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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주는 기쁨, 교원문학상과 전북고교생문학대전

얼마 전 제1회교원문학상과 제1회전북고교생문학대전 시상식을 가졌다. ‘있었다’가 아니라 ‘가졌다’라고 말한 것은, 물론 그만한 까닭이 있어서다. 두 개의 상이 교원문학회 주관 시상식이었는데, 필자가 회장 자격으로 수여자의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말 고교 교사로 명예퇴직한 후 필자는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남강교육상까지 수상한 전직 교사로서 이제 무슨 뜻깊고 보람 있는 일을 할 것인가. 긴 생각 끝에 얻은 결론이 교원문학회였다. 마침 교원들만의 문학회가 따로 없는 문단상황이 의욕에 불을 질렀다. ‘교원문학’ 창간호 발행은 그 결실이었다.

그냥 1년에 한 번씩 동인지나 내는 문학회는 큰 의미가 없어 보였다. 그 첫 사업으로 야심차게 추진한 일이 제1회전북고교생문학대전이다. 지난 3월 14일부터 한 달간 작품을 모집했고, 14명의 수상학생을 배출했다. 2명의 지도교사상까지 모두 16명에게 상이 주어졌다. 상금 규모는 200만 원이다.

교원문학상은 20명 회원을 대상으로 한 상이다. 수여자인 회장을 뺀 19명 중에서 선정된 첫 교원문학상 수상자는 전 전주교육장 김계식 시인이다. 김계식 시인은 60 넘은 늦깎이 등단에도 불구하고 최근 3년간 5권의 시집을 펴내는 등 왕성한 필력을 과시했다. 상금은 200만 원이다.

이번 시상식은 ‘2무 1유’를 선보인 행사였다. 축사와 내빈소개가 없어 ‘2무’였다. 시상식엔 안도 전북문인협회장을 비롯한 원로 문인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필자는 참석자 모두가 내빈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문학행사에 타직군 아닌 문인이 내빈으로 소개되는 것은 잘못된 관행이라 생각한다. 축사없는 시상식을 진행한 것도 그들 모두가 축하객이라 생각해서다.

‘1유’는 상금을 현금으로 주어서 그렇게 붙여 본 것이다. 문예지도 교사시절 액수만 적힌 빈 봉투에 실망하는 학생들을 많이 봐온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현금을 받았을 때 수상의 기쁨은 통장계좌로 들어오는 것의 2배, 아니 그 이상이다. 물론 필자 개인적으로 지출하는 돈이라 따로 정산 등 행정절차가 필요없어 가능한 일이긴 하다.

시상식을 마치고 셈해보니 잡지 인쇄비, 상금, 시상식 비용 등 대략 850만 원 가량이 지출됐다. 회비와 광고비 등 후원금 250만 원을 공제해도 600만 원쯤 쓴 셈이 된다. 지난해 교원문학상과 전북고교생문학대전 시상식 없이 ‘교원문학’ 창간호 잡지만 냈을 때에 비해 3배 이상의 비용이다.

사실은 이왕 있어온 문학상 상금 후원도 고민해봤다. 가령 어느 문학상에 5년이고 10년이고 계속하는 상금 지원이 그것이다. 그런 계획이 좌절되자 그것은 돈 많은 독지가나 메세나 차원의 일이 자연스럽겠단 생각이 스멀스멀 스며들었다. 또 그냥 돈만 달랑 내놓는 상금 후원이 문인으로서의 적임이 아니란 생각도 들었다.

회원과 교직 선배 등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일개 연금수급자가 자기 돈 써가며 그런 시상식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고. 맞는 말이지만, 중요한 것이 있음을 깨닫는다. 바로 주는 기쁨이다. 제자들에 대한 재능(문학)기부 등 주면서 살았지만, 예전엔 결코 실감은커녕 느껴본 적조차 없는 주는 기쁨이다.

그동안 각종 상 등 받기만 하며 즐거움을 누리는 현직생활이었다면 이제 바야흐로 전직으로서 주는 기쁨을 갖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라 할까. 죽음을 말할 때는 아직 아니지만 어차피 죽으면서 다 놓고 가야 할 것들 아닌가, 하는 생각도 주는 기쁨을 갖게한 하나의 동력이라 할 수 있다. 주는 기쁨이 이렇게 큰 것인 줄 정말이지 예전엔 미처 몰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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