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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열고 배움을 나눠요”

행복한 수업친구 ‘성장교실’

교사는 창의적 전문가다. 교사는 상황과 맥락에 따라 교육과정 및 교육자료를 능동적으로 재구성한다. 기존 교과서 대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에 기반을 두고 새롭게 수업내용을 재구성하고 교육자료를 수정·개발한다.

 

교사는 또 창의적 융통성을 발휘 교실 상황에 맞춰 학습자의 흥미와 관심을 높일 수 있는 수업을 고안하고 운영한다. 이처럼 학습자의 흥미를 자극해 교육 효과를 높이는 수업은 교사의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많은 교사들이 창의적 전문가가 되기 위해 각종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현대 사회는 호모 사피엔스를 넘어 호모 심비우스(공생하는 인간)시대다. 관계속에서 공생하고 상호 협력하는 존재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젊은 교사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되는 교사 연구모임을 찾아간다.

 

유튜브를 활용, 낙후된 지역에 과학교육의 꿈을 심어주는 젊은 과학교사 모임 아꿈선. 교사 내면의 성찰과 배움을 통해 행복한 교사로의 여정을 시작한 행복나눔 성장교실. 그리고 영어교사의 전문성과 수석교사로서의 자긍심을 지켜나가는 서울중등영어수석교사연구회의 열정적 활동을 소개한다.

 

한 달에 두 번 토요일이 다가오면 수업과 평가자료·연수자료를 주섬주섬 챙겨 모이는 스무 명의 선생님들이 있다. 주말을 반납하는 대신 서로에게 행복을 주는 마법 같은 시간을 보내는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모임. 행복나눔 초등교사 성장교실(이하 성장교실)이다.

 

 

월화수목금을 견디게 하는 원동력, 성장교실

성장교실은 한마디로 ‘학교밖 전문적학습공동체’다. 동료 선후배 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면서 성장하는 ‘행복한 교사’ 모임이다. 교사로서 자신감과 자존감을 회복할 때 학생과 학부모가 행복한 교실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서 만들어졌다. 모임은 월 2회, 둘째와 넷째 토요일에 열린다. 부산·울산·김해·진주·통영·거제 등 소위 ‘부울경’ 일대에서 모인 교사들은 이른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종일 빡빡한 일정에도 수험생 처럼 진지하다.

 

학교생활에 지칠 법도 하지만 이른 새벽 첫차를 타고 참석, 출근도장(?)을 찍는가 하면 워킹맘들은 어린 자녀까지 데리고 참가할 만큼 열정이 넘친다. 교사로서의 성찰과 자기계발, 새로운 수업을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가는 이 시간은 월요일이면 또다시 ‘격전의 현장’으로 떠나는 교사들에게 큰 원동력이 된다. 헤어질 무렵 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아~ 오늘도 오길 참 잘했어요.”

 

 

까다로운 가입심사, 무단 결석하면 퇴출도

성장교실은 지난 2017년 문지영 교사(김해 주석초 수석교사) 주도로 시작됐다. 배움과 나눔으로 교사와 학생이 더불어 행복한 교실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였다. 올해로 3년째를 맞는 이 모임은 철저하고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내실을 추구한다. ‘가입 → 연수 → 졸업’까지 전 과정이 깐깐하다.

 

우선 성장교실에는 아무나 들어올 수 없다. 가입신청서를 토대로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과해야 한다. 진정성과 절실함이 있는 교사들로 구성해야 1년간 길고 힘든 과정을 견뎌내고 진심 어린 교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연간 가입 인원도 20여 명으로 한정했다. 인원이 많아지면 깊이 있는 내면의 대화를 나누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신규회원을 대상으로 입학식도 갖고 1년간 20회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졸업장도 준다. 4회 이상 무단결석하거나 불성실하면 퇴출되는 등 규율이 엄격하다. 실제로 지난 2017년 1기 입학생 24명 중 졸업생은 22명, 두 명이 중도 탈락한 바 있다.

 

구성원은 임용을 앞둔 20대 기간제교사부터 교직경력 30년의 50대 교사까지 다양하다.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열정 하나로 모인 교사들이다. 한 새내기 교사는 교육대학에서 배우지 못했던 생생한 현장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 참여했다. 40대 중견 교사는 자신의 교직생활을 반추해보고 타성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교사가 되고 싶어 문을 두드렸다. 또 다른 교사는 같은 꿈을 꾸며 함께 나아갈 수업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에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털어놨다.

 

행복한 교사는 자기 자신의 성찰과 내면화부터 시작

성장교실 수업은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한 교사의 자세와 교육철학, 아이들과 대화기법, 슬로리딩, 거꾸로수업, 프로젝트학습 등을 비롯해 인문학과 인성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진행된다. 하나의 주제를 정해 서로의 생각과 고민을 털어놓다 보면 교사 자신이 성찰과 내면화를 통해 보다 행복한 교사로 거듭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지난 3월 9일, 이날 성장교실 주제는 교사의 역할과 자세. 이날 20명의 성장교실 교사들은 미리 구입한 <교사와 학생 사이(하임 G.기너트 著)>를 주제로 토론을 시작했다. 대학 시절 한 번 쯤 읽어봤을 필독서지만 막상 교사가 된 이후 다시 만난 책은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왔다.

 

모임에 참가한 한 교사는 학기 초 학생들을 다잡지 않으면 1년이 피곤하다는 말만 믿고 때론 엄격하게, 때론 강압적인 학급운영을 해 온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학생과 교사 사이 따뜻한 관계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책을 읽고 토론에 참석하면서 많은 반성을 하게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문 교사는 “우리는 가능하면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 따뜻한 관계를 형성하고 이것을 어떻게 행복한 수업으로 연결할지를 모색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마음을 여는 수업친구들의 모임’, 성장교실

행복한 교사로 성장하는 데에는 ‘성찰일기’가 큰 도움을 준다. 성찰일기는 독서하고 토론하고 수업 고민과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토론을 통해 얻은 생각들을 실제 교육현장에 접목해 본 뒤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과정이다. 가장 큰 성과는 교사들의 변화다. 학생들을 대하는 마음과 표정, 말씨가 달라졌고 관계가 친밀해 지면서 교실 분위기 역시 많이 밝아졌다. 이제는 수업하는 게 기다려진다는 선생님이 늘어나고 있다고 귀띔한다.

 

올해로 교직 9년 차인 이아람 교사(김해 구봉초)는 성장교실을 ‘마음을 여는 수업친구들의 모임’이라고 표현했다. “학교생활에서 힘들고 속상했던 일들을 터놓고 말하다 보면 어느새 지친 마음이 봄눈 녹듯 풀어져요. 내 고민을 누군가 진정으로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거죠. 성장교실은 제게 피안의 안식처나 다름없어요.”

 

 

지난 3월 임용된 정지윤 교사(김해 삼성초)도 성장교실 멤버다.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교사,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가진 새내기 교사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 달랐다. 그는 생활지도가 너무 어렵다고 했다. “문제가 발생하면 어느 선까지 개입해야 할지,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막막했어요. 성장교실 선배님들한테 소통 능력부터 교직생활 노하우까지 열심히 배우고 있죠.”

 

수업에 대한 목마름 가득한 교사들에게 청량의 기쁨을 안겨주는 성장교실. 여건이 열악하다 보니 ‘독립운동’ 하듯 빈 교실을 찾거나 학교 근처 커피숍을 전전하지만, 열정만큼은 뜨겁기 그지없다.

 

“수업이란 하면 할수록 어려운 거 같아요. 산전수전 다 겪은 저도 할 때마다 어렵다는 것을 느끼는 데 어린 선생님들은 오죽하겠어요. 그분들과 머리를 맞대고 수업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싶습니다.”

 

교사의 자존감 회복과 ‘행복근육’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는 성장교실 선생님들.

 

성장교실이 끊임없이 공부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설렘과 기쁨의 학습공동체로 오래도록 지속했으면 하는 것이 유일한 바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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