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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만약 내가

거울 같은 시 하나

만약 내가

   -에밀리 E. 디킨슨


만약 내가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이 아니리.

만약 내가 누군가의 아픔을

쓰다듬어 줄 수 있다면,

혹은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혹은 기진맥진 지친 한 마리 울새를

둥지로 되돌아가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한 편의 시에서,  돌 틈에서 피어난 한 송이 제비꽃에서 봄의 목소리를 듣는 4월입니다.

꽃들은 모든 순간이 꽃이라고 말해줍니다.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온 세상을 물들이는 이 계절에는 누구나 시인이 됩니다. 그리고 행복해집니다.  그럼에도 4월이 더 슬픈 이들에게는 꽃마저 슬픔일 수 있음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옵니다.


위의 시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기 전에 들여다보곤 하는 시입니다. 오늘 나의 교육 활동이 한 아이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했는지, 한 아이의 아픔에 동참했는지. 고통 한 자락을 다독여주었는지. 혹시 학교나 교실에서 눈물을 머금은 채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는 없었는지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되어주는 참 좋은 시입니다.


목련꽃이 떨어져 땅바닥에 뒹구는 모습을 보고 불쌍하다며 꽃잎을 들고 안쓰러워하는 예쁜 아이들이 사는 교실. 늙어서 봐 줄 것도 없는 나에게 연신 예쁘다는 천사들이 남기고 간 내밀한 언어들을 기록하며 괜한 눈물이 흐르는 것은 계절 탓인가 봅니다. 1학년 아이들은 가르침의 대상이 아니라 행복을 나누는 친구랍니다.  그것도 가장 순수한 지상의 꽃입니다.


봄꽃이 가득한 학교에서 아이들과 나는 지금 사랑에 빠졌답니다. 아이들도 나도 꽃들이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려고 날마다 마음의 귀를 열어둡니다.  내일 아침 1교시에는 봄비 듣는 소리, 창 밖의 새 소리 가득한 교실에서 꽃들이 들려주는 사랑의 말을, 지상의 꽃들은 뭐라고 번역해 주는지 들어볼 생각을 하니 퇴근길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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