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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무원 미술대전 대통령賞, 오문택 교사

학생들 가르치며 틈틈이 작업
기대 않던 수상 소식에 감사
“학생들 신뢰 높아진 것 느껴”

 

짐작하건데, 봄이다. 물을 댄 논은 모든 준비를 마친 듯 잔잔하고, 겨우내 흙빛이던 논두렁에도 듬성듬성 푸릇한 기운이 올라와 계절이 바뀌었음을 알린다.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은 계절의 변화를 무심히 지나치지 못한다. 동네 마실이라도 다녀온 모양인지, 흰색 점퍼를 차려입었지만, 그 또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 번, 두 번… 소매를 접어 올리곤 손을 뻗어 논바닥을 파고든, 이름 모를 풀을 잡아챈다. 그리고 속으로 되뇌었을 테다.

 

‘모를 내야 할 시절이다.’ 
 

인사혁신처는 23일 제29회 공무원 미술대전 수상작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올해는 한글서예, 한문서예, 문인화, 한국화, 서양화, 사진, 공예 등 7개 부문에서 총 328점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공무원 미술대전은 공무원의 예술적 재능계발과 정서 함양을 통한 창의적이고 활기찬 공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매년 열린다.
 

올해 대통령상의 영예는 오문택 전남 남악고 교사에게 돌아갔다. 오 교사는 서양화 ‘춘무인 추무의(春無仁 秋無義)’를 출품했다. ‘봄에 노력하지 않으면 가을에 거둬들일 것이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모내기를 하기 전 논을 살피고 잡초를 뽑는 어르신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설명했다. 
 

흰 점퍼 차림의 어르신이 물을 댄 논에 손을 넣고 있는 장면이 묘사돼 있다. 그런 모습은 논물 표면에 그대로 투영된다. 화면을 실제 모습과 그림자로 나눠 표현했다. 
 

“결실을 거둬들이기까지의 과정을 한 화면에 담고 싶었습니다. 비록 잡초를 뽑는 단편적인 모습이지만 이런 노력이 모여야 거둬들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지요. 논물에 비친 그림자에 어르신이 모를 내고 키우는 과정이 녹아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이 모든 게 순환한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이 작품은 장장 1년에 걸쳐 완성됐다. 틈틈이 시간을 쪼개 캔버스를 채웠다. 관심 있는 분야는 인물화다. 인물 자체를 묘사하기보다는 인물이 처한 상황과 분위기를 담아내는 걸 즐긴다. ‘춘무인 추무의’도 그중 하나다.

 

미술을 가르치는 오 교사는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개인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다”며 “끊임없이 노력하다 한 작품이 빛을 보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 7월에는 첫 개인전을 열었다. 지역교육청 갤러리를 무료로 개방한다는 소식에 용기를 냈다. 그동안 공들인 작품 가운데 20점을 골라 소개했다. 
 

실력파 교사의 미술수업은 어떨까. 그는 ‘감성’에 초점을 맞춘다. 미술 시간만큼은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구성한다. 그는 “활동에 참여하면서 재미를 느끼면 그것만으로도 미술수업의 목표를 달성한 셈”이라며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고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회화 수업을 하다가 그리기를 망설이는 학생을 보면 적극적으로 나서는 편이에요. 이렇게 그려보면 어떨까, 하면서 직접 붓을 드는 거죠. 별거 아닌데, 학생들이 참 좋아하더군요. 상을 받았다고 하니, 수업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 걸 느낍니다. 한 번쯤 공모전에서 상을 받고 싶다, 꿈을 갖긴 했지만, 막상 받았다고 하니 얼떨떨해요. 앞으로의 목표요? 욕심부리고 싶지 않아요. 틈틈이 작업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