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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일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면 발명이 보여요”

⑪ 최장원 충북 증평여중 교사의 ‘다른 눈으로 바라보기’ 수업

프로젝트 홍보할 꽃잎 그림 그리며 창의력 발휘
시험을 안 쳐도 루브릭 양식으로 즉시 과정평가
학부모에게 평가 기준 공개하고 수업 목적 홍보

 

[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 최장원 충북 증평여자중학교 교사는 봄이면 학생들과 함께 교실을 나가 교정을 거닌다. 갓 중학교에 올라와 적응하느라 팽팽했던 학생들의 긴장이 풀어진다. 그동안 관심을 두지 못했던 교정을 살펴보던 아이들은 화단에 피어 있는 여러 종류의 봄꽃을 발견하고 탄성을 지른다. 화사한 연분홍색 봄옷을 입은 살구꽃이 수줍게 학생들에게 손짓한다. “선생님, 여기 살구꽃도 피었어요!”

 

한 학기 동안에 진행되는 최 교사의 발명 프로젝트 수업은 이렇게 시작된다. 수업 시간에 밖에 나갈 일 없던 아이들은 교정을 탐색하는 시간 동안 수업에 대한 흥미와 기대를 잔뜩 쌓고 들어온다. 최 교사는 아이들에게 10분가량의 시간 동안 떨어진 꽃을 주워보라고 한다. 아이들이 꽃을 줍는 사이 최 교사는 돌아다니며 모둠별로 사진도 찍어주고, 아이들이 잘 구별하기 힘든 꽃 이름을 알려주기도 한다.

 

최 교사의 프로젝트 수업은 한 학기 동안 진행되지만, 첫 시간은 특별히 ‘다른 눈으로 바라보기’를 해 보는 시간을 가진다. 학생들에게 이후에 할 프로젝트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창의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다. 물론 프로젝트 수업 동안 모둠에서 함께 토의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방법을 이 시간에 연습하기도 한다. 이 수업 시간은 동시에 학부모들에게 자유학기에 어떤 수업을 하는지 보여주는 시간이기도 하다.

 

교정에 나가기 전 최 교사는 학생들의 동기 부여를 위해 인터뷰 하나를 보여준다. 농촌에서 자라 직업학교에서 납땜을 배우고 지방대를 나왔지만, 스펙 때문에 좌절하지 않고 구글 본사의 엔지니어링 매니저가 이동휘 씨의 인터뷰다. 인터뷰를 본 학생들에게 1인 크리에이터가 돼서 휴대폰을 이용해 인터뷰 동영상과 같은 영상을 찍도록 한다. 주제는 ‘OO와 함께하는 발명’.

 

학부모에게도 앞으로 할 수업에 관해 설명한다. 골프공을 보여주면서 유명한 외국계 회사의 면접시험 문제를 소개한다. 골프공을 보여주고 표면의 구멍 개수를 묻는 문제다. 정확한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 과정을 보는 것이 목표라는 것을 알려준다. 정답보다는 문제해결력에 초점을 둔 프로젝트 수업의 가치를 설명하는 예다.

 

 

교정을 다녀온 이후 최 교사가 주는 과제는 정원에서 모은 꽃잎이나 나뭇잎을 이용해 앞으로 한 학기 동안 할 발명 프로젝트를 홍보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려보라는 것이다. 그동안 그냥 지나치기 쉬웠던 것들을 다른 시각으로 보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다.

 

물론 막연하게 과제를 준다면 학생들에게 너무 어렵기 때문에 ‘꽃그림 작가’로 유명한 백은하 작가의 작품을 보여준다. 백 작가는 말린 꽃잎과 풀잎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다. 백 작가의 손에 들어간 꽃잎은 때로는 스카프가 되고, 때로는 의자, 발레복, 토끼 귀, 연인이 되기도 한다.

 

백 작가의 작품에서 모티프를 얻은 학생들은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지 꽃을 이용해서 표현한다. 어떤 학생은 개나리로 세월호를 형상화하면서 안전에 관한 프로젝트를 꿈꾸고, 어떤 학생은 솔방울과 은행잎으로 옷을 만들기도 한다. 때로는 머리를 땋아 꽃을 꽂아보기도 한다.

 

 

학생들은 이 시간 동안 상상력을 동원해 창의력도 발휘하면서 앞으로 하게 될 발명 프로젝트의 주제도 정한다. 그냥 주제를 정해보라고 하는 것보다는 홍보할 방법을 고민하면서 생각을 하다 보면 학생들 스스로 주제를 구체화하게 된다. 물론 이 활동은 모둠별로 이뤄지기 때문에 의사소통 역량도 길러진다.

 

작품을 만들었다고 수업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홍보를 위해 만들었으니 만든 결과물을 들고 다른 모둠의 친구들 앞에서 홍보를 해보는 발표 시간을 가진다. 최 교사는 이 시간에도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연설 장면을 보여주는 등 분위기를 한 번 환기한다.

 

이 수업의 또 다른 목적이 학부모에게 자유학기 수업을 소개하는 데 있기 때문에 최 교사는 평가 과정도 학부모들에게 소개한다. 학부모들이 자유학기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것이 시험이 없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시험을 안 보면 공부를 안 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가진 학부모들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최 교사는 자신이 만든 평가 기준을 학생 번호별로 다 정리한 루브릭 양식을 보여준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수업 현장에 직접 참여해 자녀들이 자기주도적으로 프로젝트 주제를 정하는 모습을 보고 평가에 대한 궁금증도 해결하면서 불안을 해소한다.

 

최 교사는 보여주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자유학기 수업 중에 학생들을 관찰하면서 바로 과정평가를 하기 위해 이 엑셀 파일을 항상 수업과 함께 준비한다. 학생들이 모둠에서 친구들의 의견을 잘 들어줬다고 하면 그것을 기록하고, 또 불성실했을 때도 그대로 기록한다. 때때로 교정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학생에게 피드백을 주기도 한다.

 

첫 수업 시간에서 꽃그림 그리기 활동에서는 창의력, 의사소통능력 등을 구체적으로 평가한다. 최 교사는 일반적인 수행평가를 할 때도 이런 과정평가를 한다. 물론 결과물에 대해서도 상중하의 평가를 하지만 핵심은 과정 평가다.

 

최 교사는 첫 차시에 동기 부여가 되고 프로젝트 내용이 정해졌으면 이후에는 기술·가정 교과서에 나오는 발명 과정을 따라서 학습지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그는 굳이 교과서를 탈피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교과서에 있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물론 프로젝트 수업을 하기 전에도 강의식 수업으로 아이들에게 주요한 개념을 익히도록 한다.

 

그렇게 학생들이 발명품을 다 만들고 나면 다시 한번 홍보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번에는 판매를 위한 홍보다. 홍보자료는 PPT로 모둠별로 만들어 발표한다. 학생들의 결과물은 분필을 색연필처럼 돌려서 쓸 수 있게 만들거나, 소파에 리모컨을 넣는다거나 하는 생활 속 아이디어로 다양한 발명품을 만든다.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문제해결력도 길러진다.

 

물론 이런 수업의 과정이 모두 쉽지는 않다. 프로젝트 주제를 정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학생들 스스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부분을 힘들어하는 경우도 많고, PPT 작성이 익숙하지 않아서 힘들어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도 이렇게 발명 프로젝트 수업을 마치고 마지막 발표를 하고 나면 학생들이 굉장히 뿌듯해한다는 것이 최 교사의 설명이다. 그는 “시키지지도 않았는데 ‘프로젝트를 하면서 평소에 생각하지 못한 불편한 것들이 많이 보였다’거나 ‘평소 바라봤던 것을 다르게 볼 수 있었다’는 등의 소감을 써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