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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요즘 하루에 두 차례, 아침 저녁으로 텃밭으로 출근한다. 배추모종 48포기를 심었기 때문이다. 이식 후 잘 자라라고 물주기를 하였지만 어린 모종이 혹시나 마르지나 않을까 격정 되기 때문이다. 모종 하나, 값으로 치면 200원이지만 도시농부에게는 가꾸는 농작물을 값으로 따질 수 없다. 내 자식처럼 여겨 농작물에 애정을 쏟기 때문이다.

 

지난 토요일 아들과 함께 고추를 수확했다. 내 텃밭이라야 약 3평 정도이니 손바닥만 하다. 내 소유가 아니라 수원시로부터 분양을 받은 것이다. 일월공원 텃밭이다. 일월 호수 둑 아래에 자리 잡고 있다. 덧밭 3년차인데 올해는 바쁘다는 핑계로 게으른 농부가 되고 말았다. 농작물에게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들려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다.

텃밭이 작다보니 고추 수확물도 얼마 이니 된다. 고추를 분류하니 세 그룹이다. 여린 고추, 약오른 고추, 붉은 고추. 약오른 고추가 제일 많다. 이것 그대로 두면 붉은 고추가 되지만 배추모종을 심기 위해 거두어야만 했다. 아내는 한창 꽃피는 고추가 아깝다고 한다. 그대로 두면 열매 수확을 더 늘릴 수 있다. 그러나 배추 모종 시기도 있고 하여 뿌리째 뽑았던 것이다.

 

27살 먹은 아들은 나의 부탁에 마지 못 해 나선다. 그러나 얼굴 표정이 밝다. 몇 달간 취업준비생에서 어엿한 대기업그룹 계열사에 최종합격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들과 모종도 사고 배추모종 심을 준비를 한 것이다. 우리집 고추, 그 동안 식단 비타민 공급원이었다. 고추 이외에 상추, 가지, 토마토 등이 우리 입을 즐겁게 하였다. 텃밭 이웃은 오늘 작업을 보더니 고추잎을 거두어 간다. 그러고 보니 고추나무는 버릴 게 없다.

우리가 산 배추모종은 ‘천고마비’. 작년과 재작년에 산 것은 ‘추왕’. 작년엔 텃밭 농사를 지어 김장을 담갔다. 그만치 배추가 알이 배고 실하게 컸던 것. 마트에서 구입한 것보다는 모양이 덜 하지만 농약 없이 친환경으로 재배한 것이다. 배추를 키우며 청개구리l, 두꺼비. 메뚜기, 지렁이 등 함께 사는 동물들도 보았다. 깻잎도 따고 저절로 자생한 개똥참외꽃과 연매는 지금도 뇌리에 남아있다

 

아내가 학교에 근무하여 김장이 힘들다고 한다. 올해는 쉬고 싶다는 것. 김치를 사다 먹겠다는 뜻이다. 그래서 배추는 김장 대신 판매 농부가 권하는 국거리용으로 품종을 바꾼 것이다. 판매자는 포기 당 200원 씩 40포기를 주어야 하는데 8포기를 더 준다. 이게 바로 농심이다. 모종 간격은 30cm 간격으로 심으라고 알려 준다. 배추모종만 살 수 없다. 가축분뇨 퇴비 두 포를 샀다. 좋은 수확물을 거두려면 땅의 힘을 길러야 하기 때문이다.

 

모종이식은 일요일 아침 일찍 누님과 같이 했다. 서울에서 기상과 동시에 출발, 수원에 도착하여 작업에 들어갔다. 땅고르기를 하면서 검불과 돌을 골라낸다. 48포기를 심을 수 있게 모종삽으로 작은 구덩이를 판다. 간격을 보니 30cm에서 50cm 정도 된다. 작년의 경우 너무 가까이 심어 배추가 자라니 서로 붙는다. 이것을 방지하고자 한 것이다. 모종을 심고 조루로 물을 주었다.

이것 그대로 두면 안 된다. 그래서 저녁에 텃밭을 간 것이다. 가보니 생생히 살아 있다. 그러나 5포기 정도가 시들하다. 물이 부족한 것. 물주기는 어떻게 할까? 3년차 나만의 비법이 있다. 포기와 포기 사이에 구덩이를 만든다. 그곳에 물을 준다. 구덩이마다 두 차례 정도 물을 흠뻑 준 다음 흙으로 덮는다. 이렇게 해야 물의 증발을 막을 수 있다. 그냥 물뿌리개로 물을 주면 물이 중발하면서 흙이 딱딱하게 굳는다. 농사연구 선험자로부터 배운 것이다.

 

내가 가꾸는 텃밭에는 농작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분꽃도 있고 메리골드도 있다. 코스모스는 이미 수명을 다했다. 근처에는 포도나무, 자두나무, 살구나무, 사과나무 등 과일 나무가 있다. 올해 심었는데 붉은 사과 열매를 보았다. 포도는 상큼한 맛을 보았다. 이웃 텃밭에 처음 보는 덩굴인데 작은 풍선처럼 생긴 게 여러 개 매달려 있다. 인터넷 검색을 하여 보니 풍선덩굴이다. 노오란 유주열매도 있다. 이것을 바라보는 것이 행복이다. 심성 치유가 되는 것이다.

 

초보 도시농부가 되어 느낀 점 몇 가지. 첫째, 텃밭농사, 혼자 짓지 말고 여럿이 지어야 한다. 아내, 아들, 누님과 같이 지으니 이야기 거리가 생긴다. 농사를 지으면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다. 둘째, 농작물은 이웃과 나누어 먹는다.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민 겨’라는 말이 있다. 혼자만 맛있게 먹으면 재미가 없다. 행복은 나누어야 더 커진다. 셋째, 농작물은 애정을 쏟은 만큼 열매를 맺는다. 농작물은 우리에게 삶의 지혜를 준다. 자연의 이치를 깨닫게 해준다. 나는 행복한 도시농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