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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건강검사마저 기피대상인 장애학생들

채혈 검사에 대여섯명 붙잡아야
병원, 시간 지체에 ‘손해로 인식
출장검진은 기준 인원 이상 요구
"수가 인상해 협조 유도해야"



경기 A특수학교 B보건교사는 연초부터 아이들 건강검사를 실시할 병원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작년까지 출장검진을 해줬던 병원이 올해부터는 안하겠다고 해서다. 할 수 없이 몇몇 병원에 연락했지만 올해는 검진 계약이 끝났다거나 학생 검진은 하지 않기로 했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그러다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검진센터를 겨우 섭외했다.   

B보건교사는 "장애아들은 채혈 검사를 할 때 성인 대여섯명이 붙잡아야 하고 다른 일반 검진자들과 함께 검진을 받으면서 소란을 피울 때가 많다"며 "그런데도 수가가 일반 학생과 똑같아 대부분의 병원들이 기피한다"고 토로했다. 

특수학교 장애학생의 건강검사를 실시할 의료기관을 찾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의 협조를 유도하기 위해 장애 학생 건강검사 수가 인상, 출장 검진 지원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08년 학교 건강검사 규칙 개정으로 학교에서 실시하던 학생 신체검사가 의료기관을 방문해 실시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다만 특수학교는 출장검사가 가능하도록 예외 규정을 뒀지만 출장 검진은커녕 방문 검진할 병원 찾기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경기 C특수학교 D보건교사는 지난해 채혈 과정 중에 학생이 간호사의 머리를 붙잡고 주사바늘을 찌르는 사건이 벌어진 후 병원이 언제 검진을 그만두겠다고 할지 몰라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올해도 검진 계약을 하게 됐지만 혹시라도 병원에서 또 소란을 피울까봐 하루 검진 학생 수를 대여섯명으로 확 줄였다. 검사 일정을 조정하다보니 8일에 걸쳐 병원을 찾게 됐다. D보건교사는 "여러 병원에 수소문한 끝에 섭외가 된 터라 앞으로 이 병원마저 검진을 안해주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경북 E특수학교 F보건교사는 "종합병원에 건강검사를 요청하니 검진계약이 완료됐다며 거절했다"며 "올해는 인근에 건강검사 표본학교가 있어 공공보건의료기관이 방문검진한다는 얘기를 듣고 직접 연락드려 요청했지만 내년은 기약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특수학교 보건교사들 사이에서는 학생 건강검사만 끝내면 1년 농사가 끝난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돌 정도다. 

이같이 병원 섭외가 어려운 이유는 장애 학생 검진은 일반 학생에 비해 몇 배나 어려운데 검사 수가는 똑같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2017년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르면 학교급·학년별로 검사 수가는 학생당 1만 5680원~3만 3230원으로 일반·장애 학생 구분 없이 동일하다. 장애 여부와 관계 없이 같은 검사를 받고 있어서다.

서울 G특수학교 H보건교사는 "장애 학생 1명을 검사할 시간에 일반인 서너명 이상을 검사할 수 있다보니 병원도 이익을 내야 하는 입장에서 꺼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특수학교 학생들의 건강 상태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화된 검진 수가를 현실화하거나 검진 병원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병원의 학교 출장 검진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경기 I특수학교 J보건교사는 "학생들이 낯선 환경, 낯선 사람들과 검사를 받는 것에 적응하지 못해 평소보다 과격한 행동이 나오고 병원으로 이동하려면 보조 인력도 많이 필요하고 위험할 수 있다"며 "병원마다 수익을 따져 출장이 가능한 자체 기준 인원이 있지만 특수학교는 학생 수가 적다보니 대부분 대상이 되지 못한다"며 출장에 따른 지원을 요청했다.

일반 학생과는 다른 검사 방법이 필요할 때는 적정한 지원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상지 대전성모병원 교수는 "치과검진을 할 때 의사의 손을 물어버리거나 귀 검사를 해야 하는데 가만히 앉아있지를 않아 검진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생긴다"며 "아이가 전혀 협조가 안될 때 수면 검사로 진정을 시켜야 하지만 건강보험에서 진정료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과도한 진료행위로 패널티를 받는 실정"이라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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