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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미국 대학의 장애인 프로그램



 

장애인들의 원활한 수강을 위해 웬만한 학교에는 그들을 위한 별도의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곳에서 하는 업무는 장애인을 대신해 업무를 처리해 주고, 각종 편의 시설을 제공해 주며, 학교에서 불이익을 당할 경우에는 효과적으로 처리해 주곤 한다


미국 학생들은 학교에 다니면서 해야 하는 잔일들이 엄청나게 많다. 그 많은 일을 대신해 주는 것은 여간한 큰 도움이 아니다. 또한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에게는 강의실에 수화를 하는 사람을 들여 보내주고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별도의 사람을 붙여 주어 돌보게 하고 또한 나 같은 신체 장애인에게는 note taker(대필자)를 뽑아 주어 공부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도와 준다수강 신청하는 데도 우선권이 있고 편입이나 사회에 진출하는 데 필요한 복잡한 업무를 모두 대신해 주는가 하면, 불이익을 당하면 그들을 위해 강력한 힘을 발휘하곤 한다.


장애인 사무실의 도움은 내가 학교 생활을 하는 절대적인 도움을 주었다. 미국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내게는 이런저런 서류정리와 학사 관리가 여간 낯선 것이 아니다. 익숙지를 않아 무척 많은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어떻게 하는지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런 일들의 도움을 받는 다는 것은 여간한 큰 힘이 아니었다. 그리고 내 모든 기록을 토대로 일을 진행시키며 행여 빠진 것이 있으면 즉시 집으로 연락을 해 불러내어 메꾸곤 한다. 그리고 내가 공부하는 과에서 교수를 시켜 필기를 잘하는 사람 하나를 뽑아 복사가 되는 노트를 주어 원본 강의 노트는 note taker가 갖고 복사본은 내게 준다


대부분은 첫 번 강의 시간에 지원자가 나오지만 어느 때는 몇 주가 지나도 지원자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에 어느 교수는 "오늘 note taker 지원자가 없으면 아무도 집에 못 갈 줄 알아." 하고 장난스레 눈을 흘기며 야단을 치기도 했다. 그럴 경우에는 내가 직접 찾아 나서 부탁하면 대부분은 호의를 보이며 도와주곤 했다. 장애인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에도 단호히 대처한다. 나도 몇 번은 그런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한번은 시험에 관한 일로 도움을 받았다. 학기초에 나는 교수에게 글씨 쓰는 속도가 느리니까 시험 시간을 조금 길게 잡아 줘야 한다는 신청서를 내게 된다. 신청서는 장애인 사무실에서 작성해서 교수에게 보내지는 것이다


마지막 학기에 신청한 학과의 한 교수는 그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학교에서 유난스런 교수로 이름 난 사람이다. 그리고 그가 내세운 주장은 결코 꺾이는 일이 없을 정도로 고집스럽다. 나의 상담원이 그 결과를 즉시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담원은 낮으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교수를 나무랐다


"의사가 결정해 준 시험시간입니다. 그 시간은 절대로 변경될 수 없습니다. 함부로 줄이지 마세요." 


교수가 무슨 말인가 변명을 하는 듯 하자 나의 상담원은 나의 평점을 교수에게 말하며 "이런 학생이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 후로 나의 시험시간은 지켜졌다. 그 지독하기로 소문난 교수가 굴복할 정도인 장애인 사무실의 위력을 실감하게 됐다. 이런 강력한 해결사(?)의 지원아래 공부한다는 것은 여간 든든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미국의 학생들은 이런 장애인 사무실의 도움이 있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공부해 당당하게 사회에 진출할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장애인을 위해서 이렇게 강력하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일해 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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