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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부자가 되는 방법은 무엇일까?

톡톡 경제 산책

“모두가 부자가 되는 방법은 돈을 저축하는 것일까? 돈을 쓰는 것일까?”


시장에 찹쌀떡을 파는 모녀가 있다. 장사도 잘 되지 않고 허기진다. 딸은 어머니에게 천 원을 주고 찹쌀떡 하나를 사서 먹었다. 어머니도 배가 고프다. 딸에게 받은 천 원을 다시 딸에게 주고 찹쌀떡을 사서 허기를 채웠다. 이렇게 모녀가 계속 천원을 주고받으며 찹쌀떡을 서로 사먹으면 어떻게 될까? 답은 쉽다. 찹쌀떡은 금세 바닥나고 모녀는 가난 해질 것이다.


이렇게 소비는 우리를 가난하게 한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우리의 경제 이데올로기는 ‘절약’이었다. 그런데 시장경제 전체에서 보면 소비가 모두에게 부(wealth)를 가져온다. 누군가의 소비는 누군가에게 소득이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모두가 부자가 되려면 서로 ‘더’ 소비해야 한다. 시장경제가 발견한 이상한 논리다. 그래서 부자 나라는 소비할 게 많은 나라다. 돈 쓸 게 많은 나라다. 반대로 가난한 나라는 소비할 게 별로 없는 나라를 말한다. 그래서 부자가 되려면 국민들이 더 소비하게 만들면 된다. 그런데 우리는 (모두가 부자가 되기 위해) 굳이 불필요하게 소비를 더 하지 않는다. 시장경제에는 참여자들이 모두 합리적으로 시장에 참여한다는 가정이 있다.


‘우리는 그의 주머니를 채워주기 위해 굳이 내 지갑을 열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소비를 늘릴까? 뭔가 돈을 쓸 ‘가치(value)’ 있는 재화나 서비스를 만들면 된다. 만약 내가 단팥과 생크림이 함께 들어간 빵을 팔아 마을 주민들의 빵 소비가 100만원이 늘었다면(내가 100만원을 더 벌었다면) 우리 시장은 100만원만큼 더 커진 것이다.


생수가 턱없이 부족한 남수단에서 10달러짜리 완벽한 정수기를 만든다면, 누구나 앞다퉈 소비를 하게 된다. 그 소비된 돈만큼 남수단 국민들은 부자가 된다(그 소비된 돈만큼 남수단의 국가 GDP가 증가한다). 이렇게 합리적으로 시장에 참여하는 시장 참여자들은 새로운 부가가치(added value)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이제 부자 나라 스위스로 가보자. 돈 쓸 일이 많다. 멋진 설경을 볼 수 있는 헬기 관광도, 맛있는 염소치즈 퐁듀 요리도 스위스 시장 참여자들이 만들어놓은 부가가치의 산물이다.


지갑을 열게 하는 또 다른 방법은 정부가 재정을 더 푸는 것이다. 이 방법은 지난 세기를 대표하는 경제학자 케인즈(John Maynard Keynes)가 발견했다. 정부가 돈을 풀어 지갑이 두둑해진 소비자들은 소비를 늘리고, 이렇게 수입이 늘어난 기업은 생산설비를 늘리고 고용을 늘린다(어려운 말로 유효수요를 늘린다고 한다). 1929년 대공황이 터지자 미국 정부는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도로를 건설하고 댐을 지었다. 그렇게 풀린 돈이 소 비자들의 주머니로 들어가 소비가 늘었다. 미국 경제가 살아났다. 이후 세계경제가 이 유효수요 이론을 유행처럼 따라 했다. 케인즈는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시민들에게 돈을 주고 병을 땅에 묻게 합니다. 그리고 그 병을 다시 캐낸 다음에 다시 묻습니다. 이렇게 계속 돈을 주고 병을 땅에 묻으면 경기가 살아납니다.’


기업도 소비를 한다. 기업이 공장을 새로 짓고 사람을 고용하는 것을 소비(투자)라고 한다. 정부는 각종 혜택을 주며 기업이 소비(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한다. 이처럼 경제의 3대 주체인 정부, 기업, 가계가 모두 소비를 늘려야 경기가 살아난다. 이 방법을 알아차린 세계 각국의 정부는 수십 년 전부터 세금으로 거둔 재정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시장에 풀고 미국 등 거의 모든 선진국들의 재정적자가 갈수록 심해진다.


‘그럼 반대로 저축을 하면 가난해진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저축은 크게 2가지로 나눠지는데, 언제든 빼 쓸 수 있는 통장의 돈(요구 불예금)은 엄밀히 말하면 저축된 돈이 아니다. 언제 어디로 쓸지 모르니 ‘불확실한 돈’이다. 그래서 ‘부동자금’이라고 부른다. 한마디로 경제에 ‘나쁜 돈’이다. 이런 돈이 주로 증시나 부동산의 투기 자금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적금 등 기간을 정해 은행에 저축한 돈은 은행이 안심하고 대출을 해줄 수 있는 ‘좋은’ 돈이다. 은행은 이 돈으로 미용실을 차리는 A씨에게 대출을 해준다. A씨를 이를 이용해 미용실을 차리고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 나설 것이다. A씨의 미용실이 100만 원을 벌었다면, 우리 시장은 또 100만 원만큼 성장한 것이다. 그러니 소비를 하면 부자가 되고 저축을 하면 가난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저축도 저축 나름이다.


‘그럼 돈을 소비하지 않고 소중히 아껴 쓴다면?’


우리는 아껴놓은 돈으로 뭔가 다른 소중한 소비를 할 것이다. 그러니 돈을 아껴 쓰는 것이 결코 시장경제에 나쁜 것은 아니다. 결국 합리적 소비로 이어진다. 이 합리적 소비가 늘어나는 것이 우리 모두가 부자가 되는 방법이다.


시장경제가 시작되던 수백 년 전에는 부자의 조건이 ‘소유’로 측정됐다. 금이나 땅을 많이 소유한 임금이나 지주가 부자였다. 유목민은 양을 많이 소유해야 부자였다. 많이 소유해야 부자 나라가 됐다. 그래서 식민지를 개척해 금이나 노예를 더 많이 소유하려 했다. 필연적으로 약탈이나 전쟁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애덤 스미스 이후 인류는 그렇게 ‘소유’한 경제보다 ‘수요’를 늘려 모두가 부자가 되는 방법인 ‘소비’를 발견했다. 내가 오늘 행한 합리적 ‘소비’는 누군가의 ‘소득’으로 이어진다. 흔히들 우리 경제의 성장이 쉽지 않다고 한다. 성장판이 닫혔다고 말한다. 그 해법도 물론 소비다. 누군가 지갑을 더 열도록 만드는 것이 다 같이 부자가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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