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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학생자율에 맡기고 선생님은 길잡이 역할로 충분

⑩이종수 경남 경원중 교사의 ‘자유학기 동아리 활동 운영’

자율성 존중하며 외부강사 지원받아 전문성 보완
성취수준 평가가 아닌 성장과 발전과정 피드백
지역적 특색까지 살리면 학생들 기대이상 ‘성과’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앗살라무 알라이쿰!(안녕하세요)”
 

지난해 11월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샤프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내외 환영식. 우즈베키스탄 전통 의상을 입은 경남 경원중 여학생 4명이 화동으로 나서 환영인사를 건넸다. 사실 이들은 고려인 부모를 둔 고려인 4세로 부모를 따라 한국에 정착한 학생들이다. 이날 화동으로 참여하게 된 것은 경원중 학생 동아리 ‘살롬 우즈베키스탄’ 활동 덕분이었다.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방문 소식에 학생들이 환영의 글을 러시아어로 써서 SNS에 공유했던 것을 청와대에서 보고 이들을 초청하게 된 것이다.
 

동아리 지도교사인 이종수 경남 경원중 교사는 “우리말이 서툴러서 학교적응을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보고 러시아어를 배우고 싶은 학생들을 모아 동아리를 결성, 서로 러시어와 한국어를 가르치며 교류하게 했다”며 “덕분에 아이들의 학교 적응과 교우관계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지난해 교육부, 한국교육개발원, 경남교육청이 진행한 ‘자유학기 동아리 활동 운영 및 평가 도움자료’ 개발에 참여하는 등 교직생활 30년 동안 꾸준히 동아리 지도에 애정을 쏟고 있다. 그는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기 위한 과정 중심 평가의 내실 있는 운영을 고민하고 있는 선생님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를 옮길 때마다 구성원, 지역적 특색 등을 파악하고 학생들에게 필요한 동아리를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원중 ‘살롬 우즈베키스탄’의 경우에도 학교에 유독 고려인 4세 학생이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단순히 러시아어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우즈베키스탄을 이해하기 쉽도록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에서 외부강사를 초빙해 우즈베키스탄의 전통 춤, 음악, 음식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했다. 학생들 간에 교류가 끈끈해지면서 교사가 기대하지 못했던 일을 스스로 해내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 10월 경남 김해의 원룸 건물에서 불이 나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고려인 아이 두 명이 숨진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소식을 접한 학생들이 전교에 이 사실을 알리고 모금활동을 해 성금을 보낸 것. 올해 말 축제 때는 우즈베키스탄 전통 옷을 입고 전교생 앞에서 무대 공연을 선보이겠다며 연습이 한창이다. 
 

교사의 역할
1. 학생 활동의 전 과정에 걸쳐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와 공동체 활동에서의 협업 능력을 관찰하고 기록할 수 있도록 한다.
2. 활동 결과의 기술은 체크리스트나 평정 척도표를 활용해 추상적 기술이 아닌 활동 전 과정에 걸친 구체적인 기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3. 평가 결과는 학생 개인별로 누가 기록하고 이를 근거로 학생들의 행동변화, 발전정도, 활동내용, 개별 특기사항 등을 학교생활기록부에 수시로 기록한다.
4. 정해진 성취 기준을 근거로 성취 수준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계획한 목표 달성을 위한 활동 과정에 대한 평가가 중심이 돼야 한다.
5. 평과 결과 기록은 학생 개개인의 장점과 특징이 잘 나타날 수 있도록 한다.
6. 질문지나 에세이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기 성찰평가 및 동료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가능한 학생들의 평가 내용을 근거로 기록하는 것이 좋다.

 

이 교사는 “모든 것을 교사 혼자 짊어지려고 하지 말고 학생들에게 맡겨보는 것도 좋다”며 “이밖에도 외부 강사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2016년 경남 창덕중에서 운영했던 만화 동아리 ‘그릴자유’도 같은 예다.
 

“학생들이 웹툰과 애니메이션 분야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 동아리를 계획했지만 제가 지도할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지원하는 예술 강사를 초빙해 협업했죠. 저에게 부족한 해당분야의 전문성을 예술 강사가 지원하고, 예술 강사에게 다소 부족한 학생 관리 및 평가 부분은 제가 지원해 운영했더니 부담도 덜고 학생 만족도도 좋았습니다.”
 

자유학기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동아리활동도 활성화됐다. 자율동아리와는 달리 자유학기 동아리 활동은 정규 교육과정 속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운영 단계에서 학생과 교사의 역할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룰 필요가 있지만 많은 교사들이 이 점을 어려워하는 것이 사실이다. 자칫 학생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활동 목표 달성에 한계가 있을 수 있고, 교사의 역할이 지나치면 학생 자율이라는 동아리 활동의 본질을 잃을 수 있기 때문.
 

자유학기 동아리 활동은 기획-운영-평가 순으로 진행된다. 기획단계에서는 학교 교육과정 재편성을 통해 시수를 활보하고 활동의 유형 및 성격을 결정해 예산을 수립하고 학생들의 수요조사를 실시한다. 운영단계에서는 동아리를 개설하고 계획대로 활동한다. 평가 단계에서는 한 학기 동안의 활동에 대한 최종 평가를 통해 학생부에 기록하는데, 이때 평가는 학생들의 성취수준을 보는 것이 아니라 성장과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피드백 자료로서의 역할을 한다.
 

평가 방법으로는 학생의 활동 모습, 특징, 태도 등에 대한 내용을 특별한 형식 없이 기록하는 ‘일화기록법’, 조사표를 작성해 해당되는 항목을 보는 ‘체크리스트법’, 활동 단계별로 척도를 만들어 평정하는 ‘평정척도법’, 설문을 통해 진행하는 ‘질문지법’, 포트폴리오를 평가하는 ‘활동 산출물을 통한 평가’, 소감문, 보고서 등을 평가하는 ‘에세이법’ 등이 있다.
 

그는 “평가 때 학생들이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과정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도록 수시로 이야기 하는 것이 좋다”며 “특히 공동체 활동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 동아리 활동의 궁극적인 목적을 이해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사는 “특정한 성취기준과 성취수준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활동 결과를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교사는 활동에 대한 ‘길잡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성장과 발전을 위한 다양한 피드백을 주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는 “특히 교사가 지나치게 평가에 몰입하다 보면 학생들의 자율성보다 교사의 역할이 강조될 수 있으며 이는 학생 자율성을 기반으로 하는 동아리 활동이 아니라 교사가 계획한 동아리 수업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참여도, 적극성, 협동성, 자기관리능력 등 역량을 중심으로 관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처음 동아리를 조직하고 1년간의 계획을 짤 경우 교사가 20여개 정도의 예시를 정해주고 학생들이 그중에서 하고 싶은 활동을 고를 수 있게 하면 학생들도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해 애착을 갖고 적극성을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즉 교사가 기본적인 틀과 방향을 제시해주고 틈틈이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좋다는 설명이다.
 

동아리 활동 전반에서 ‘지도교사’라는 용어 대신 ‘길잡이 교사’라는 명칭으로 바꿔서 사용할 것도 제안했다. 이 교사는 “지도교사라는 말은 선생님이 해 놓은 대로 따라가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학생들이 주도하고 선생님은 도와준다는 의미에서 길잡이교사라는 명칭을 사용하면 학생들도 자신들이 주체가 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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