 내재적 동기를 중시하는 많은 연구자들도 외재적 보상의 유용성에 동의한다. ‘드라이브’의 저자 다니엘 핑크는 기계적 학습일 경우, 외재적 보상이 학습 동기를 증대시키고 내재적 동기도 저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때는 학습의 지루함을 인정하고, 학습의 필요성을 강조한 후 보상을 주면 효과가 크다. 또 창의적 사고가 요구되는 학습도 보상의 사용이 가능하다는 견해다. 이때는 예측 가능하지 않은 보상을 제시한다. 즉, "수학 문제를 10개 풀면 햄버거 사줄게"라고 하기보다는 "수학 문제를 10개 풀었으니 햄버거 사줄게"라고 하는 형태의 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간의 동기는 매우 복잡한 함수관계이고 그 함수는 교실 상황마다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교사의 전문성은 복잡한 함수관계를 자신의 교실에 적용하는 데 있다. 보상의 문제는 당위성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의 문제다. 적절한 보상의 기술이 학생들을 성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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