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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한민국 출발 3·1운동… 100년 전 그날을 기억하자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

국민이 임금인 나라 만든 ‘대한민국 임시헌장’
목숨 바쳐 쓴 글… 낭독만으로도 떨림 느낄 것
얼마나 많은 분투와 희생이 있었는지 알았으면

 

탑골공원에 모여 만세운동 주도한 학생들 감동
3‧1운동 이후 서당에서 학교로 근대교육 변화
헌법이 명한 ‘균등한 교육’ 실현에 더 노력해야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지난 17일은 1948년 대한민국 헌법 공포를 기념하는 제헌절이었다. 제헌헌법 전문에는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을 계승하여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라고 쓰여 있다. 대한민국의 원동력이 3‧1운동이라는 사실,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이 건립됐다는 사실, 1948년의 국가는 1919년 3‧1운동에 기원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1919년부터 1948년까지 30년에 가까운 독립운동 과정의 산물인 대한민국. 올해는 그런 3·1운동이 발발한 지 100년이 되는 해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또 ‘대한민국’이라는 국호가 탄생한 지 1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이 이런 대한민국의 출발과 헌법에 엮인 이야기들을 묶어 최근 ‘100년의 헌법’을 출간했다. 제헌절을 맞아 한 원장을 만나 헌법에 내재된 여러 원칙과 가치, 헌법에 담긴 교육적 의미들에 대해 들어봤다.
 

-‘헌법’에 기초해 우리 역사를 돌아보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
 

“10여 년 전에 ‘대한민국 임시헌장’을 읽으면서 굉장히 강렬한 깨달음을 얻었다.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너무나 놀라웠고 큰 감동을 줬다. 임시헌장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으로 함’이다. ‘민주’는 국민이 주인이라는 뜻이고 ‘공화국’은 군주 없이 통치하는 나라라는 뜻이다. 그러니 ‘민주공화국’은 국민이 주인이 되는, 임금이 없는 나라다. ‘민주(民主)’의 ‘주’는 ‘임금 주’자다. 즉 국민이 황제이고 임금인 나라라는 뜻이다. 한명 뿐인 군주가 아닌, 온 국민을 임금으로 받드는 체제로의 대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이것은 엄청난 질적인 변화이자 발전이다. 이런 혁명은 그냥 일어나지 않고 피의 희생이 따르게 되는데 우리에게는 3‧1운동이 그러한 혁명이었다. 우리가 진정 민주공화국의 주인이라면, 내가 언제부터 주인으로 인정받고 있는지, 주인 자격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분투와 희생이 있었는지를 느끼고 알아야 한다. 이런 취지에서 올해 ‘100년의 헌법’을 내기로 결심했었다.”
 

-대한민국 임시헌장은 어떤 가치를 담고 있는지.
 

“국민주권을 선언한 대한민국 최초의 헌법문서로서 내용의 선진성 뿐만 아니라 다른 헌법문서와 비교할 수 없는 역사적 유일성을 갖고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호의 탄생, 민주공화제, 인민의 평등, 자유권의 보장, 보통선거제 등이 여기서 비롯됐다.”
 

-3‧1운동을 교육적 측면에서 보면 어떤 변화가 있었나.
 

“서당에서 학교로, 전근대 교육에서 근대교육으로의 변화다. 3‧1운동에 수많은 10대 학생들이 참여했고 근대적인 운동들이 학교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즉 서당이라는 낡은 교육이 끝나고 근대교육의 시대가 활짝 열리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근대적인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3‧1운동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모두 학교에 가서 배우자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근대교육의 열풍이 본격화 되는 계기를 만들어냈다. 비록 일제가 관립학교를 확장하는 등 교육기관을 만들면서 동화정책을 폈지만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학생들이 배출되는 것은 아니었다. 학교에서 ‘대일본제국만세’만 외치겠나. 교육에는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내용이 들어가고 인간의 지성을 일깨운다. 실제 학생들은 반일활동도 많이 하면서 엉터리 권력이 주문하는 것을 깨 나가는 힘을 길러나갔다.”
 

-3‧1운동 당시 청소년들이 중심에 있었다. 무슨 의미가 있다고 보나.
 

“이게 참 묘하다. 3월 1일 탑골공원에 모인 사람들은 바로 학생들이었다. 중등학교 학생들아 주축이 돼 독립선언식에 참석했다. 학교를 휴교시키자 학생들은 전국 각지 자신의 고향으로 가 만세운동을 이어갔다. 유관순도 3월 5일까지 서울 시위에 참여하고 자신의 고향 천안으로 간 것이다. 17살 학생이 무슨 힘이 있었겠나. 그런데 그 학생들의 이야기가 통한 것이다. 마을 어른들까지 다 같이 합류해서 4월 1일 아우내장터에서 대규모 만세시위가 일어났다. 지역사회가 근대교육을 받고 온 학생들을, 새로운 사회적 물결을 몰고 오는 학생들을 존중했다는 의미다.”
 

-사실 민주주의, 헌법적 가치들이란 것이 살면서 너무나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이기에  평소 그 소중함을 깨닫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만세 운동은 목숨을 거는 일이었다. 총칼을 들이대는 일제의 위협 속에서도 유혈 희생을 무릅쓰고 비폭력 시위로 민족의 의사를 표현한 것이다. 그때의 열정과 희생의 의미를 생각했으면 한다. 모두 같이 힘을 합쳐 이민족지배를 타파하자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전국에서 남녀노소 관계없이 뛰어들며 열망했던 그 나라가 무엇이었을까. 군주정도 아니고 입헌군주주의도 아니다. 식민지의 쓰라린 설움을 딛고 왕정으로부터 공화정으로 성큼 뛰어 넘어 국민을 주인으로 만든 것이 바로 오늘날의 민주공화국이다. 그때 조상들의 혜안에 고마워해야 하지 않을까.”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이 책을 어떻게 읽었으면 하나.
 

“중3 이상의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썼다. 학생과 선생님들이 이 책을 함께 읽고 토론했으면 좋겠다. 특히 기미독립선언문과 대한민국 임시헌장을 함께 낭독해봤으면 한다. 골방에서 혼자 읽으려고 이 글을 쓴 것이 아니다. 밖에 나가 낭독하고 만세시위를 하려고 썼다. 임시헌장 선포식에서 이들은 한 조항씩 읽고 낭독을 했을 것이다. 기미독립선언문도 마찬가지다. 목숨 바쳐 쓴 글이지 않나. 처음에는 쑥스럽게 느껴질지 모르겠으나 점점 온몸으로 떨림과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 소개된 조소앙 선생의 ‘삼균주의 철학’이 흥미로웠다. 정치, 경제, 교육에서 균등하게 하면 인민은 권력과 재산과 지식에서 균등하게 된다는 것인데, 오늘날의 현실에 비춰보면 어떠한가. 특히 교육적 측면에서 본다면.
 

“헌법 제31조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돼 있다. 공정하게, 평등하게라는 표현도 있는데 굳이 ‘균등하게’라는 말을 썼다. 또 31조 2항에는 모든 국민은 ‘적어도’ 초등교육을 받을 의무를 지닌다고 돼있다. ‘적어도’는 사실 법률용어로는 적합하지 않는 표현인데도 이렇게 쓴 것은 앞으로 우리 교육의 목표가 모든 공교육을 무상으로 하자는 것인데 아직 경제형편이 그렇지 못하니 초등교육만큼은 무상으로 하자고 당시 주기용 의원이 강력하게 주장해 포함됐다. 그런데 이런 헌법정신이 우리교육에서 실현되고 있느냐 하면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균등의 뜻은 ‘실질적으로 평등하게’라는 의미다. 경제 형편에 따라 누구는 대학에 가고 누구는 못가는 것은 균등한 것이 아니다. 교과서를 모두 똑같이 지급받듯 급식도 의무급식으로 하는 것이 맞다. 모든 공적 교육은 국가가 무상으로 지원하는 것. 그게 우리 헌법이 명하는 바라고 생각한다.”
 

-건국절 논란, 친일청산 등 독립운동과 그 이후 흐름에 있어 정권마다 다른 입장을 내놓기도 하는 등 역사 해석에 여러 이견이 존재한다. 자칫 역사에 대한 오해로 이어질 수 있는데, 학생들이 어떤 시각을 가졌으면 하는지.
 

“어느 한 시점이 아니라 일련의 과정을 봐야 한다. 3‧1운동이 맨땅에서 탄생한 것이 아니지 않나. 나라를 되찾고 1948년에 이르러 38선 이북 100석의 대표가 빠진 상태에서 정식 정부가 수립됐지만 한반도 전체를 하나로 묶는 통일한국의 정부 수립은 아직도 미완이다. 대한민국은 아직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헌법 전문과 제4조에 ‘평화통일의 과제’가 명시돼 있는 것은 우리 대한민국이 완성태가 아니라 완성을 지향하는 국가라는 것을 시사한다. 마찬가지로 어느 하나의 지점만으로 역사를 논하는 것은 옳지 않다.”
 

-기억에 남는 선생님은.
 

“고3 국어를 가르치셨던 이영관 선생님이다. 고교 3학년 첫 시간, 올해를 어떤 각오로 보낼까 긴장했는데 선생님이 자신이 고3 시절에 쓴 일기를 한 시간 동안 쭉 읽어주셨다.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 성적 스트레스 등 여러 부침을 겪었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아 누구나 이렇게 힘든 과정을 겪고 또 극복해나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 하면 으레 공부 열심히 하라고 압박하는 모습만 생각했는데, 그분은 달랐다. 자신의 일기장을 가지고 학생들 앞에 설 수 있는 선생이 어디 있겠나. 모든 학생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각자의 장점을 온전히 받아들여 가능한 균등하고 평등하게 대하려 노력하셨던 선생님의 가르침을 잊지 못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과 교총이 한 건물에서 지낸 지 꽤 오래됐다.
 

“한국교총이 서초구 우면동에 자리 잡은 게 1989년 3월인데, 우리 연구원이 6월에 이곳으로 온 후 30년을 쭉 한 건물에서 지냈다. 전혀 다른 두 기관이 30년을 같은 건물에서 사이좋게 지내는 건 기적 같은 일이다. 재선에 성공한 하윤수 회장께 축하를 드린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한인섭 원장은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형사정책학회 회장, 서울대 인권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사법개혁, 법학교육개혁, 법무‧검찰개혁을 관장하는 여러 위원회에서 개혁의 제도화에 힘써왔다. 저서로 ‘가인 김병로’, ‘식민지 법정에서 독립을 변론하다’, ‘인권변론 한 시대’, ‘이 땅에 정의를’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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