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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학교도서관은 학교의 심장, 심장이 힘차게 뛰어야 한다!

현직 초등학교 교감인 아내에게 물었다. “헉교도서관에 왜 사서가 필요하지요?” 답이 곧바로 나온다. 사서가 없으면 일반교사가 도서관 업무를 맡게 된다. 그러면 그 교사에게는 도서관 업무는 잡무가 된다. 교사들은 수업 이외의 업무는 잡무로 여긴다.

 

교재연구를 하고 수업을 하다보면 도서관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도서실 근무로 학부모 도우미를 자원봉사자로 활용한다. 학교도서관의 역할은 도서 대출·반납에 머물게 된다. 자연히 학교도서관은 쇠락하게 된다.

 

장학사 4년 6개월을 마치고 중학교 교감으로 발령을 받았다. 해당교 교장은 전문직 출신인데 책상 위에 전문서적이 쌓여 있다. 교장실에서 늘 책을 가까이 한다. 교직원, 학부모가 그의 교육전문성을 인정한다. 그는 전문적 권위를 갖고 있는 것이다.

 

매일 아침 업무 회의 후 교장과 교감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 교장, 교육분야는 물론이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 어느 분야나 해박하다. 그 해박한 지식 어디서 왔을까? 나는 독서라고 보았다. 교장의 학교경영관은 교직원, 학생에게까지 영향을 준다. 그 학교가 지역에서 학력이나 인성 면에서 모범교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교장으로서 부끄러웠을 때와 흐뭇했을 때

 

2007년 9월, 1년 6개월 된 신설교 교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국어과 출신 교장으로서 얼굴이 화끈 거린 일은 학교도서실의 텅 빈 서가였다. 서가의 84%가 비어 있었다. 신설교의 민낯을 보았다. 그 공간은 도서실 푯말만 붙은 공간이었다. 이 도서실은 찾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하여 부임 당시 1,490권의 장서를 2년 뒤 5,541권으로, 4년 뒤 9,000여 권의 장서를 확보하였다. 도서실을 살리기 위해 매년 평균 2,500만 원을 투자한 것. 11월 즈음 미처 쓰지 못한 예산은 도서구입에 투입했다. 전문인력도 처음 시간제 사서에서 기간제 사서로 바뀌었다.

내가 도서실 서가를 신간 도서로 꽉 채우고 전문인력을 채용해 도서실을 살린 이유는 무엇일까? 교장으로서 가장 흐뭇한 장면은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도서실로 뛰어가는 학생들 모습이다. 방과 후 귀가하지 않고 도서실에 머무는 학생들 모습이다.

 

무엇이 그들을 사로잡았을까? 전문사서와 신간도서이다. 우리 학생들은 지식과 지혜, 새로운 정보를 만나고 싶은 것이다. 역사를 만나고 책 속의 위대한 인물과 조우하고 싶은 것이다. 자신을 스스로 성장시키고 싶기에 도서실로 달려가는 것이다.

 

나는 한 권의 책이 인생을 바꾼다고 보았다. 평범했던 인생이 독서를 통하여 삶의 진리를 깨닫는다. 어느 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그 순간 삶이 달라진다. 독서는 우리의 삶을 풍부하게 해 준다. 삶의 질을 높여 준다. 이것은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교감 시절, 경기도중등봉사활동교육연구회 회장을 하면서 한비야를 만난 적이 있다.

 

그가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책에 저자 사인해 준다. 이 한 권의 책,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지위나 재물, 권력보다는 자존감을 살리는 일, 이타적인 일, 이왕이면 봉사하는 일, 나아가 인류애를 생각하게 하였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그 영향이었을까? 교감 때 교육칼럼으로 ‘연(鳶)은 날고 싶다’를 출간하였다. 지방일간지 경인일보, 중부일보, 경기신문 오피니언으로 월 1회 정기적으로 교육칼럼을 썼다. 내가 글을 쓴 목적은 교육에 대한 올바른 정보제공과 현재 교육 현장의 실태와 개선 방안, 자녀교육에 대한 학부모로서의 역할 제시다.

 

특히나 우리 국민들이 교육을 따뜻하게 바라보라는 마음도 작용했다. 교장이 되어서 출간한 2집 ‘교육사랑은 변치 않는다’에 이어 제5집 ‘행복한 학교 만들기’까지 모두 교육사랑의 일관된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

나는 정년 5년을 남기고 명예퇴직을 하였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포크댄스 강사. 초등교사와 스카우트 지도자 경력을 살려 인생후반부를 살고 있다. 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 포크댄스 동아리를 3년간 운영했고 ‘포크댄스로 건강하고 신바람나는 중년문화 만들기’를 경기상상캠퍼스와 벌터문화마을에서 펼치고 있다.

 

수원시 영통구 관내 4개 경로당 문화교실에서 실버체조를 지도하고 있다. 6월부터는 마을만들기 차원에서 인근 일월공원에서 ‘가족, 이웃, 친구와 손잡고 행복 포크댄스’를 매주 토요일 저녁에 지도하고 있다. 대화와 소통으로 마을공동체를 만들려는 시도이다.

 

초등교사, 중등 국어교사, 장학사, 교감, 교장, 장학관을 하면서 내가 늘 염두에 둔 것은 무엇일까? 수업 개선이다. 교사의 밀도 높은 수업 전개다. 학생들을 수업 시간에 행복하게 해 주어야 한다. 학습에 빠지게 해야 한다. 배우는 기쁨을 맛보게 해 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교사의 교재연구가 필수다. 1시간 수업을 위해 최소한 3시간의 준비가 필요하다.

 

당연히 수업설계를 해야 하고 수업에 사용할 교구나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도서실이 필요하고 수업을 도와 줄 사서(교사)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면 수업시간이 창조적인 시간이 된다. 학생과 대면하는 매 수업시간마다 교학상장의 매우 유의미한 시간이 되는 것이다.

 

학교도서관을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사서

 

학교도서관 운영,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도서관 운영은 전문인력이 맡아야 한다. 그들이 사서(교사)이다. 신설교 초임교장을 경험하면서 학교도서관을 다섯 단계로 구분해 보았다. 도서실 팻말만 붙어 공간만 확보한 학교, 도서실은 있으나 장서가 빈약한 학교, 장서는 있으나 사서가 없어 도서 출납만 겨우 하는 학교, 장서가 풍족하고 사서가 있는 학교, 장서도 풍족하고 사서의 도서관 운영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학교. 우리가 원하는 학교도서관은 4, 5단계일 것이다. 사서의 자세와 임무 수행 정도에 따라서 학교도서관은 살아 움직일 수 있고 더 나아가 심장은 힘차게 박동할 수 있는 것이다.

 

학교는 교육과정 운영이 핵심이다. 학교도서관은 학교의 심장이면서 교육과정을 지원한다. 교육과정과 학교도서관이 만나면 교수·학습이 충실하게 이루어진다. 수업 시간이 기다려진다. 가르치는 보람과 배움의 기쁨이 있다. 그래서 학교의 심장은 힘차게 뛰어야 한다. 심장 박동의 원동력은 사서에서 나온다. 사서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학교도서관은 인성, 지성, 감성이 조화로운 전인적 성장을 가져다준다. 도서관에서 읽은 한 권의 책이 인생을 바꾼다. 도서관은 평생학습의 고향이다.

 

내가 즐겨 사용하는 독서 표어는 “책 속에 길이 있다”, “책을 펴자, 미래를 열자”,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이다. 이번 토론회 이후 내가 사용할 도서관 표어를 생각해 보았다. “학교도서관이 살아야 학교교육이 산다”, “도서관의 힘찬 박동 소리, 선진 대한민국의 소리”

(이영관 패널 원고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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